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뇌 안의 적절한 균형

지식에디톨로지

by 오후의 책방
지식에디톨로지는 YouTube [오후의 책방]에서 영상으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https://youtu.be/su-GB-tb8jc


요즘은 뇌 과학이 의학뿐만 아니라 마케팅, 경영학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시대입니다. 이제 과학은 인간의 의식과 영성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간혹 “인간의 영적 체험은 뇌의 착각”이란 성급한 연구가 발표되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NO!”, 영적체험을 할 때 신경의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뇌가 그런 체험을 유발하는 것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연구가 거듭될수록 인간은 영적 존재로 진화되어 왔으며 영적체험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좌뇌와 우뇌의 차이를 통해 이 주제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기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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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간이 허락되시는 데로 TED강연 <뇌과학자의 뇌졸중체험기, 질 볼트 테일러 Jill Bolt Taylor>라는 영상을 꼭 한 번 봐주시길 부탁드릴게요.

한 뇌과학자가 뇌졸중을 직접 겪으며 일어난 체험을 강의한 내용인데, 이번 뇌과학 시리즈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된 영상입니다. 전 큰 감동을 받았어요. 경지 높은 구도자에게 들을 법한 이야기를 뇌 과학자로부터 듣고 있다는 것에 무척 놀랐습니다. 하버드 대 뇌과학자인 질 테일러 박사는 어느 날 좌측 뇌에 큰 충격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고, 감각을 잃어갔습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테일러 박사는 자신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 3자의 관점에서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뇌과학자로서의 직접 체험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데요. 하하 웃을 일이 아닌데, 정말 대단합니다. 뇌졸중으로 왼쪽 뇌의 기능을 잃은 질 테일러 박사는 8년의 재활과정에서 겪었던 체험들을 신경과학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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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mYD7Y9CXeUw


좌우뇌와 뇌량의 역할

뇌 연구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의문 중 하나는 “왜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져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좌뇌와 우뇌가 기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죠. 그런데 좌우뇌는 완전히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운동, 사고, 감정 등 인간의 모든 활동에 함께 참여하도록 교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두 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굵고 넓은 신경회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뇌량Corpus Callosu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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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뇌의 중앙부에 교량처럼 연결된 부위가 보이죠? 이것이 뇌량입니다. 간질환자의 경우 뇌량을 자르기도 하는데, 간질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고 발작이 다른 뇌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 뇌량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이 간질증상은 호전되지만 전혀 다른 문제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령 슈퍼에 가서 물건을 고른다면, 왼쪽 손과 오른쪽 손이 서로 다른 물건을 집으려해서 곤욕을 치르기도 하지요. 만약 좌우에 각각 열쇠와 칫솔이란 두 개의 단어를 보여주고 읽어보라고 하면 오른쪽에 놓인 칫솔만 읽고 열쇠는 말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아까 본 걸 가져오라고 하면 열쇠와 칫솔을 모두 잘도 가져오지요. 이상하죠?


우리 몸의 오른쪽의 감각정보는 왼쪽 뇌가 담당하고, 왼쪽은 오른쪽 뇌가 담당합니다. 감각운동 신경은 척수 또는 연수에서 서로 교차되기 때문입니다. 아주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좌뇌에 언어중추가 있어서 오른쪽의 시야로 들어온 정보를 왼쪽으로 보내야만 ‘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뇌량이 절제되면, 왼쪽에 있는 ‘열쇠’라는 글자정보가 오른쪽 뇌로 들어온 후, 좌뇌의 언어영역으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열쇠”라는 단어를 읽을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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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뇌량절제술을 받은 환자나, 뇌졸중이나 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통해 우리의 좌우뇌가 확실히 서로 다른 모듈로 되어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흔히 말하듯이 ‘우뇌는 감정의 뇌, 좌뇌는 이성의 뇌’. ‘우뇌는 통합의 뇌고, 좌뇌는 분석의 뇌’. ‘우뇌는 예술의 뇌, 좌뇌는 논리의 뇌’ 식으로 구분 짓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우뇌형 인간, 좌뇌형 인간 같은 표현들까지도 나오게 된 것이죠. 어쨌든 양측반구는 뇌량이라는 고속도로를 가진 덕분에 각각의 반구가 처리하는 정보유형이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뇌피질의 구성과 기능 영역

