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열이 되고
열은 만이 되어
대지를 가득 채우리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우리가 되어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우리라
씨앗은 썩어지고
내 몸은 부서지고
내 이름은 더럽혀지고
내 존재는 잊혀지더라도
싹은 틔우고
가지는 뻗어나가
비바람을 이겨내고
열매를 맺으리라
충혼들 심장에 새겨
총칼에서 지켜낸
한 글자, 한 문장
연약한 종이에 전하지만
피로 쓴 글이라 생각해다오
단심가 흩뿌려진 피
수백년 세월에 지워지지 않듯
원수 같은 왜놈들에
사지가 잘려 뿌려진 내 피
대동강 마를 때까지
아우성치며 흐리리라
하나는 열이 되고
열은 만이 되어
대지를 가득 채우리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우리가 되어
세상을 가득 빛으로 채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