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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Jun 09. 2024

공명지조, 머리가 둘 달린 새

환상동물이 주는 교훈

https://youtu.be/YXTIYMT1w24?feature=shared


오후 : 이 책은 되게 독특한 게요. 저도 상상동물과 관련된 책을 아이들에게 사주려고 책을 여러 권을 봤는데 이 책은 그저 흥밋거리를 위한 책이 아니에요. 분명히 학술적인 내용이 충분하고, 자료가 굉장히 풍부하고, 그러면서도 이런 말이 있잖아요. '아이들은 재밌으면 사전을 찾아서라도 본다.' 저는 이 책이 아이들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작가님께서 이 책을 저술하실 때 어떤 부분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용덕 작가 : 무엇보다 내용 하나하나 허투루 쓴 것이 없습니다. 책 뒤에 참고문헌에 있는 논문과 연구 보고서들이 있는데, 이런 문헌들을 참고해 쓴건데, 그렇게 책을 쓰다 보면 어떤 단점이 있냐면요. 대중성이 없어지긴 합니다. 재미없죠. 그래서 저는 초등학생도 읽었을 때 어렵지 않게 써야겠다! 그래서 최대한 풀어썼습니다. 고유 명사들도 있겠지만, 그 고유명사를 꼭 써야 한다면 그 고유명사를 쓰면서 해설을 붙이죠. 이런 식으로 모두가 보기 쉽게 써야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계속 집필을 해온 것 같습니다.    

  

오후 : 학술서지만 그래도 충분히 아이들도 읽을 수 있고 굉장히 흥미롭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부모님들이 그래서 이 책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조금 별다른 질문인데요. 오랫동안 이렇게 연구를 해 오셨는데 아마 이제 은사님들의 영향도 굉장히 많이 받지 않았을까... 제가 이 책의 추천사를 보고 그 이름이 굉장히 낯익은 거예요. 제가 평소에 인별로 많이 팔로워도 하고 존경해 온 정병모 교수님입니다. 정교수님이 작가님을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보기 드문 학자'라고 높이 평가해 주셨는데, 두 분은 어떤 인연이 있으셨는지?  

김용덕 작가 : 저의 은사님이십니다. 학부 때부터 석사까지 지도를 해주신 저희 은사님이세요. 그래서 이제 글 쓰는 방법도 사실 이런 대중적인 글을 쓸 때는 정병모 교수님의 지도가 좀 컸던 것 같아요. 쉽게 써야 한다는 이 인식이 사실 정병모 교수님께 배운 거거든요. 정병모 교수님의 강의나 혹은 책을 보면요. 저는 진짜 손톱만큼도 안 되지만 (아유~ 너무 겸손하십니다) 엄청 쉽고 재밌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좀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오후 : 또 한 분이 더 계시죠?  오세덕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셔서 제가 그분의 영상을 찾아보니까요.  제가 느끼기엔 굉장히 엄하고 깐깐하신 분이 아닐까? 헬로붓다TV에서 여러 번 강의를 하셨더라고요?

김용덕 작가 : 전공이 불교 건축이세요. 사실 저는 학교 다니면서 제일 어려웠던 게 건축이랑 석탑 같은 '석조미술'이었거든요. 공학적인 부분도 봐야 하니까 되게 어렵습니다. 근데 이제 그거를 잡아주시려고 아주! 아우! 눈물 콧물 쏟은 적도 많고 또 워낙 열정적이세요. 엄하시고, 열정적이시고 아까 말씀드린 정병모 교수님에게 대중적인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웠다면 오세덕 교수님한테는 논문을 쓰는 방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오후 : 두 분의 영향을 다 받으셔서 학술서이면서도 굉장히 대중적인 (책을 쓰셨군요) 서문에서 환상동물이 가지는 큰 상징을 두 가지로 정리해 주셨는데 하나는 부처님의 불국토 또는 이상세계를 상징한다고 했고, 또 하나는 권선징악을 상징하는 교훈의 목적이라고 하셨거든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한번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용덕 작가 : 이솝우화에 주로 등장하는 것이 동물이죠. (아! 그렇네요.)  

