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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Nov 07. 2020

붓대 가진 분들, 무엇이 '우리 것'인지 알긴 하시오?

B급 평론

지성사란 무엇인가 』

어디서 어떻게 구매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책장에 오래 꽂아두었던 책이다. 그런데 책을 처음 구입할 때 감정은 생생히 기억난다. 멋지지 않은가. '지성사'란 단어가, 우와!

솔직히 참 멀어보이긴 하지만, 내가 시간을 짜내 우짜든지 책을 읽으려는 이유, 고상하지 못한 속내를 말씀드리면, '이 지구상에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래, 인류의 굴찍한 생각의 흐름을 모두 꿰뚫어, 완벽히 그 지도를 이해해서, 언제 어디서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Story'를 털어낼 수 있는 지성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이왕지사 그런 책도 쓰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다. 맞다. 욕심이다. 여튼 그런 나의 욕심에 기름칠 불질하는 책 제목을 봤으니, 한 손은 이미 책을 들고, 한 손은 카운터 앞에서 지갑을 열고 있었다. 이성을 되찾았을 즈음,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각성하고 책장에 꽂아 두었던 것이 몇 달이 지나고 만 것이다. 서문이라도 읽어야지. 미안해서 말이다. 오늘 B급 서평은 그 서문을 읽은 소감이다.  

 

저자, 리처드 왓모어는 감사하게도 한국어판을 내며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을 별도로 써주었다. 지성인답게 지난날 '현대 서구의 우월성을 너무나 자명하게 전제하는 사고에 균열을 내는 것'이 지성사가들의 중요한 역할이었다며, 이렇게 일갈했다.


“이제 이 짧은 책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다양한 학자와 연구자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지성사적 전통을 사유하고 그러한 전통이 어떻게 더욱 발전할 수 있는지 숙고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한 방향은 영국의 지성사를 알리는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담긴 자신들의 지성사 연구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인들 자신의 지성사 연구를 발전시키길 바란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이 정작 내겐 참으로 막연한 이야기로 들렸다. 지금 당장 이 화두를 한국 지성사 연구에 실행하기엔 난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기 ‘자신의’ 이란 말에서 무엇이 ‘우리’의 것인가부터 정의해야 할 텐데 쉽지 않은 일이다.


유교와 불교, 도교 그리고 심지어 기독교도 한국의 종교 사상사 한 면을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열국시대 전후 전래된 불교는 지난 2천 년 동안 한국인의 정서와 생활문화에 녹아들어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가 되었다. 유교도 마찬가지, 특히 성리학은 조선 정치사회의 골간이었다. 여기에서 지성사를 출발한다면, 내내 유교 불교 도교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래서 '우리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외래사상과 종교가 유입되기 전의 한국 고유의 사상과 철학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래 문화사상을 받아들이고 포용해 한국의 유교, 한국의 불교, 한국의 기독교로 융합할 할 수 있었던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 깊이 감추고 있는 원형 사상 말이다. 우리는 이 원형을 복원해야 비로소 ‘우리 것’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당신이 뭔데? 이런 거창한 말을 하는 거요?'하고 점잖이 문제제기하시는 분도 계실 테고, '웃기네, 애 전공이 뭐야?'하고 빈정대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냥 '저는 한국인이니까, 한국 사람으로 한국인의 생각과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한국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럽니다.' 그러니 너그러이 봐주시고, 제 말도 한번 들어봐 주세요 하고 말씀드릴 수밖에.


하여간, 거창한 바람이긴 하지만, 한 숨부터 나온다. 하이고~,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알다시피 원나라의 침략과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것뿐만 아니라, 새 왕조를 시작하며 편찬한 국사는 지난 왕조의 잘못과 새 왕조의 당위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에서라도 무너진 왕조에 대해 쪼금 과하게 왜곡한 기술을 했었다.

