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
이 책은 소개하기가 많이 꺼려졌던 책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여러분들께 선물로 드렸어요. 아이러니하죠? 소개하기는 조심스러운데, 선물을 많이 했다고! 도대체 왜? 오늘 소개할 책은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입니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20년 8월이었고요. 저는 10월에 이 책을 읽었었는데, 3년이 지났네요. 왠지 뒷북치는 것 같긴 합니다. 왜 그렇게 망설였냐고요? 이 책은 신분, 사회 계층을 구분하는 책이거든요.
여러분은 <타이타닉>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두 이야기 중에 어느 것을 더 좋아하세요? 둘 다 너무 재밌죠. 타이타닉은 신분이 높은 사람이 신분이 낮은 세계로 내려온 이야기예요. 반면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문화상류층으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결국 차이와 다름을 느끼고 돌아오는 이야기예요.
이처럼 『아비투스』는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다만 계층을 인정하되, 문화계층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논지입니다.
『아비투스』는 프랑스 철학자 보흐디유가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취향, 습관, 아우라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제2의 본성.
▪계층 및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
즉 '아비투스'는 사회 속에서 얻게 되는 사회적 신분, 지위, 품격을 의미해요.
저자 도리스 메르틴은 독일 레겐스 부르크 대학에서 언어와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언어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그 안에 담긴 코드를 분석하고 언어적. 비언어적 태도와 개성을 잠재력이나 성공과 연결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책은 이 연구의 연장이자,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매너, 태도, 교양, 사회 속에서 나의 문화적 품격이 어느 정도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사회에는 아비투스에 의해 나누어지는 ‘구분 짓기’가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알게 해 줍니다.
■ 과연 이 책에서 우린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사회적 배경을 3가지로 요약하면
▪한국 사회는 더 이상 계층 간의 이동이 불가능한 사회라는 인식
▪N포 세대, 불공정 사회 속에 사는 젊은 계층에 만연한 패배의식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데 치우친 미디어, SNS를 들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문화상류층과 교류하고 그들을 어우러질 수 있는 아비투스를 함양하기 위해, 다양한 계층, 문화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 조직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 참고할만한 유용한 도서입니다.
■ 핵심주제
▪ ‘아비투스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할 수 있다’
‘아비투스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폭로한다.’
심리학에는 ‘크랩 멘털리트(Crab mentality) 효과’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게들은 사실 바구니에 쉽게 기어올라 탈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이 기어오른 동료를 다른 게들이 다시 아래로 끌어내리기 때문에 탈출할 수 없다고 하죠.
▪ 아비투스는 의사소통과 같다.
왜냐하면 아비투스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주거든요. 상위 10%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아비투스가 최고의 기회를 가집니다. 그런 사람을 알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돈과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서 안전할 뿐 아니라, 잠재력을 가장 빨리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진입하지요.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 당신이 만드는 모든 것, 당신이 해내는 모든 과제가 아비투스를 만듭니다. 이 책은 그 열쇠는 당신 손에 있다고 말합니다.
■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
사람은 각자 다른 조건을 갖고 삶을 시작합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우리는 성공에 유리한 아비투스를 많이 혹은 적게 몸에 익힙니다.
불공평한 현실부터 인정하기
프랑스 사회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는 『구별 짓기』에서 상류층, 중산층, 하류층의 전형적인 생활방식과 인생관을 연구했습니다. 이 책에서 ‘아비투스 Habitus’라는 개념이 등장하지요. 이 단어는 ‘가지다, 보유하다, 간직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아비레 habere’에서 파생했습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가치관, 선호, 취향, 행동 방식, 습관으로 세상을 맞이하느냐는 아비투스에 달려 있다고 해요. 태어나 자라면서 경험했던 모든 것이 지금의 태도를 빚어낸다는 것이죠.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우리가 어떤 사회적 관계 안에서 성장했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비투스는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이다.
아비투스는 우리의 사회적 서열을 저절로 드러낸다.
모두 자신의 가정에서 아비투스를 가져오지만 모든 아비투스가 세상에서 똑같은 가치로 간주되지는 않습니다. 불공평하죠. 하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성공한 삶과 개인의 품격은 돈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보흐디유는 탁월함의 전제 조건을 자본이라고 보는데, 그가 말하는 자본에는 돈과 능력 이외에 많은 것이 포함됩니다. 자본 유형을 다양하게 가질수록 더 높이 올라가지요. 아비투스를 결정하는 7가지 자본유형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 심리자본 :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낙관주의, 열정, 상상력, 끈기,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느냐 아니면 중간 수준에서 머물게 하느냐 하는 부분인데요. 이것은 그 사람의 심리적 안정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의 신뢰, 기다림, 인내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를 보면서 배워나갑니다.