 교훈의 대표적인 게 뭐냐고 여러분들이 물어보시면 저는 항상 '백두어百頭魚'라고 하는 물고기를 꼽곤 합니다. 백두어가 말 그대로, 머리가 100개 달렸다는 뜻입니다. 100가지 동물의 머리를 달고 있는 괴물 물고기입니다. 불교 경전에 나오는 설화인데요. 근데 원래 이 백두어가 사람이었어요. 전생에는! 아주 총명하고 똑똑한 사람입니다. 근데 이 사람이 입이 좀 험했습니다. 사실 우리 비속어 쓸 때 동물에 많이 비유하죠? 그래가지고 이 사람이 죽고 난 뒤에 자기가 험담했던 동물들의 머리를 다 달고 태어난 거죠. 백개씩이나? 네, 얼마나 욕을 그렇게 했으면... 그래서 저는 이걸 보고 "아, 말이라는 게 참 무섭구나!"

오후 : 저희가 얼마 전에 총선이 있었어요. 각 분야에서 보면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서로를 악마시 하기도 하고 완전히 극과 극에 서서 사회가 분열되는 게 참 자주 보이는 모습인데 머리가 둘 다니는 새가 있더라고요. 그 얘기를 좀 시청자분들께 전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김용덕 작가 : '인면조人面鳥'라는 환상동물이 있습니다. 인면조가 여러 가지가 있죠. 유교 문화에는요, 파랑새(청조靑鳥)가 있고요. 그리고 불교문화에 가릉빈가와 공명조라는 인면조가 있습니다. 근데 '가릉빈가迦陵頻伽'는 머리가 하나, '공명조共命鳥'는 머리가 두 개입니다. 경전을 보면요, 욕심을 낸 사람은 '기바기바가(耆婆耆婆迦)'가 된다고 되어 있거든요. '기바기바가'가 공명조의 원어예요.  이게 '지지배배', '짹짹'하는 새소리를 뜻해요. 거기에서 유래된 이름인데, 공명조가 머리가 두 개면, 인격도 두 개일 겁니다. 인격이 두 개니까, 이름도 두 개겠죠.  하나는 가루다(迦嘍茶, Garuḍa) 또 하나는 우파가루다(憂波迦嘍茶, Upagaruḍa) 히말라야(설산) 어떤 공명조가 살았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잠이 들고 한 친구는 깨 있었죠. 근데 이제 깨어있는 친구가 뭘 발견했냐면 아주 맛있고 건강이 좋은 열매 혹은 꽃잎이라고도 하고요. 그 열매를 보고 갈등을 합니다. 깨울까 말까, 깨울까 말까? 자기가 생각하기를 어차피 우리는 한 몸이니까, 내가 먹어서 배부르면 얘도 배가 부를 거야라고 해서 깨우지 않고 먹죠. 이제 잠에서 깬 친구가 일어났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왜 배부르지? (나는 먹은 기억이 없는데) 그래도 물어보죠. 혹시 뭐 먹었니? 먹었대요. 여기서 얘가 삐진 거예요. 화가 났죠.  날 깨우지도 않았다고. 너 나중에 두고 보자. 이렇게 뒤끝이 있는 그 친구는 그렇게 며칠이 지나다가 정반대가 됩니다. 깨어있던 친구가 자고 서로 반대 상황이 되죠. 근데 그 친구도 열매를 발견합니다. 근데 그 열매는 독이든 열매였습니다. 설마 먹었을까요?  먹으니까 바로 즉각 효과가 나타나죠, 독이 들었으니까. 그 고통에 잠이 들었던 친구가 깹니다. 자기도 분명 아팠을 거예요.  왜 이걸 먹었냐니까, 일전에 나 안 깨우고 맛있는 거 혼자 먹었지 않았냐? 그 복수라고 결국 그렇게 죽어갔다는... 공명조설화  질투와 분열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주는!      

오후 : 아까 이솝우화 예를 드셨는데,  진짜 확 와닿네요. 상상동물  이야기가 굉장히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용덕 작가 : 이게 옛날에 지어진 이야기들이 사실 지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한테도 다 적용이 되는 거 같아요. 공명조 같은 경우는 정치계에서 많이 쓰는 이야깁니다. 공명지조共命之鳥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씁니다. 정치계에는!        