일제 강점기 때 이야길 하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무려 18,000여 점의 고문헌과 문화재를 쓸어갔고, 총독부는 20만 권의 문헌들을 수거해 불태웠다. 왜 그랬겠는가? 당연히 오래오래 조선을 지배하기 위해서였겠지. 조선인의 자주성과 우수함을 고취시키는 내용이나, 유구한 역사가 담긴 기록물이나, 존경할 선조들에 대한 기록, 아름다운 문장이 담긴 인문학 서적을 지워버리기 위해서였겠지. 가장 과학적이고 위대한 문자라는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름마저 창씨 개명했지 않은가. 그리고 조선사편수회를 세워 100만 엔이란 거금을 들여 조선의 역사를 축소 왜곡한 [조선사]를 쓰도록 했다. [조선사]에는 어떤 내용일까? 그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쳤던 내용과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 뭐라고? - 맞아요, 진짜야? - 맞다니까요. 말도 안 돼. -그러게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럼 그동안 일제 놈들이 쓴 역사를 배웠다는 거야? -왜 저보고 그러세요. 그건 역사가들께 따져주세요, 부디.


물론 전부 다라고 하면 안 된다. 말조심해야 한다. 분명히 이 문제를 절실히 느끼고 식민사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많은 소장파 연구자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분들께 존경과 박수를 -

하지만 여전히 식민사학과 중화주의 사관의 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특히 고대사와 역사 강역 문제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처럼 현재도 진행형이다. 우리 지성사의 별 같은 사서는 과연 없는 것일까? 아니! 있다. 바로 [환단고기]다.

- 어허, 이 놈 이제 보니 환빠였군 - 그래요. 전 환빠예요. 아주 자랑스럽게 말해요. 당신이 빈정대기나 말기나, 저는 소신대로 이야기할게요.


오래전부터, 주요 대학 강단에서 역사학계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은 [환단고기]를 비과학적, 비실증적이라는 굴레를 씌워 '위서'라는 라벨을 붙였고 소위 지성인들은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할, 읽지 말아야 할 '금서'로 취급해왔다. 아무개 교수님은 자기 저서에 '아직 확인도 되지 않은 책이니 학생들은 읽지 마라'라고까지 하시더군요. 무슨 소리? 그렇다면 더 읽고 연구해야지. 허구라면 무엇이 '허구'인지 밝히고 그 안에 담긴 '역사'를 찾아내는 노력이라도 해야지. 그도 아니고 '보지 마라.'라고? 지금이 중세야?

예전에 영상을 하나 올렸더니, '환단고기는 이미 위서라고 판정이 났으니, 사실 확인을 좀 하라'는 댓글이 있었다. 점잖은 나는 그냥 좋게 넘어갔다. 논쟁은 결국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이봐요. 오늘은 좀 솔직히 말해서요. 그러니까요. 도대체 그 위서라는 판정을 누가 한 거예요? 니가, 미안.. 당신이 했니,요? 읽고 이해는 되던가요? 그어~짓말 마세요. 전부 생소한 한문 문장인데, 무슨 수로? 삼성기 첫구절 ‘오환건국’부터 이해 못하실 텐데, 성통광명이나, 재세이화, 오환건국이니, 온통 처음 듣는 용어들일텐데, 그 수만 단어 중에 몇 개 현대어와 비슷한 거 찾아서 위서라고 돌팔매 치는 게 문헌연구라고? 설마 우리나라 서지학 연구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될라고요. 그냥 어디서 위서라더라 이야길 듣고 하는 말이거나, 부정을 위한 부정이겠죠. 아,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요. 휴~ 다시 우리 점잖아 지기로 해요. 당신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그렇게 듣고 그렇게 배운걸, 우리 함께 이 같은 현실을 아파합시당. 싸우지말긔. 환단고기를 주제로 발표된 연구가 지금까지 120여편이 나왔고 이 중 90%가 환단고기가 진서라는 연구발표였다. 그러니까 진짜 충분히 가치있고 인정할 수 있는 역사서라고!!


