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하는 길에 잠자는 아이들 얼굴을 살짝 엿보았습니다.
문득 일어나서 아빠가 없으면 아이들이 많이 섭섭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큰 아이 스케치북을 꺼내 크래용으로 쓱쓱 그림을 그리고, "아빠 일하고 올께~"라고 글을 썼습니다. 식탁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문을 나섰습니다.
저녁에 퇴근하니 이 그림이 냉장고에 붙어있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라했다고 하더라고요. 큰 아이는 아빠가 뭐라고 썼냐고 물어보더랍니다. 자기 안 닮았다고 하면서도 몇번이고 쳐다봅니다. 아직 아이들이 글을 쓸줄도 읽을줄도 모르던 몇해전의 이야깁니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 그림편지를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일찍 나가거나 늦게 들어오거나,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미안한 마음 때문에, 보고 싶은 마음때문에 그렇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걸 그림으로 그렸었지요.
아내에게도 아이들처럼 그림 편지를 썼습니다. 그릴 때마다 제 얼굴이 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잘그리려고도 하지 않았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시간되는데로 쓱쓱, 다만 평소 말로 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말로 하기 쑥쓰러운 표현도 그림으로 표현했지요.
어느날 자정이 지나 늦게 들어온 날, 식탁에는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큰 아이게 제게 편지를 써 두었더군요.
어저께 야근작업을 하고 새벽에 들어와 지쳐 누웠는데, 몸을 뒤척이다 얼굴 옆에 뭔가 부스럭대는게 있어 눈을 떴습니다. 봉투가 하나 있어 열어보니 그림 한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아내는 작은 녀석이 저한테 쓴 편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빠랍니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 네 입을 못 다물겠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둘째는 아직 글을 모릅니다. 아빠한테 편지를 쓰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말로 다하지 못하는 마음, 말로 표현하기 쑥스러운 마음, 그림으로 전해보시는건 어떠세요. 아마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