■ 문화자본 :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선망과 존중을 받는 코드와 취향. 몸에 밴 고급문화와 탁월한 사교술이 고전적 문화자본이라면요. 요즘 트렌드는 주의 깊고 한결같은 생활양식 혹은 용기 있는 기행과 개별성이 새로운 문화자본입니다. 나답게 사는 것, 힙하게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렇다고 고전적인 문화자본을 무시해선 안돼요. 클래식은 영원하니까요.
■ 지식자본 :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졸업장, 학위, 전문지식, 경력, 학술 및 기능 자격증 같은 거예요.
한국사회에서 지식자본은 가장 일반적인 아비투스였어요. 그런데, 경제적인 상황, 지역환경이 지식자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를 보면 이조차 기울어진 운동장 같아요. 일단 맞아요. 인정합시다. 하지만, 운동장 자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코로나19로 온라인 전문교육, 유튜브로 지식인들이 진출하면서 최고의 강의를 기술을 특정 대학에 가지 않아도 배울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 이 범위는 더 확장될 거예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예요. 그렇게 본다면 지식자본의 핵심은 대학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이 아니에요. 자신의 지식과 역량으로 어떤 일을 해내는 실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단 만사가 귀찮고 게으른 사람은 안 되겠죠. 이런 경우는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 자기의 체력과 에너지를 관리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식의 전환, 생활개선부터 우선 되어야 해요.
■ 경제자본 : 얼마나 가졌는가
소득, 현금자산, 부동산, 주식, 현금, 보험 예상되는 상속 재산 등 모든 물질적 재산을 말해요. 말해 뭐 하겠어요. 설명이 필요 없겠죠.
■ 신체자본 :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스스로 얼마나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활기차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판단. 사람들은 외형에서 사회적 지위, 내적 가치를 유추한다. 운동해야 해요. 옷도 잘 입어야 합니다. 밀라논나를 정말 많이 좋아해요. 신체자본의 대표적인 분이라고 생각해요. 비싼 옷, 고급 액세서리, 근육질의 탄탄한 몸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렇지 않아요. 패션은 상황에 맞는 옷, 단정한 옷차림과 용모 그리고 늘 제가 주장하는 슬로건이 있어요. 패션의 마지막은 책이다. 그런 면에서 신체자본은 앞에서 말한 지식자본과 다음에 소개할 언어자본과 곁들여질 때 최고의 빛을 발할 수 있어요.
■ 언어자본 : 어떻게 말하는가
유창한 언변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다양한 관점에서 구체적, 객관적으로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어디에서 무슨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할지 아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달리 말하면 ‘교양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어요. 달변가도 좋지만 말이 조금 어눌해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 공감하는 자세,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상대를 높여주는 대화를 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사랑받아요.
■ 사회자본 : 누구와 어울리는가
누구를 아는가. 개인이나 집단과 얼마나 잘 지내는가. 든든한 가족, 훌륭한 롤모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 진정성 있는 멘토,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수준 높은 커뮤니티를 구축할 있는 커뮤니티 역량이에요.
그러데 한번 보세요. 앞에서 말한 6가지 자본은 바로 사회자본으로 귀결돼요. 인맥! 많은 사람을 아는 마당발이 아니라 정말 훌륭한 사람과의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능력이에요. 한동안 ‘손절’이란 주제로 올라오는 영상이 많았어요. 인플루언서들도 이 주제를 꼭 다루시더라고요. 이 책을 소개하는 것도 많이 꺼렸다는 것처럼 저는 사람을 가려가면서 사귀는 방식에 거부감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이 책을 여러 분들께 선물했다고 했잖아요.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죠, 저도 현실은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이냐는 너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인가 봐요.
저자는 이 일곱 가지 자본 유형은 투자 포트폴리오와 같다고 말합니다. 상류층은 보통 모든 자본 유형을 넉넉히 갖고 있고, 그런 가정의 아이는 삶의 출발선부터 더 많고 좋은 자본을 쥐고 있죠. 엘리트를 채용할 때도 같은 원리가 작용합니다. 회사나 조직의 결정권자가 되려면 결정권자와 닮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어려서부터 고급 아비투스가 몸에 밴 사람은 평균적으로 두 배 더 빨리, 더 쉽게 최고가 된다고 합니다.
"성공하고 싶은가? 우선, 성공한 사람을 닮아라! 아비투스"
도리스 메르틴은 이후 《엑셀런트》를 썼고, 곧 새로운 책이 나온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책 소개를 마칩니다. 오후의 책방이었습니다.
유튜브 오후의 책방 채널에도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