오후 : 여러 가지 동물을 이 책에서 담고 있는데, 연구원님 연구할 때 석사 논문 주제가 '고구려 벽화 속에 현무玄武'였잖아요? 이 책에서는 현무 이야기를 별로 안 하신단 말이에요.  그래서 되게 궁금했어요. 어떤 주제를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

김용덕 작가 : 이 책에 8마리가 들어가 있죠. 원래는 20마리였습니다. 그러면 아마 책 두께가 이만큼 됐을 것 같습니다. 근데 책이 출간 일자랑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일단은 가장 유니크한 친구 8마리를 싣자고 해서, 8마리가 실리게 된 거예요. (고른 거군요) 물론 그 목차 중에 현무가 있었죠.  사실 현무를 공부하게 된 이유가 어떤 동물로 석사 논문을 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자로 원래 쓰고 싶었는데 근데 사자가 나올 게 다 나왔습니다. 단독적인 유물에 있는 사자 정도야 단일 연구로 가능하겠지만 사자 이미지 자체를 연구하는 건 미술사학계에서는 이미 다양하게 연구되었기 때문에 제가 뭐 할 게 없어요. 그래서 방황에 빠지다가 우연히 사신도四神圖를 봤는데 현무가 다른 양상을 띠는 게 보였죠.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고구려 고분벽화의 현무' 우리가 생각하는 사신도하면 고구려 고분벽화를 생각합니다. 사실 사신도는요, 조선시대까지 쭉 표현됩니다. 물론 통일신라 때는 잠시 없어지지만 고려시대부터 다시 나타나거든요, 사진도가. 근데 이 사진도에서 가장 큰 특징을 보이는 게 바로 현무입니다. 사신도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이렇게 있죠. 뭐 굳이 말씀드리면 여기 주작朱雀이 실려 있으니까 고구려의 주작은 주로 쌍으로 나타나죠 근데 고려시대부터 이제 한 마리가 되고 연꽃이나 바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현무 같은 경우는 원래 고구려의 표현되던 현무는 거북이와 뱀, 귀사합체라고 합니다. 이제 거북이와 뱀이 이렇게 엉킨 모습인데 고려시대 현무는 뱀이 없습니다. 뱀도 없고요. 등껍질에 뭘 얹고 있습니다. 바로 산山 선배님들이 아직 언급을 안 하셔 가지고 어? 이거 왜 그러지?

답을 좀 얻은 게, 일본미술에서 일단 시각적인 걸 얻었고요. 도쿄 국립박물관에 스님의 가사를 넣는 함이 있어요. 근데 그 함에 보면 거북이가 있는데요 거북이가 산을 얹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 보면,  통일신라부터 쭉 나오는 비석 받침이 거의 다 거북이죠. 귀부龜趺라고 하는 뭔가 짊어졌어, 왜 그럴까? 제가 그래서 도교경전을 찾아봤어요 근거가 있을 거야. 《열자列子》라는 경전이 있는데요. 거기에 <귀허설화歸墟說話>라고 하는 설화가 있습니다. (발해 동쪽에 삼신산)이 있었는데요. 그 산에 사는 사람들 전부 신선이었다고 합니다. 근데 이 산이 뿌리가 없어 섬이 부표처럼 이렇게 떠다닌 거죠. 그러면 이 신선들이 과연 안전하게 생각했을까? 결국 자기들이 너무 불안하니까 천제天帝, 하늘의 신에게 민원을 넣습니다.  조치 좀 해달라. 어떻게 조치를 했냐면 천제가 15마리의 자라에게 산을 얹게 합니다.

 그 설화가 바로 <귀허설화歸墟說話>인데, 그게 거북이가 비석이나, 여러 가지를 바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거긴 한데요. 거북이가 자기 몸에 200배 정도로 견딜 수 있다고 해요. 근데 이 고려시대 현무는 딱 그 고려시대입니다. 조선시대의 왕실 미술에 나타나는 현무는 다시 뱀을 감고 있죠. 물론 이제 조선 후기에 가면 또다시 평범한 거 보게 됩니다. 굉장히 변화가 많은 동물이에요. 그리고 사실 사신도는 도교미술이잖아요. 사신도가 표현된 게 고분 중에서 석관이 있습니다. 돌로 만든 관인데 조립식 석관이라고 합니다. 제일 오래된 게 아마 1144년 허재라는 사람의 석관 근데 이걸 왜 알 수 있냐면, 그 석관에 그림만 그려져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행적과 언제 죽었는지가 다 기록이 돼 있어요. 묘지명이라고 하는데 그 석관을 보면 사신도가 새겨져 있고요. 12 지지가 세겨져 있는 경우도 있고요. '금강저金剛杵'라고 하는 불교 공예품이 그려져 있고,   그리고 불교에 등장하는 천인天人들 있죠? 비천飛天이라고 흔히 부르는 천인이 관 뚜껑에 있어요. 사실 천인과 금강저는 불교잖아요, 근데... 사신도는 도교란 말이죠.      

