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T형 남편과 상담실
아직은 속에 쌓인 고구마가 소화되지 않은 채 1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은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2번째 상담실 문을 두들겼다. 상담실의 커피 향기와 그림들을 보는 여유까지 생겼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김소통 상담 선생님의 인사에
"그럭저럭요."라는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딱 그랬다.
서로의 이마고를 안다고 해서 결혼생활이 그리 달라질 것도 나의 답답함이 해결될 것도 없었다.
그저 결혼생활의 출발점을 알게 된 것일 뿐!
"자, 오늘은 이 설문지를 해 볼 거예요."
상담 선생님도 또 여러 가지 질문지가 적힌 종이를 건넸다.
- 나는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는 말 듣기를 좋아한다.
- 나는 상대방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때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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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지를 해 나가다 보니 '사랑의 언어' 설문지라는 걸 깨달았다.
결혼 전 '부부학교'에서 해 봤던 것 같은데 잊어버리고 있었다. 설문지를 해 나가다 보니
나의 사랑의 언어는 바로 깨달아졌다.
'봉사'
난 상대가 나를 위해 도움을 주거나 무언가를 해 줄 때 사랑을 느끼는 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인정'이었다. 상대가 '수고했어! 고마워!' 등의 나의 수고를 알아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사랑을 느꼈고 세 번째는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선물'과 '스킨쉽'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남편의 사랑의 언어는 예상대로 '스킨쉽'이었다.
나의 사랑의 언어는 '봉사'인데 남편은 그것보다 항상 '선물'이나 '스킨쉽'으로 표현하려 했고 난 스킨쉽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우린 서로서로 사랑을 느끼지 못한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직장 일로 지쳐서 들어온 내가 쌓인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남편은 항상 말없이 수고한다라는 듯 내 어깨를 두드릴 때가 있었다. 그야말로 나의 폭발 포인트인 것이다. 집안일 하고 있는 것도 힘든데 남편이 먹고 놔 둔 과자봉지며 이리저리 벗어둔 옷들을 보고 있노라면 난 그 스킨쉽보다 당장 일거리를 덜어주는 남편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극T 성향이 문제의 다는 아니었던 것이다.
서로 사랑의 언어만 잘 표현했어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는 것이었다.
내게는 서로를 이해하는 말, 인정해 주는 말이 필요했는데 그런 소통이 되지 않자 난 결혼생활의 회의를 느꼈고 이렇게 상담까지 하게 된 것이다.
여러분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가요?
만일 저처럼 잊고 있다면 한 번 테스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