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의 비밀
집에 들어가니, 작은 아이가 강아지처럼 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산타 할아버지를 그렸다고 보여주었습니다. 참 잘그렸다고 칭찬했지요. 큼지막하게 아빠가 보기엔 무척 잘 그렸다고 했지요. 아이를 재우고 다시 그림을 보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발만 그렸을까?' 방금 새근 잠들었는데, 물어볼 수가 없어 아침까지 참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혹 심리적인 문제가 있진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내 생각엔 말이야. 혹시 산타 할아버지를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자는 중에 몰래 선물을 두고 가니까 살금살금 발만 표현한 게 아닐까?"
아침, 아이가 눈을 부비며 안깁니다. 큰 아이는 옆에 벌러덩 눕습니다.
"아빠가 궁금해서 말이야, 산타 할아버지의 신발만 크게 그린 이유가 있어? 아빠한테 이야기해줄래?"
큰 아이가 선수를 칩니다.
"그거 산타 할아버지가 양말에 선물을 두고 가기 때문에 그런 거야."
화가인 작은 아이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아. 산타 할아버진 양말에 선물을 두고 가잖아. 그래서 그렇게 그렸어"
어른의 눈으로 아이의 그림을 해석해선 안된다고 합니다. 저는 제 안에 아이의 눈으로 해석을 했으니, 결국 '살금살금 산타할아버지' 해석은 제 생각을 드러낸 거였네요. 아이들은 이미 산타할아버지의 기원과 크리스마스의 기원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말썽꾸러기는 회초리로 때리고, 착한 아이에겐 선물을 주는, 두 명의 산타가 있었다는 북유럽 전설이나, 추운 겨울 아이들을 보살펴주었다는 성 니콜라스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나 여러 이야기를 익히 책에서, 라디오에서 들어 알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생일이 아니라, 서양의 동짓날이고 태양신에게 경배를 드리는 축제에서 기원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변함없이 설레게 하는 사실은 크리스마스는 '선물' 받는 날이란 거죠.
올해도 저는 몰래 다녀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하지만 티 나게 물어봅니다.
"산타 할아버지 한테 무슨 선물을 받고 싶어?" 조금 눈치가 빠른 큰 아이는 씩 웃으며 갖고 싶은 걸 말합니다. 산타는 루돌프가 끄는 하늘 나는 설매를 타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린다고 믿는 작은 아이는 두 손을 모아 귓속말을 합니다. 들킬까 봐 작은 소리로 소곤댑니다. 귀가 간지러워 웃음을 참으며 겨우 들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산타 할아버지가 오는 걸 보겠다고 버티진 않겠지요. 잠들기 전에는 절대 안온다고, 그러고 밤새우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실지도 모른다고 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살금살금 산타' 그림은 결국 저의 발을 그린 거네요.
세상에 아빠 엄마들은 왜 산타 할아버지가 몰래 다녀가신다고 이야기할까요? 그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자신도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경험이 있으면서. 아이들의 동심만 지켜주고 싶은 건 아닐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어른의 마음에도 지키고 싶은 동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동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