오후 : 지금 말씀하신 도교는 노장에서 시작된 도교가 아니라 그전부터 있었던 도道, 신선도神仙道와 연결되는 거죠? (註: 신라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은 「난랑비서鸞郎碑序」에서 풍류 또는 신교라 하며, ‘신교神敎는 유불선 삼교의 사상을 그 자체 내에 지니고 있다(內包合三敎)’고 하였다)

김용덕 작가 : 네 맞습니다. 노장 이전부터 있었던 신선사상! 왜 이렇게 합쳐질까? 사실 고려를 불교 국가라고 많이들 말씀합니다. 근데 그거는 맞죠, 사실 국교가 불교였으니까. 하지만 불교만큼 유행했던 종교가 바로 도교입니다. 그래도 고려의 어떤 왕은 국교를 도교로 바꾸려고 했고요.  그리고 국가 차원의 도교사원, 복원궁福源宮이란 궁궐이 건립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고려시대 곳곳을 보면, 미술 중에. 도교와 관련된, 신선들을 도자기에 표현한 것도 있고요. 사신도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 이 문화가 고려가 얼마나 개방적이고 융합된 문화를 지니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죠.      

오후 : 그 말씀 듣고 보니까 저는 백제도 떠오르는데, 백제도 분명히(삼국이 모두) 불교 국가였는데도 불구하고, 금동대향로를 보면은, 신선문화가 많잖아요

김용덕 작가 : 이게 사실 다 있었고,  무조건 국교가 불교라고 해서 불교 외라고 배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우리나라 민족이 뭔가를 잘 활용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 조선시대 민화 같은 경우도 그런 대표적인 경우고요 원근법도 없고, 뭐 아무것도 없는데 그 매력이거든요. 그게 현대미술의 추상미술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오후 : 저도 민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민화를 가르치는 곳도 요즘 많더라고요. 아까 잠깐, 녹화 전에 여쭤본 건데 우리 한국 미술에 대한 외국의 인식이나 이런 게 어떻게 좀 바뀌어 나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용덕 작가 : 먼 과거에는 중국 미술에 이제 하위 개념이라고 그냥 생각했죠. 왜냐면 대부분의 동양미술이라 함은 중국과 인도미술사를 중심으로 연구가 되니까요. 일본 같은 경우는 색채가 엄청 진하잖아요. 일본 미술이 좀 주목을 받은 반면에 한국미술은 그렇게 주목을 받지는 않았죠. 근데 얼마 되지 않아, 민화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미술이 조명되기 시작했죠. 프랑스에 가면요, 파리 '기메 동양박물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박물관에 가면요, 우리나라 민화가 엄청 많습니다. 물론 과거에 수집을 했겠죠. 거기 있는 수석 학예사가 '피에르 캄봉'이라는 분이신데 그분이 민화民畵를 조명을 하기 시작했고 아까 말씀드린 정병모 교수님이 민화를 연구하시잖아요. 그래서 이제 학술대회도 크게 했고요.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미술 민화를 포함한 우리 미술이 개성이 있구나,라는 걸 외국인들이 알기 시작했죠. (독창적이구나!)   

   

오후 : 민화를 외국인들도 배우로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아까 현대미술과도 굉장히 비슷하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부분이 그런 거죠?

김용덕 작가 : 추상의 개념으로 본다면 나무가 있으면 나무는 당연히 사람보다 커야 되는데 그런 게 없습니다. 원근법도 없고. 엄청 추상적이고, 이거 그냥 현대 디자인으로 봐도?!      

오후 : 어! 맞아요. 그러면 민화라든가 우리 고유미술이라든가 이런 것에서 아이템을 얻어 산업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겠네요?

김용덕 작가 : 아! 얼마 전에 제가 서울에 한 기업의 강의를 갔는데요.  이건 협찬받은 건 아니고요.  보니(Bon'ee)라고 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근데 그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인데 디자인 회사인데요. 민화를 가지고, 민화 문양을 가지고 쿠션이라든가 여러 디자인 제품들 많이 만들더라고요. 예쁘겠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작년에 전시회까지 했답니다. 그걸 보면서 한류라는 게, K 콘텐츠가 연예인들 뿐만이 아니라, 미술 등 이런 부분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들 때문에 더 알려지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했죠.       

오후 : 몇 가지가 있다 하셨죠, 원래는 책에?  

