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게 친절한 철학』
토닥토닥 겨울을 건너는 이야기, 오후의 책방은 YouTube에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카이레폰(Chaerephon)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카이레폰이 델포이 신전에 가서 신탁을 받았습니다. 카이레폰은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지혜로운지 물었습니다. 무녀 피티아가 신을 계시를 받아 답했습니다. ‘소크라테스. 그가 가장 지혜로운 자다.’
카이레폰은 당장 소크라테스에게 달려가 신탁을 알렸습니다. 깜짝 놀란 소크라테스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자신은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탁이 거짓일리는 없고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의문을 어떻게 풀어갔을까요? 먼저 자신보다 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을 찾아다녔습니다. 당시 아테네에서 유명한 정치가, 시인, 장인들을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을 찾기 위해 쓴 방법은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면 그것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지혜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한결 같았습니다.
‘그들은 모른다.’
질문을 하다 보면 모르는 것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다보면 지식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무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들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습니다.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앎이 멈춰 있었습니다.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는 알려고 하지 않지요.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때 배움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지혜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지혜는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무지를 드러내고 국가의 자극제가 되는 것이 신들에 대한 나의 의무이다.’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밝힌 자신의 의무였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신의 뜻에 어울리는 일이었습니다.
- 『미치게 친절한 철학』안상헌, 행성B (2019)
철학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가니 참 쉽고 재미있지요? 오늘 책편지는 안상헌 님의 신간 『미치게 친절한 철학』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무언가에 푹 빠져 미친 듯이 몰입하는 단계가 있는가하면 웬만한 건 다 익숙해져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 정체기도 있습니다. 운동이나 악기 연주를 배울 때도 그렇고, 공부나 회사 업무도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정체기는 참 괴로운 시간입니다.
그런데 만약에요, 저 하늘의 해와 달이, 지구가 ‘나 매너리즘에 빠졌어. 좀 쉴게’하고 딱 하루만 멈춰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은 재밌지만, 결과는 최악입니다. 낮과 밤, 봄여름가을겨울, 유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 삶과 죽음. 짧게, 길게, 그리고 상상하지 못할 만큼 길게 우리는 우주의 순환질서 속에 살아갑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나아가 일하고 공부하며 바쁘게 뛰었는데, 어느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네요. 그리고 1년 중에서도 12월 겨울입니다. 말 없는 해와 달과 자연에게 지혜를 구해 보았습니다. 돌아오고, 움츠러들고, 휴식하는 이 모든 작아지는 순간이 사실은 다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실수하고, 실패하고, 방황하는 모든 순간이 한 발 나아가기 위해, 고개를 들고 앞을 보기 위해, 인생에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주어지는 기회인지도 모르겠다하고요.
‘아! 내가 몰랐구나.’하는 감탄은 늘 무언가를 알게 된 이후에나 하게 되는 말입니다. 요즘 왠지 머물러 있는 듯, 일상이 지루하다면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혹 뒤로 걷는 듯, 뒤쳐지는 듯 불안했다면 용수철처럼 나아가기 위해 웅크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어떨까요?
내일을 위해, 따뜻한 이불 속에 웅크리는 겨울 밤 되세요.
토닥토닥 겨울을 건너는 이야기, 책방아저씨였습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제게 웅크린 겨울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