대뇌의 표면을 구성하는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을 대뇌피질大腦皮質(cerebrum cortex)이라 하는데, 대뇌피질은 크게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나눕니다. 뇌 자체를 대형마트에 비유한다면, 대뇌피질에는 수많은 매장들(뇌기능)이 각기 최적의 상태로 배치되어있고, 각 부스는 서로 통로(신경회로, 시냅스synapse)로 연결되어있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 최적의 동선으로 찾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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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해부학자 브로드만(Korbinian Brodmann)은 대뇌피질을 관찰해 일일이 그 영역을 표기했는데 이를 브로드만 뇌지도라고 합니다. 전두엽에 위치한 44, 45번 영역은 언어표현의 중추인 브로카Broca영역이고, 측두엽의 39, 40번은 언어이해의 중추인 베르니케Wernike 영역이라고 합니다. 만약 베르니케영역에 손상을 입었다면, 말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말을 또 잘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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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만 뇌지도


질Jill 박사의 경우는 두정엽의 연합영역(신체 경계, 공간과 시간 개념의 중추)에 출혈이 일어나 브로카영역과 베르니케영역까지 핏덩이가 덮였기 때문에 언어와 동작, 자각 능력 등의 뇌 기능들이 마비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질 테일러 박사가 겪은 상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영적 체험과 뇌활동의 관계

앤드류 뉴버그Andrew Newberg와 유진 다킬리Eugene Daquili 박사는 티베트의 수도승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녀들을 대상으로 종교적, 영적체험을 할 때 일어나는 뇌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명상이 절정에 달하거나 신과의 합일을 느끼는 순간 좌뇌의 언어중추와 정위연합영역의 활동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질Jill 박사가 뇌졸중 이후 우주와 하나가 된 체험을 했을 때와 동일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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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명상을 했을 때 뇌의 변화 / 앤드류 뉴버그


좌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추면서 우뇌의 긍정적인 기능들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나를 고정체가 아닌 유동체로 인식하는 경험, 우주와 내가 하나 된 듯 한 경험,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함을 느낄 수 있었던 체험, 그리고 나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좌뇌의 언어중추와 정위연합영역이 기능이 멈췄을 때 우뇌는 깊은 마음의 평화 상태에 들어서게 됩니다. 좌뇌에서 끊임없는 재잘거리는 것을 멈추는 것, ‘나’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와! 이것은 수행의 통해 얻게 되는 체험과 똑같은 원리지 않나요? 자, 여기서 주의 할 점은. 그렇다고 모든 영적 체험들이 뇌의 이상 작용으로 생겨난다고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펜실베니아대학 뉴버그 교수는 “영적 체험들이 뇌활동과 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런 체험이 신경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뜻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인간으로 하여금 물질적인 존재를 초월하여 모든 것과 연결시켜주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실체로 인식되는, 더 깊고 영적인 자신을 인식하고 그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진화한 신경학적 과정의 증거”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 인간의 뇌가 영적 존재로 진화되어 온 것이라는 말입니다.

좌우뇌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주인과 심부름꾼>의 저자인 신경심리학자 이언 맥길크리스트Iain Mcgilchrist는 좌뇌가 본래는 우뇌의 심부름꾼이지만 이 사실을 망각하고 두뇌를 지배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조화로운 균형 상태를 선호하는 우뇌와 달리 좌뇌는 논리적이고 계산능력에 능한데, 현대사회는 좌뇌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는 심지어 좌뇌가 득세하면서 인류문화가 쇠퇴하였고, 오늘날의 금융위기도 좌뇌로 인해 촉발되었다고까지 말합니다. 다소 극단적인 주장인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앞에서 질Jill박사의 영상을 기억한다면 이들의 주장이 합리적 지적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개별적인 좌뇌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 이언과 질 박사 모두 우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좌우뇌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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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좌뇌와 내면의 평화와 공감을 지향하는 우뇌, 그 사이에 뇌량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한쪽이 한쪽을 억제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대체로 여자의 뇌량이 남자보다 더 크다고 해요. 저도 대구 남자인데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는 핑계는 그만두고, 여자들의 공감능력을 좀 배워야겠습니다. 우리 머리 안에서 그동안 억제되었던 우뇌를 풀어주는 것이나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나 동양과 서양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나 다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뇌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 지금 동서의 대중문화는 BTS 덕분에 축제를 즐기고 있고요. YouTube <오후의 책방>, [융의 영혼의 지도] 편에서 잠깐 다루었듯 종교문화는 명상, Meditation의 대중화로 소통해나가고 있고요. 그리고 남녀 사이의 교량은 역시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과 배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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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는 뇌의 가소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은 주제입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센스~^^

그리고 유튜브 <오후의 책방>도 들러주세요~^^ 긴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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