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혼 계연수

by 오후의 책방

하나는 열이 되고

열은 만이 되어

대지를 가득 채우리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우리가 되어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우리라


씨앗은 썩어지고

내 몸은 부서지고

내 이름은 더럽혀지고

내 존재는 잊혀지더라도


싹은 틔우고

가지는 뻗어나가

비바람을 이겨내고

열매를 맺으리라


충혼들 심장에 새겨

총칼에서 지켜낸

한 글자, 한 문장

연약한 종이에 전하지만

피로 쓴 글이라 생각해다오

단심가 흩뿌려진 피

수백년 세월에 지워지지 않듯

원수 같은 왜놈들에

사지가 잘려 뿌려진 내 피

대동강 마를 때까지

아우성치며 흐리리라


하나는 열이 되고

열은 만이 되어

대지를 가득 채우리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우리가 되어

세상을 가득 빛으로 채우리라



매거진의 이전글눈덩이 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