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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곰토 Oct 31. 2024

좌충우돌 소아청소년과
의사엄마의 육아

구경도 못 한 산후조리원

“선생님~ 신생아 입원이요.”

오늘도 장염이 걸려 수양성 설사를 쏟아내다 탈수가 된 신생아가 입원했다.

역시나 엉덩이는 설사로 인해 빨갛게 부어올랐고 피부는 탈수로 인해 거칠어져 있었다.

수련 중 산후조리원에서 장염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하는 신생아를 마주 대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현재는 산후조리원도 감염 관리에 신경을 쓰고 예방접종도 좋아져서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 내가 수련할 때만 해도 심심치 않게 경험할 수 있었다.

 

출산 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할 일이 산후조리원 예약 알아보기였다. 

나름 계획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이미 전화문의를 했을 때는 1인실은 예약이 다 차 있었고 다인실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나로서는 다인실은 좀 힘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국제모유수유자격증을 공부하면서 계속 강조했던 ‘모자동실’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또한 감염에 취약한 신생아를 많이 봐 온 탓에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래! 내가 좀 고생하면 되겠지.’

그렇게 난 산후조리원 천국을 버렸다. 부랴부랴 산후도우미 분을 예약하고 집에서 조리할 준비를 하나씩 해 나갔다.

그때는 몰랐다. 

산후도우미분을 산후 2주만 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무모함이었다는 것을……

아이들 울음소리에 특수훈련을 받은 내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에 너무나 민감하다는 것을……

산후도우미분들도 추석연휴는 쉰다는 것을…….

내가 타인에게 부탁하는 것을 몹시나 어려워한다는 것을……

 

산후도우미 분이 추석을 쐬러 간 그날 밤

아이를 수유하고 침대에서 쪼그려 잠이 든 날

등이 갑자기 서늘해졌다. 분명 창문이 닫혀 있었고 난방도 하고 있었는데 등에 찬바람이 불었다. 

손목은 릴렉신 호르몬으로 통증이 지속되었고 눈에서는 무언가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난 왜 천국을 버렸던가! 

천국은 천국인 이유가 있었다. 

난 왜 내 체력을 믿었단 말인가!! 

온갖 호르몬들의 반란으로 내 몸은 지금 혼돈 그 자체였고 이런 상황에는 체력도 아무 짝에 소용이 없었다. 

난 왜 내 신생아 돌보기 스킬을 믿었던가!!!

수없는 신생아들을 봐왔고 이른둥이들도 보았고 한 때는 신생아 분과전문의도 고려했던 나였지만 늘어난 손목인대와 박탈된 수면으로 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몸상태였음을 계산에 넣지 않았던 것이다.

 

집에서 산후조리 후 아이는 익숙한 환경에서 태어나자마자 적응되어 수면사이클이 잘 정착되었고 감염 없이 신생아 시기를 지나갔으나 내 몸은 늘어난 손목인대와 하지정맥류, 그리고 산후우울증을 얻었다. 

 


“집에서 지금 산후조리 중이에요~”

오늘도 생후 3주 된 신생아를 안고 BCG를 맞으러 엄마가 왔다. 

아이를 진찰하며 예전 나의 모습이 떠올라 한 마디 얻는다. 

“아고~ 엄마 힘드시죠~ 잘 드시고 잘 자야 해요~ 쉴 수 있을 때 쉬고요~

많이 힘들 때니까 주변분들에게 많이 도와달라 하세요~”

 

육아는 단거리 육상이 아닌 마라톤이다. 

내 몸을 우선 추스르지 못하면 아이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이제는 생각한다.

산후에는 조금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내 몸과 내 감정을 먼저 돌보아줄 필요가 있다고…….

산후에 내게 필요했던 건 신생아에 대한 지식이 아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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