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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Dec 22. 2021

자전거

아빠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어

꼬맹이들이나 타는 세발자전거는 아니야

키 큰 형아들, 양복 입은 아빠가 타는

오토바이크 같은 두 발 자전거, 바로 그거야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숨겨진 골목길을 모두 찾아낼 거야

잘만하면 옆동네까지 한달음에 갈 수 있을 거야


아빠는 위험하다 했지만,

난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건 딱 세 번이면 돼

신나게 달렸지, 바람이 함께 달렸어

꼬맹이라며 날 놀리던 예쁜 계집애는,

‘흥’이야! 난 흥이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길을 잃어버렸어

저 다리를 건너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

어디로 뻗어있는지 모르는 길,

숲 속 산속으로 숨겨진 끝을 알 수 없는 길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모두 달려가 볼 거야

잘만하면 하늘까지 단박에 뛰어오를지도 몰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길을 잃어버렸어

저 산 너머 뭐가 있을까 구름밖에 보이지 않아

어디로 뻗어있는지 모르는 길,

엄마 아빠도 말해주지 못한 나만 알 수 있는 길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거야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모두 달려가 볼 거야

잘만하면 구름 타고 바람 타고 날아오를지도 몰라


아빠는 위험하다 했지만

혼자여야만 한다는 걸 알았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건 딱 세 번이면 돼

신나게 달렸지, 바람이 함께 달렸어

꼬맹이라며 날 놀리던 예쁜 계집애는 흥이야


절대 안 될 거라 놀려대던 잘난 형아들은 흥이야

‘흥’이야. 나 ‘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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