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다이어트 때문은 아닙니다.
점심을 먹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고 1달간 점심을 먹지 않았다.
정확히는 설날 빼고 주말 빼고 평일 회사를 다니면서 점심을 스킵했다.
설날이 지나고 나니 점심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은 더욱 무너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크다.
저녁을 안 먹으면 되지 않아?
라고 묻는 자들이 있어 그 이유를 상세히 고해보겠다.
점심 식사를 오후 3시 이후에 하는 '늦은 식사자'들이 '이른 식사자'들보다 체중 감량 속도가 훨씬 느리고 총 감량 폭도 적었다는 하버드 협력 연구가 있다.
점심을 먹지 않는 이유가 이 연구를 확인하고 나서는 아니다. 1일 1식은 수차례 도전해 왔으나 매번 포기했고. 오히려 점심을 먹지 않고 저녁을 먹는 걸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싶어 새롭게 다이어트법을 시도하고 있다. 위 연구 논문은 막상 시도해 보니 정말 점심을 스킵하는 게 더 효율적일까 싶어 찾아본 증거물이다.
정말이다. 음주를 좋아하고 폭식하는 습관덕에 드라마틱한 체중변화를 느낄 건 없지만 대략 1달간 점심 안 먹기를 실천한 결과 체중이 5킬로 정도 빠졌다.
나의 하루는 이렇다.
8시 30분 ~ 기상
10시 or 10시 30분 ~ 운전하고 와서 회사 출근
1시 ~ 점심 식사 시간
2시 ~ 점심 업무 시작
7시 ~ 퇴근
8시 30분 ~ 집 도착
9시 30분 ~ 식사 및 샤워
11시 30분 ~ 와이프와 시간 갖기(산책, tv 시청, 잡담 등등)
새벽 1시 30분 ~ 글쓰기, ai 공부
하루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건 대략 2번의 기회뿐이다.
왕복 2시간 30분 걸리는 출퇴근 시간과 11시 조금 넘는 시간부터 새벽 한두 시까지 글을 쓰는 시간뿐이다.
테슬라 Y 오너로서 머지않아 차 안에서 책을 쓰는 날도 오겠지만(FSD도 멀었고 비감독형도 아직 멀어서 사실 너무 먼 얘기지만). 아직은 왕복 2시간 30분 동안 글을 쓸 순 없다. 다만 이 시간을 활용해 다독, 다작, 다상량의 글쓰기 원칙에 맞게 수많은 콘텐츠를 귀에 넣는다.
하루가 부족한 나에게 점심 skip은 미래를 위한 황금이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쓸 수도 있다.(보통 브런치에 글을 올릴 내용은 운전하면서 영감을 얻곤 한다.)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웹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웹소설 작가의 기본은 하루에 1화를 쓸 수 있는 체력과 집념이라고 한다. (보통 1화는 5천 자에서 5천5 백자다.) 아직 초보작가인 나는 5천 자를 쓰는데 구상, 초고, 수정 마무리까지 총 3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웹소설의 전체적인 30화까지의 플롯은 정했지만. 각화마다 디테일한 플롯을 정하고 자료조사와 글을 흐름을 고민하는데 1시간이 넉넉히 걸리고. 1화를 다 쓰는데 1시간 30분. 그리고 나머지 30~40분에 탈고를 교정/교열한다.
하루에 딱 1화를 쓸 수 있는 시간을 점심을 스킵함으로써 완성했다.
점심을 skip 하고 나선 정말 나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이 안정감이 정말 좋다. 매일이라도 1화씩은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만 일할 때 꼬르륵거리는 건 아직까지도 참기 어렵지만...
멍청하게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그래도 조금이라도 챙겨 먹는 게 낫지 않냐? 그러다 병나는 거 아니냐?
네네. 앞서 말한 모든 의문을 답변하기 위한 소제목은 '변화'입니다. 이제 어떻게 보면 제 마음가짐을 써야 되는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이제 고백을 위한 말투로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사실 체중이 적지 않게 불어있습니다. 살을 빼야 됩니다. 173cm에 100kg 정도 되는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회사 동료가 저보다 3살이 어린데. 암에 걸렸더군요. 요즘에는 '0기' 암이라는 것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의사 말로는 아직 암으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조직이 있고 앞으로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보고 값이 났습니다. 아 이제는 정말 살을 빼야겠다.
그래서 유별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절대 살을 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유별나게 행동하자는 다짐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변할 수 없는 것처럼요.
결과는요?
앞서 말한 것처럼 살이 빠졌고. 가벼워졌습니다. 아주 큰 변화는 아니지만 몸은 건강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의도한 건 사실 크진 않지만 회사 주변(강남)에서 점심을 사 먹지 않으니 한 달 식비가 대략 25만 원에서 30만 원은 아껴집니다. 보통 1.2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의 점심값을 구가하는 강남의 콧대 높은 식비를 아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시간이 생겼다는 것. 이건 정말 소중합니다.
물론 배고파 죽을 것 같은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버티지만... 배고픈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더 갈지 모르겠지만 이 무리한 액션을 한 달 동안 유지했고. 그로 인해 만족감이 엄청나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1년이 된다면? 이게 혹시나 꽤 오래가는 버릇이 된다면?
건강한 삶과 목표 달성이 생각보다 더 성큼 내 앞으로 다가오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여기까지 설 전에 글을 쓰고 돌아와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설동안 먹은 음식과 술을 생각하면 점심을 먹지 않겠다는 훈련을 한 제 자신에 정말 다행입니다.
빠진 살이 다시 붙었고. 몸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저 없이 다시 점심을 스킵할 수 있는 훈련. 이 자체가 또다시 건강해질 수 있는 비기이지 않을까요?
굳이 3끼를 먹을 필요가 없는 시대. 혹시 음주를 조금 좋아한다면. 점심에 나만의 1시간을 챙길 수 있다면. 점심 스킵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