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이기는 철학> 브리지드 딜레이니
요즘 스토아 철학에 관한 책들이 참 많이 보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 <불안을 이기는 철학>도 스토아 철학을
우리들 하루하루의 삶에 적용한 실용철학서입니다. 저자 블리지드 딜레이니는 호주 출신으로 <가디언>의 기자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시겠지만 2019년 여름 호주는 거대한 산불이 계속 이어져 호주 전체가 온통 잿더미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늘이 온통 짙은 구름과 벌겋게 달아올랐었죠. 저자는 강도를 당해서 죽음의 코앞에까지 간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겪으며 언제 어느순간 죽음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삶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합니다.
요즘 스토아 철학에 관한 책들이 왜이렇게 많이 나오고, 주목받을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거에요. 이 복잡하고 난관으로 가득한 삶을 어떻게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요. 저자는 우연이 스토아 철학에 관해 칼럼을 쓰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스토아철학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는 실험을 시작합니다. 이 책은 그 산물이에요.
이 책의 제목이 <불안을 이기는 철학>인데요. 왜일까요?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불안와 공포를 아주 명확하게 구분했어요. 공포는 두려움의 대상이 분명한 것, 반면에 불안은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특정대상이 없는 것이라고 규정했어요. 존재자로서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주어지는 불안은 뭘까요? 바로 죽음입니다. 우리는 언제 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줄 모릅니다. 죽음의 있기에 삶의 의미를 묻게 됩니다. 저자가 스토아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바로 죽음이란 화두 때문이었어요. 스토아 철학자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가 이 책의 시작을 이루고 있습니다.
삶은 성공가도를 달릴 때도 있고,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자꾸만 나락을 떨어지는 때도 있습니다. 스토아 철학이 그 어느 때라도 중용을 지켜나가며,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지혜를 전합니다. 스토아철학이 탄생했던 헬레니즘 시대는 오늘날 못지않게 혼돈의 시기였습니다.
대표적인 스토아 철학자로 창시자인 제논, 노예 철학자 에픽테토스, 로마 황제 네로의 스승이었고, 훗날 칼리굴라에 의해 자살을 강요받았던 세네카, 그리고 로마의 가장 위대한 황제라 불리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 있습니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은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지요. 그의 아들 코모두스가 아버지의 치적을 따라가지 못해 사실상 로마의 운명은 기울어지게 되는데요, 이런 역사에 상상과 허구를 곁들여 제작된 영화가 글레이디에이터입니다.
이들은 문명과 사회를 떠나 개인의 평화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스토아 철학이 기원전 4세기에 창시되어 로마시대 황제에게, 그리고 역사 속 여러 위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지금도 다시 주목받는 것은 사실 현실 세계에 살아가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실존적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수많은 곡절을 겪으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 깊이 지켰던 지혜는 무엇일까요?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통제할 수 없는 일도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수록 그 일을 통제할 힘은 더 적어진다.”
에픽테토스의 말입니다.
스토익, 즉 스토아적으로 산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 즉 정념을 갖지 않는 것, 그것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이고, 정념이 없는 마음의 평온을 아파테이아라고 합니다. 스토아적인 삶이란 마음의 평온 아파테이아를 추구하는 삶인 것이고 이 책의 전체를 꿰뚫는 주제입니다.
두어차례 저서를 소개했던 라이언 홀리데이도 스토아 철학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작가입니다. <에고라는 적>, <스틸니스>, 그리고 오기노 히로유키의 <에픽테토스의 인생수업>도 스토아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삽화가 곁들어져서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제가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스토아철학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어요. 비록 동양의 역철학처럼 자연의 순환법칙을 정밀하게 밝히지 못했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은 우주는 영원히 순환하는 법칙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런 순환적 세계관이 자연에 대한 태도, 삶과 죽음, 윤리도덕 등 스토아 철학의 근간이 됩니다.
요즘 철학책이 아니더라도 자기개발서나 마음의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에 이런 삶의 지혜들이 너무나 자주 등장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스토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낭독은 2부의 첫 장인 감정의 동요를 줄이는 법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