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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Jul 14. 2022

이기기 위해 우리가 버린 것은

https://youtu.be/8viTNkxfkFM


 나와 너로 이뤄진 세계에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과는 달리 오직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살아가는 우영우. 그래서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나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우영우.

 우당탕탕 우영우가 권모술수 우영우가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남을 속이고 또한 자신을 속였다. 무엇을 위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5화에서 그녀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동료 권민우와 함께 두 ATM 회사가 저작권을 두고 벌이는 소송 사건을 맡게 되었다. 우영우는 권모술수에 능한 권민우를 이기고 싶었고, 재판에서도 이기고 싶었다. 조사를 하면서 그녀는 의뢰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음에도 이를 외면한다. 뜻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거짓말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결국 거짓말을 증거가 발견되며 재판에서 폐소 했다. 그럼에도 의뢰인은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여러 은행과 계약 체결을 하며 재판결과에 상관없이 큰 이끗을 챙겼다. 진실은 밝혀졌으나 얻은 것이 없었고, 거짓은 들통났으나 많은 것을 가져갔다. 현실은 종종 이렇다.  자신만의 세계에 살아가면서도 자신조차 속였다는 것을 깨달은 우영우. 그녀는 의뢰인이 부자가 되라며 준 해바라기 그림을 떼어 내고, '유능한' 변호사가 아닌 '훌륭한' 변호사가 될 것을 부탁한 상대 의뢰자의 편지를 사무실 벽에 걸어둔다.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하듯. 변호사로서 한 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보는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아려올까?


 미운 다섯 살이 지나면 너와 나의 세계로 들어간다. 거의 모든 '보통'의 사람들은 그렇다. 나의 생각과 다른 남의 생각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때론 배려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너와 내가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은 아름다운 여름날 헤아릴 수 없이 뻗어나간 가지와 잎을 떠올린다. 햇살을 받지 못하는 잎이 없도록 가지는 조금씩 옆으로 틀어지고 비켜나며 잎을 벌려 나간다. 여름은 천만갈래로 갈라지기에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에서 '다양성'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 

 이기도록 가르치고, 이겨야만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 경쟁사와 이겨야 이윤을 남길 수 있고,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 빛을 받지 못하는 작은 나무는 시들고 만다. '나와 너'로 이뤄진 세계에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들은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하고 상대의 마음을 훔치려 한다.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누워 진실함과 사랑으로 충만한 기분으로 잠에 든 적이 언제였던가! 우영우가 자신을 속였다며 아파하는 건, 아직 우리 가슴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5살 마음이 아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느 실험에서, 넓은 공간에 토끼를 키웠더니 패를 갈라 싸우기 시작했고, 좁은 공간에 밀어 넣었더니 무기력해지고 전염병에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논문의 마지막에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적절한' 공간과 거리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있었다 한다. 

 너와 나의 거리는 어느 정도이어야 할까. 너와 나는 비록 다르지만,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림짐작 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닐까? 남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단지 나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우리가 같은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거리 말이다. 


'유능한' 변호사가 아닌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 달라는 말을 바꾸어 보면, 

'유능한 삶'이 아닌 '훌륭한 삶'을 살아달라는 말이 아닐까. 

진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너와 내가 다를 때 더욱 빛난다. 

자신을 속인 것을 괴로워하는 우영우가 오늘 더욱 빛나 보였던 것은 그 마음 때문이 아닐까.


#이상한변호사우영우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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