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태 소장의 [고수의 처신법]
오늘 소개할 책은 한근태 선생님의 《고수의 처신법》입니다. 한근태 선생님은 기업 자문이나 CEO 경영코치로 3천 회가 넘는 강연을 해왔고,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에서 북리뷰 칼럼 15년 넘게 연재해 왔습니다.
《고수의 학습법》, 《고수의 질문법》, 《고수의 독서법을 말하다》 등 高手란 키워드로 여러 저서를 내셨는데요. 이번 책은 《고수의 처신법》입니다.
‘고수’란 바둑이나 장기에서 수가 높은 사람을 말하잖아요.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어떤 난제에 부딪혔을 때 엄청난 지식, 노하우가 필요한 게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딱 한 수, 상대가 생각지 못하는 한 수만 알아도 이길 수 있다고. 한근태 소장님은 코로나19를 지나며, 요즘 사람들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 '각자의 처신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짚었어요. 그 맹점에 놓을 묘수로 ‘처신법’에 대한 지혜를 담은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삼지三智 :지명知命·지례知禮·지언知言을 말합니다.
『論語』의 마지막 장에 「요왈」 편 나오는 구절인데요.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모르면 설 수 없고, 말을 모르면 사람을 알 수 없다.”라는 구절입니다.
삼지三智는 지인知人, 즉 사람을 아는 것으로 귀결되고 그 목적은 군자가 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 책에서 말하는 ‘처신법’은 권모술수의 능한 세속적 처신이 아니라 삶의 의미, 삶의 목적을 찾아가기 위한 지혜이겠지요.
공자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시중의 도’라고 합니다. 시중時中은 『中庸』 2장의 "군자가 중용을 이룸은 때에 맞게 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서 나옵니다.
때와 장소에 맞는 자세, 시중의 도를 행하는 현실의 지혜가 곧 ‘처신’이라 하겠습니다. 진리를 아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그 목적에 다다르기까지 나를 지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삶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언제 어느 순간 난관에 부딪힐지 모릅니다.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모든 결정은 나의 책임입니다. 때문에 현실에서 처신은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입니다. 내가 손수 일을 해야 할 위치인지, 누군가에게 믿고 맡겨야 할 위치인지, 지금 나아가야 때인지 물러날 때인지, 기다려야 할 때인지 고개를 숙여야 할 때인지, 주장을 내세워야 할 때인지 내가 낄 때인지, 입 다물고 들어야 할 때인지….
‘처신’이란 내가 머물 자리를 안다는 뜻인데, 그러려면 우선 내가 나 자신의 깜냥을 알아야겠죠. 그리고 이를 미루어 남을 알아가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종종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짤막짤막하게 말합니다. ‘나는 이렇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여러분도 책을 읽으면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결정해야 할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요. 마치 겸손히 의견을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이죠. 때론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인데, 남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둘러대는 경우도 있어요. 자기 손에 더러운 걸 묻히기 싫어 남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사람의 머리가 아주 비상하고 교묘해서 그런 걸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남을 탓하기 전에 나설 때와 물러날 때는 모르는 치기 어린 사람이 그런 상황을 불러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낄 때, 안 낄 때 모르고 겁도 없이 참견한다고 혼난 적이 있어요. 그땐 그 말이 속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말은 저를 보호해 준 조언이었어요. 조금 더 지혜로웠다면 어땠을까? 처신의 지혜를 알았다면 좋았을 기억이 제게도 있습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처럼 짤막한 담론으로 구성된 책이라 틈틈이 손에 잡히는 데로 읽기에 아주 좋은 책입니다. 한근태 소장님의 《고수의 처신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