김용덕 작가 : 20마리요

오후 : 혹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불가사리도 있었나요?

김용덕 작가 : 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불가사리를 코끼리랑 같이 엮어 이야기하려 했죠.      

오후 : 제가 불가사리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다양한 버전이 있으니까 할머니가 불가사리한테 밥풀을 먹이면서 '커져라, 커져라' 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커져서 나중에는 쇠라는 쇠는 다 먹어 치우는데 저는 그 이야기가 어떻게 느껴졌냐면 무기, 전쟁, 불... 이런 걸 다 삼켜버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김용덕 작가 : 너무 정확하게 보셨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그거를 대표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불가사리를 우리는 '불가살(不可殺)'이라 부르지만 그건 엄청 최근에 불려진 명칭이고요. 원래는 맥貊이라고 하는 동물입니다. 아! 맥貊, 들어봤습니다. 실제로 존재하기도 하는 동물이에요. 근데 맥貊이 일본에서 굉장히 유행하거든요. 실제로 뭐 포켓 몬스터라든가, 여러 가지 보면 맥貊을 모티브로 한 몬스터들이 나와요. 근데 이 맥貊이 쇠鐵를 먹잖아요.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이 몰락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집권하면서 '애도시대'라는 평화기가 찾아왔어요. 그때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기리는 신사가 건립되는데 그  공포栱包 곳곳에 맥貊이 있습니다. 그거는 쇠를 먹는 맥이니 이제 평안한 세상이 왔으니 전쟁에 필요한 금속들을 '다 이 맥貊한테 주겠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후 : 그 뜻이 딱 맞네요.

김용덕 작가 : 예, 맞습니다.  

    

오후 : 자! 오늘 참 긴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해가 또 갑진甲辰년 용의 해 아닙니까?

김용덕 작가 : 맞습니다. 청룡靑龍의 해입니다.

오후 : 작가님의 박사학위 주제가 용龍이라고...

김용덕 작가 : 네, 준비 중이죠.

오후 : 작가님께서 문무대왕과 감은사지에 대해 굉장히 애정을 갖고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준비 중이신 용에 대한 연구는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합니다.      

김용덕 작가 : 아까 감은사지와 문무대왕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문무왕이 유언을 '나는 죽어서 호국룡이 되겠다.' '이 나라를 지키는 호국대룡이 되겠다'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용이 왕을 상징하지만 왕실에서는요. 불교에서는요, 부처님을 지키는 존재이긴 하지만 결국 축생畜生이라고 합니다. 네, 결국 동물이죠. 사실 우리도 인간으로 태어난 게 사실 다행인 거죠.

오후 : 네, 맞아요.

김용덕 작가 : 근데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용이 되겠다고 하는 거는 그만큼 신라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거죠. 문무왕의 애국심 그리고 또 통일을 이룬 사람이죠. 결국 감은사感恩寺도 원래 문무왕이 지으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완공을 못 보고 숨을 거두었고 그래도 동해 바다에, 문무대왕은 화장을 해서 (유해를) 뿌린 거죠. 그 프로젝트를 아들인 신문왕이 이어받습니다.  그런데 감은사지를 발굴할 때 물론 탑도 굉장히 중요해요. 감은사지 석탑도. 최초의 쌍석탑가람이죠, 우리나라의. 그 모든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금당터가 발굴이 되는데요. 법당터! 그 금당터에 바닥시설이 확인된 거예요. 그런데 사실 고대 사찰들은 바닥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전돌'이라고 하는 돌을 깔긴 하지만, 그냥 낮게 파죠. 바닥시설이 있는데 바닥이 이렇게 비어 있어요. 비어있기도 하고, 그런데 실용적으로 창고처럼 쓰긴 좀 그래요. 결국 이게 뭐냐면요. 신문왕이 자기 아버지가 용이 된다고 했잖아요. 왔다 갔다 하는 그 장소예요. 그 정도로 '신라를 지키는 용'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강했죠. 그래서 저도 생각을 한 게 결국 문무대왕은 왕이기 때문에 용왕일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준비하는 주제가 '용왕'이에요. 용왕이라는 개념은 이미 많죠. 중국과 일본에- 많은 불화나 많은 조각상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표현되는 독특한 용왕 이미지가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용왕도 부처님을 수호하는 신중神衆이죠. 그 용왕들을 보면, 두 가지 스타일이 나옵니다.

