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by 오후의 책방

누에는

다섯번 허물을 벗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단다

실을 뽑아 집을 엮으면

제 죽을지도 모르고

날마다 뽕잎 먹고

실 토해낸다


심장을 뽑아내고

창자를 뽑아내고

빈껍데기만 남아

늙어버린


소녀의

곱고 가늘던

봉숭아 손가락은

흙먹은 누에가 되었다


명주 고운 옷

누님 시집갈 때

나 장가갈 때, 손자 돌잔치에

다섯 손가락 가물거린다


다섯번 허물을 벗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단다

그 고운 실은 어디메 두고

삼베 옷 입고

후울적 날아갈까봐

시간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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