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어
꼬맹이들이나 타는 세발자전거는 아니야
키 큰 형아들, 양복 입은 아빠가 타는
오토바이크 같은 두 발 자전거, 바로 그거야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숨겨진 골목길을 모두 찾아낼 거야
잘만하면 옆동네까지 한달음에 갈 수 있을 거야
아빠는 위험하다 했지만,
난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건 딱 세 번이면 돼
신나게 달렸지, 바람이 함께 달렸어
꼬맹이라며 날 놀리던 예쁜 계집애는,
‘흥’이야! 난 흥이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길을 잃어버렸어
저 다리를 건너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
어디로 뻗어있는지 모르는 길,
숲 속 산속으로 숨겨진 끝을 알 수 없는 길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모두 달려가 볼 거야
잘만하면 하늘까지 단박에 뛰어오를지도 몰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길을 잃어버렸어
저 산 너머 뭐가 있을까 구름밖에 보이지 않아
어디로 뻗어있는지 모르는 길,
엄마 아빠도 말해주지 못한 나만 알 수 있는 길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거야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모두 달려가 볼 거야
잘만하면 구름 타고 바람 타고 날아오를지도 몰라
아빠는 위험하다 했지만
혼자여야만 한다는 걸 알았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건 딱 세 번이면 돼
신나게 달렸지, 바람이 함께 달렸어
꼬맹이라며 날 놀리던 예쁜 계집애는 흥이야
절대 안 될 거라 놀려대던 잘난 형아들은 흥이야
‘흥’이야. 나 ‘흥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