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줄 아는 뇌, 뇌섹남을 만들다

지식의 편집시대 [지식Editology]

by 오후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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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뇌섹남은 어떤 사람일까?

요즘은 잘생긴 남자도 근육질의 남자도 아닌 '뇌섹남'이 대세입니다.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인 뇌섹남은 '확고한 자신의 색깔로 잘못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남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뇌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복잡한 미지의 세계', '물음표로 가득 차 있는 신비로운 영역'입니다. 뇌과학자, 의학자들은 두꺼운 머리뼈와 몇 겹으로 싸인 막으로 싸인 뇌의 정체를 그려보고 분석하느라 열심입니다. 인종과 성별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같은 인체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입니다. 100%는 아니더라도 대개 '사람(남자)'이라면 이런 모습이 익숙하죠? 그럼 뇌영역이 담당하는 영역별로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면 어떤 모습일까요?

Front_of_Sensory_Homunculus


펜필드 지도에 따라 상상해본 호문쿨루스Homunculus의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이 모습은 섹시하곤 거리가 멀어 보이죠? 인류학자들은 직립보행을 하고 손을 사용하게 되면서 뇌가 급속도로 발달했다고 하는데, 손이 다른 부위보다 매우 큰 것을 보면 확실히 근거가 있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발성에 관계하는 부분이 큽니다. 혀, 입술, 얼굴근육 등 메시지를 주고받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감각운동기관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뇌는 생명유지를 위한 컨트롤 타워의 역할도 하지만, 그건 다른 고등동물도 마찬가집니다. 아무래도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생각을 표현하는 저 커다란 입과 혀랑 더 관련이 깊은 듯합니다.


머리 속에 우주가 들어있다

여러분은 이 글을 눈으로 보는 동시에 뇌에서는 기억과 추론을 통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정보처리시스템인 두뇌는 매순간 이런 기적을 행하기 위해 길이가 몇 백km나 되는 회로로 전기화학 신호를 주고 받습니다. 이 회로를 이루는 작은 세포를 뉴런Neuron이라 부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기적을 행하고 있는 뉴런은 수천 개가 모여도 이 문장의 마침표보다 작습니다.


우리 은하의 별의 숫자는 약 1천억 개, 상상하기 힘든 숫자지요? 그런데 인간은 머릿속에 이 큰 수를 품고 있습니다. 거기다 뉴런의 시녀(?) 역할을 하는 교세포까지 포함한다면 뇌세포의 수는 자그마치 1조 개나 됩니다. 머릿속에 우주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이미지는 아직 논란이 있다

그런데 뇌에서 세포단위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즉 시냅스Synapse입니다. 뇌의 가장 바깥쪽에 해당되는 신피질에는 약 2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평균 7000개씩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으니, 대뇌 전체로 보면 약 150조 개의 시냅스가 있지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부위인 해마의 신경세포는 적어도 25,000개의 시냅스를 이룬다고 하니, 와! 정말 계산이 서질 안네요. 만약 뉴런 사이의 신경전달 과정이 한 개의 전구를 '딸깍' 켠 것이라 가정한다면, 아마 우리 뇌는 저 은하의 중심만큼이나 밝고 환한 빛을 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해 봅니다.


뇌는 100% 사용 가능할까?

뇌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의 방식으로 밝히는 분야를 뇌과학Neuroscience이라고 합니다. 또한 의학, 심리학, 여러 응용과학분야에서도 뇌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고, 인류의 마지막 탐구영역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뇌는 낯선 자극이 들어오거나 새로운 것을 익힐 때 '뇌의 많은 영역'이 활성화 됩니다. 기능성자기공명촬영(functional-MRI)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특정한 과업을 처리할 때 뇌에서 혈류량이 많은 곳, 즉 산소가 많이 소비되는 곳을 추적해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뇌는 같은 과업을 반복할수록 활성화되는 범위가 줄어들고, 특정 영역으로 고정됩니다. 이것은 뇌가 학습을 거듭할수록 점차 자동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사실 학습의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습관의 비밀도 마찬가지죠.

