스레드에서 터지는 공식 1

우연히 전달 받은 사진 하나

by 오후삼십팔분

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나의 현재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나는 결혼 4년 차다. 장인-장모님댁과 처형-형님댁 사이에 거주한다. 각 집의 거리는 도보로 길어야 10분 내외. 완벽한 현대판 데릴사위의 조건이다. 세 가정은 바쁜 남자들을 제외하고 사실상 매일 조우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 타인의 시선에는 껄끄러운 관계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우리는 무척 가깝고 진정한 가족의 형태를 띠고 있다.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추구미가 웃기고 재밌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친구 사이와 같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고 재밌는 것을 공유하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님이 사진 하나를 단톡방에 올렸다. 업무 중이라 슬쩍 봤지만 뭔가 독특해 보였다. 가발업체 하이모의 건물 외관 간판이었다. 보자마자 앗!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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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관의 하이모 간판, 그중에서도 ‘하’자 위에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다. 마치 풍성한 가발을 씌워놓은 듯한 절묘한 형상이었다.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아, 이거다.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불러일으킬 장면이었다.



세렌디피티라는 말이 있다. 뜻밖의 발견, 의도하지 않은 발견, 운 좋게 발견한 것을 뜻한다. 이 단어는 1754년 영국의 정치가이자 소설가인 호레이스 월폴이 처음 사용하였다.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페르시아 동화인 ‘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을 인용하며 예기치 못한 발견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했다. ‘Serendip’은 아랍 상인들이 부르던 스리랑카의 옛 이름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발견이나 운 좋은 기회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 단어가 ‘Serendipity’로 유래되어, 뜻하지 않은 사건과 만나 유익한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 나는 세렌디피티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우연히 발견한 기발한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무늬나 표시가 무언가와 닮아 있다면 누구나 신기해한다. 이 세렌디피티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내 스레드 계정에 업로드했다.


반응은 엄청났다. 스레드 유저들은 하트와 댓글, 리포스트로 해당 게시물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고, 여러 유저는 ‘올해의 퓰리처상’을 노려보라는 댓글을 달았다. 예상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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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꿰뚫는 아이디어만 하나 있으면 잽을 여러 번 날릴 필요가 없다. 광고천재 이제석이 말했던 명언 그대로다. 형님이 전달한 사진 하나와 ‘하이모 역대급 광고다 와 ㅋㅋㅋㅋㅋ’라는 문장 하나로 해당 게시글은 5만 명 정도의 유저가 보았고, 4000여 개의 하트와 댓글이 달렸다.


조회수 100만~200만이 넘는 유튜브 콘텐츠에 비해 적은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투입한 노력 대비 가성비를 따지자면 압도적인 성과다. 어떻게 이런 글을 만들어냈는지 궁금하다면 3가지 정도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1.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다는 통찰과 발견

2. 유저들이 반응할 캐치프라이즈와 실행력

3. 업로드 후의 철저한 댓글 관리


1번은 관심의 영역이며,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소견이 필요한 부분이다. 내가 마케팅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마케팅이 주효한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수적이다.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삶의 모든 국면에서 마케팅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은 인생의 디폴트값이라 할 수 있다. IT 서비스 PO/PM으로서 마케팅의 압박을 견디며 쌓아온 나만의 노하우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2번은 SNS의 영역이다. 스레드에서 어떤 글이 터지는지, 어떤 간결한 문장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유튜브, 트위터, 블로그의 감성은 제각각이다. 스레드에 얼마나 시간을 녹여내느냐에 따라 그 숙련도는 결정된다.


3번 영역 역시 SNS의 특성이 반영되는 구간이다. 특히 스레드라는 플랫폼의 생태계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지금까지의 SNS 운영 데이터에 의하면, 알고리즘은 화제가 되는 글을 방치한다고 해서 유저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유도하지 않는다. 누군가 댓글을 남겼을 때 즉각적으로 좋아요와 대댓글로 대응해야만 비로소 알고리즘의 유효 사정권에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선택을 받아야 해당 계정의 알고리즘 평가 지표가 상승한다. 이는 SNS 채널을 운영해 본 경험자나 마케팅 에이전시라면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핵심 정보다.


1번부터 2번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대략 1분 내외였다. 사진 확인, 찰나의 고민, 스레드 실행 후 복사 붙여넣기, 텍스트 작성, 그리고 업로드까지.


3번에 공을 들인 시간은 총합 1시간 정도로 계산된다. 간간이 올라오는 유저들의 댓글에 즉각적인 리액션을 수행했다.


3번에 시간을 너무 써야 되는거 아니냐고? 바보야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야.

스레드에서 터지는 글은 시간과 들인 노력보다는 감각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예상하고, 그것을 보충할 글들뿐이다. 긴 글이 아니어도 된다. 이 글과 사진을 볼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게 꼭 SNS에서만 해당되는 말일까? 사람과의 관계, 마케팅 능력으로서의 힘. 인생 모든 것에 해당되는 말이다.


https://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26/03/25/2026032504024.html

더 재밌는 점은 뉴스 기사로까지 보도되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본 형님은 저작권 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놀라움을 표하며, SNS의 파급력이 이 정도냐며 감탄했다. (광고비 받아내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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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전달받은 사진 한 장에서 다시금 깨달았다. 좋은 작품이나 프로덕트가 지닌 본질만큼이나, 그것을 어떻게, 누구에게 파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무의미한 사진이었겠지만, 그 가치를 포착해 마케팅이라는 방법론으로 유저에게 전달하는 순간 상품의 정의는 완전히 달라진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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