이런저런 이유로 고대 사서를 하늘에 별따기처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환단고기]는 깜깜한 밤하늘에 별 같은 책이 아닐까? 환단고기를 읽어보았다면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사실 '위서'라는 말은 꺼낼 수가 없는 거다. 이 책이 어떤 과정에서 출간되었고, 어떻게 전수되었는지 안다면, 정말 눈물을 흘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란 말이다. 저 앞에서 이야기한 조선사편수회 놈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고 축소하는 동안, 독립운동가들이 총칼 하나 살 돈을 아끼고 모아서 그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몇 권을 출간하고 그것도 일제에 빼앗기고 갈갈이 몸이 찢겨져 죽임을 당하며 전해준 책이다. 소위 베스트셀러 역사교사, 역사를 가장 역사답게 가르치는 역사강사, 예능에 자주 등장하는 국민대표 역사강사, 방송에선 환단고기는 일절 언급조차 안하던데. 동북공정을 비난하는 영상에서 오히려 동북공정을 인정하는 잘못된 지도를 버젓이 걸어두고서 말이다. 뭐가 잘못 됐는지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 사용했다면...? 뭐지? 개중에는 환단고기를 국뽕이라며 보지말라며 거들기도 한다. 그려~ 인기를 놓치지 않으려니, 먹고 살려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역사'가라며, 역사가는 그러면 안되는 거잖어. 아무리 이해하려고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한다 싶은 거다. 왜 그러실까? 환단고기 이야기하면 쫒겨날까봐, 학계에서 왕따 당할까봐 무서운가?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독립운동가를 존경한다는 이율배반적인 말을 그 입으로 할 수 있느냐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아! 저 흥푼, 흫분, 훙분, 크음 흥분하지 않았어요. 자주 봐온 일인걸요. 세종대왕께서 보고 계시다면 아마도...100% 이렇게 깨우침의 성은을 내려주실 거다.

https://youtu.be/P0l7DGFIf9s

에이 에이~ 웃자고  얘기에요. 웃자고. 가슴 아프지만 울면서 말할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다시 이야기하려구요.


여튼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인문 종교 연구는 유교 불교 등 외래 종교 사상 연구에 극단적으로 편향되어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런 토대에서 진짜 한국인 ‘자신의 지성사’ 연구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수많은 난관과 충돌이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환단고기는 소위 강단사학계의 무자비한 멸시와 공격을 받아왔고,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논쟁'으로 끌고 가는 전략에 대중들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럼에도 다행히 불굴의 사명감과 의지를 가진 지성들이 있어 우리의 사상, 철학, 우주와 인간에 대한 우리의 깨달음에 대한 연구는 멈추지 않고 지속해오고 있고 조금씩 그 성과를 얻어가고 있다.

확실히 요즘엔 좀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긴 하다. 작고하신 박순경 교수님이나, 역사학계의 큰 스승이신 한영우 교수님이나, 또 이름을 밝히면 깜짝 놀랄 다아실 지성들이 은근히 환단고기의 내용을 긍정하고 강연 중에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 제가요, 그래도 환단고기를 읽어온지 20년이 넘었어요. 역사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관련 책 하나 내지도 못한 사람이라 입 꾹 다물고 있지만, 그래도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저게 어디서 나온 내용인지는 번뜩 눈치 챈다고요.


저의 이런 눈치를 한 번 믿어보시길, 그리고 환단고기를 꼭 읽어보시길 -

정말 한국의 '지성'인이라면, 근현대사의 굴곡이 만든 편견과 프레임에 걸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 사상과 종교에 대해 지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지 않을까?

[환단고기]에는 우리 선조들의 빛나는 지성이 있고, 영성이 있고, 역사가 있으니까. 환빠 따위의 비아냥은 웃어버릴 수 있는 인간의 존귀함과 하늘과 땅과 인간에 대한 깨달음이 담겨 있으니까. 국수주의나 극단적인 민족주의가 아닌, 모든 인류와 문화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홍익인간의 가르침이 담겨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요. 환단고기를 파시즘이나 내셔널리즘이라는 위인들의 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요.

이 글에  또 시비 걸 사람들 있겠지만, 또 그 이상 동감하고, 마음으로 함께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싸! 오랜만에 B급으로 글 썼더니 속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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