뇌를 100%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는 가정하에 제작된 영화

뇌를 100%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신 적 있죠? 이런 영화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뇌를 100% 사용하지 않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효율성의 문제입니다. 실제 뇌는 한번에 전체 뉴런의 2% 이상을 동시에 활용하지 못하는데, 그 이상을 쓰면 몸 속에서 공급되는 포도당을 너무 빨리 소진해 버려서 실신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아마도 인간 뇌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부각하고자 한 것이 이런 오해를 불러온 것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한 순간에 뇌를 100% 쓰는 것은 SF영화의 소재는 되겠지만 실제 필요성과 가능성은 좀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어쩌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란 법은 없죠? 어쨌든 뇌는 여전히 신비의 영역이니까요.


인간의 뇌가 위대한 이유

그럼 사람의 뇌가 다른 동물과 다른 절대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등에 업고 감히 단언한다면, 그것은 단연코 '상징추론능력'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말하고 쓰는 능력, 수학적으로 추론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은 '상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과 이성을 토대로 쌓은 지식의 유산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것도 이 상징추론 능력 덕분입니다. 존 메디나는 '상징추론과 문화를 생성하는 능력 사이에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지적인 과정이 존재한다. 지구상에 인간 말고는 어떤 생물도 그런 능력이 없다.'고 단어했습니다.

[Brain Rules]의 저자 존 메디나 /발달분자생물학자, 워싱턴 주립대학교

한국의 원형문화 중에 원방각 문양이 있습니다. 원은 하늘을 방은 땅을 삼각형은 인간을 상징합니다. 선조들께서 원방각의 추상적 도형으로 천지인의 깨달음을 후세에 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후손들이 그것을 보고 하늘의 의미, 땅의 정신, 인간 존재의 위대함을 깨칠 수 있는 능력. 이보다 더 위대한 뇌의 기능이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를 수 밖에 없고, 영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말초적인 자극에 환호하는 뇌보다는 이런 지적, 영적인 뇌, 깨달음을 추구하는 뇌가 더 훨씬 섹시하지 않나요? 논리정연하고 유머러스한 달변가보다 좀 어눌하더라도 깨달음의 한 마디를 진심을 담아 전할 줄 아는 그 사람이 더 섹시하지 않나요? 그래서 위대한 사상가와 철학자, 영적지도자는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거시적 근본을 향한 진리탐구

"어떤 뇌세포가 파괴되었으니, 어떤 장애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 어떤 뇌신경이 마비가 되었으니 어떤 음소의 발음이 어려울 것이라는 근본, 이런 미식적 근본을 넘어서서 늘 한 방향으로 목적을 같이하는 거시적 근본을 나는 오늘 꿈꾼다"

작고하신 은사님의 저서, 서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한 학생이 "왜 이 어려운 용어와 평생 쓰이지 않을지도 모르는 뼈 한 조각의 이름을 외워야 합니까?"라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근본을 알기 위해서"


저는 이 거시적 근본이 학문의 경계를 넘은 그곳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뇌과학이 그토록 인간 뇌의 신비를 밝히려는 이유는 인간의 존재 이유, 삶의 가치를 알고자하는 진리탐구와 그 거시적 근본을 같이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니 과학은 좀 더 종교와 가까와지고, 종교는 좀 더 과학과 친근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뇌의 좌우 기능과 역할이 꼭 그 모양으로 생겨 먹었거든요.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뇌량이라는 가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분리된 이성의 뇌와 감성의 뇌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는 모양이죠. 이 이야기는 다음 지식 에디톨로지 <뇌과학 편 2부>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에필로그 - 또 하나의 뇌, 집단지성 인터넷

이번 글을 기획하면서 먼지가 소복이 쌓인 예전 노트를 찾았습니다. 당시에는 구하기 어려웠던 원서와 거금의 학비를 들여 배웠던 것이기에 아마도 보물단지가 되어줄 거란 기대를 잔뜩 했었어요. 하지만 웬걸?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습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20년 전 보물처럼 모은 정보의 양이란 것은 빅데이터 시대인 지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벼룩의 발가락에 낀 때보다 작았습니다. 인터넷은 70억 인류의 집단 브레인입니다. 이제 몇 개의 키워드만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저 또한 이렇게 작은 지식조각을 집단 브레인 속에 올리는 중이고요. 이번 지식에디톨로지라는 매거진의 제목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님의 책 [에디톨로지]에서 따온 것입니다. 김정운 박사님은 "지식권력이 더 이상 대학에 있지 않다.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다. 다양한 방식이 편집이 가능한 지식편집의 시대다."고 했습니다. 오! 이런 뇌섹남. 이런 지적 통찰을 쏟아낼 줄 아는 뇌가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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