  불교회화의 용왕 도상圖像은 한 가지는 얼굴이 용 형태, 용면형龍面形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는 할아버지나 노인, 왕의 형태를 제왕형帝王形, 그리고 여러 가지 '지물持物'라고 하는 물건들을 들고 있죠.  대부분 관리를 상징하는 홀笏을 들고 있거나,  아니면 용 뿔을 들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머리 관을 쓰고 있는데 그 관에 여의주, 보주가 표현이 됩니다.  하나일 수도 있고, 두 개일 수도 있고 여러 개일 수도 있습니다. 이게 제가 여태껏 조사한 바에 의하면 중국과 일본의 불교 미술에는 그런 형태를 찾기가 힘들어요. 여의주도 없고? 거의 다 여의주를 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 신중神衆이, 용왕이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이 관에 여의주를 얹은 것일까? 보주를 얹은 것일까라고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경전을 한번 뒤져봐야죠. 경전을 뒤져보니까 생경生經 등 여러 경전들... 어떤 기록이 나오냐면 여의주 혹은 불교에서 보주寶珠라고 많이 표현합니다. '보주는 용의 뇌 안에 있다'  혹은 '보주는 용의 머리에 있다' 이런 기록이 있어요. 이런 기록도 확인되고요. 불교의 설화에 보면, 어떤 효자로 알고 있는데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서였나, 여하튼 용궁에 갑니다. 용궁에 가서 용왕한테 여의주를 달라고 하니까, 용왕이 관 위에 있던 여의주를 준다는 그런 기록도 있어요.

오후 : 머리에 있던 것을 준다고요?

김용덕 작가 : 이건 결국 경전 내용을 반영을 했다는 거죠. 근데 이게 조선시대부터 등장을 한단 말이죠. 나름대로 그 불화를 그렸던 스님들의 그 창의력을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하고 싶습니다.      

오후 : 야! 신기합니다. 창의력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스님들이) 실제로 봤었다면 좋겠다! 제 바람은 스님들이 수행을 많이 하셔서,  영적체험으로, 머릿속에 있는 여의주를 실제로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김용덕 작가 : 저는 그래서 스님들을 뭐라고 표현했냐면요. 요새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을 많이 쓰죠. 저는 스님들이 육각형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불교문화유산들을 스님들이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시고 건축을 하십니다. 기록도 살펴보면요, 왕실 기록에 보면. 숭례문이나, 수원 화성 공사에 스님들이 동원되었던 기록이 있어요. 결국은 이분들은 성직자이면서 작가 아티스트입니다. 예술가,  그러니까 다방면에 뛰어나신 거죠. 그리고 수행修行을 하시고! 그래서 요새 미술사학계에서는 작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데 그래서 나온 용어가 승僧匠입니다. 승려장인 얼마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승려장인 특별전이 아주 크게 했었습니다. 이제는 스님들의 뛰어난 능력을 재평가해야 될 시기에 이르렀고요.

오후 : 오늘 정말 흥미진진하고 신비한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작가님 이야기 덕분에 또 책 덕분에 이제는 우리 문화재 또는 사찰에 갈 때마다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 눈이 열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님의 다음 책도 기다려집니다.      


Epiloge 

오후 : 여담이긴 한데, 저는 매일 3시간 정도 명상을 하거든요. 그래서 책에 소개된 선학仙鶴 같은 경우는 제가 본 적이 있어요. 제가 명상할 때 선학仙鶴이 제 옆에 와서 있기도 하고... 저는 수행을 하다가 선학을 봤잖아요. 아! 분명히 스님들도 불화를 그릴 때, 정성을 다하기 위해서 수행을 많이 하셨지 않았을까? 기도도 많이 하시고. 불화를 그리는 것도 의식 중에 하나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기도와 정성을 통해서 또 부처님의 가호로, 뭔가 알음귀도 내려오고 그렇게 해서 한 작품, 한 작품씩 이렇게 써냈지 않았을까!

김용덕 작가 : 맞습니다. 실제 스님들이 불화를 그리는 의식이 있습니다. 꽃을 이렇게 뿌려야 되고요. 그리고 스님은 그림을 그릴 때 몸을 아주 깨끗이 씻어야 됩니다. 그냥 나오는 그림이 아닙니다.  피디님이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오후 : 와! 그렇군요. 감동입니다. 그러니까 더더욱이나 이런 문화재를 하나 볼 때, 그림을 하나 볼 때 예사롭게 보면 안 되겠지요.

YouTube 오후의 책방 - 김용덕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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