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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동료 May 15. 2022

잘 퇴사하는 법

외국계 IT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3

퇴사를 결심하고 난 후, 지난 3년간 동고동락을 한 동료들과 더 이상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어렵게 만들었다. 내 퇴사 소식을 들은 동료들이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내 대답은 "오랜 연인과 헤어지는 것 같이 괴로워요"였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내게 감정적인 후폭풍은 특히나 강력했다. 전학을 가게 되어 친한 친구를 더 이상 자주 보지 못하게 된 슬픔. 그것이 내가 느꼈던 감정과 가장 유사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원하지 않는 이별, 그로인한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몇 가지 노력을 했는데, 나의 노력을 어여쁘게 봐준 한 직장 동료가 나의 퇴사의 과정을 보고는 '퇴사의 정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나의 방식이 퇴사의 정석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나의 퇴사 과정이 만족스러웠다. 본 글에서는 내가 어떻게 만족스럽게 퇴사를 했는지에 대해 공유해보겠다.


퇴사의 정석

#1. 1달 전 공지하기

연인과 헤어질 때도 급하게 헤어질 수 없듯, 회사도 똑같다. 서로가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서로가 원만하게 잘 헤어질 수 있고, 헤어지고도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다. 서로 헤어지는 것이 맞는지 합의하고, 더 함께할 수는 없는지를 확인하기도 하고, 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지를 솔직하게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웃으며 서로의 미래를 축복해 줄 수 있고, 서로가 더 발전할 수 있다. 1달이라는 시간은 서로를 안전하게, 좋게 떠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나의 경우, 3월 중순 퇴사를 목표로 2월 초에 매니저에게 퇴사 의향을 밝혔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나의 꿈과 커리어를 위해서는 회사 밖의 기회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가 잘 되었다. 이후 퇴사 절차를 알아보던 매니저가 나에게 대뜸 퇴사일을 3월 말로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그렇게 행정처리가 되어야만 분기 단위로 수령하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매니저에게 미리 공지를 했기 때문에 매니저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퇴사 절차를 알아볼 수 있었고, 그 내용을 나도 새로 옮기는 회사에 계약 전에 미리 알릴 수 있었다. 새로운 회사에서도 근무는 3월 중에 시작하고 계약서를 4월 1일부로 작성하면 3월 31일까지의 기간까지 일한 일수에 대한 봉급은 성과급의 형태로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빠르게 알린 덕분에 받지 못할 뻔 하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고, 새롭게 옮기는 회사에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금전적인 손해 없이 퇴사할 수 있었다. 



#2. 사람들에게 '미리' 알리기

회사에 퇴사를 알렸고 퇴사 결정을 뒤집지 않을만큼 마음이 확고하다면, 회사의 공식 발표가 나기 전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친한 동료들에게 퇴사 소식을 미리 알려야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내가 떠난 이후에도 문제없이 일이 돌아가도록 충분한 인수인계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친한 동료들에게는 감정적으로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퇴사를 결심한 내 입장에서야 헤어지는 것이 마음속으로 준비되었으니 충격이 비교적 덜하겠지만, 나와 친하게 지낸 동료들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충격이 클 수 있다. 동료들과도 함께한 시간을 추억하고 아쉬움을 나눌 수 있는 감정적, 시간적 여백을 확보해야 한다.  


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서운함'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퇴사 과정에서는 아무개의 퇴사 소식을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경우에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퇴사하는데 그 소식을 소문을 통해 듣게되었을 때, 사람들은 서운함을 느낀다. 반대로, 본인의 퇴사 소식을 나에게 직접 전해주었을 때 동료들은 소식을 직접 전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한다.

나의 작은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감정을 줄 것인지
서운한 감정을 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3.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의 시간을 보내기

소중한 사람들에게 퇴사 소식을 전하게 되면 감정적인 아쉬움들을 나누고, 그간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이별의 식사 & 커피 자리가 생기게 된다. 모든 자리들에서 나는 (1) 왜 회사를 떠나는지, (2) 회사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3) 회사에서 무엇이 아쉬웠는지를 꼭 나누었다. 나는 떠나지만 동료들은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왜 더 이상 회사에 남아있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설명해주고 싶었다. 나의 떠남이 최대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또 무엇이 좋았는지를 공유하며 무엇이 감사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는지를 공유하여 회사와 동료들이 좋은 회사 문화를 계속적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랐다. 끝으로 회사에서 아쉬운 점도 공유했는데, 애정을 담아 지금보다 더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무엇이 더 개선되면 좋을 것 같은지에 대해 나의 솔직한 의견을 나누었다.  


아쉬운 점을 나누면서 회사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조심하려고 했다. 좋은 회사였기에 그럴일은 없기도 했지만 사람인지라 감정적으로 아쉬운 점을 말하다보면 회사나 사람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할 수 있다. 떠나는 입장에서야 속시원할 수 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속해있는 조직이기에, 대안없는 비판보다는 발전적인 방향에서 의견을 공유하려 애썼다. 그것이 남아있는 사람들과 속했던 조직에 대한 예의이자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4.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손편지를 남기기

내가 퇴사 과정에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남긴 것이다. 회사에서 친하게 진했던 사람, 감사했던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약 20명이 되는 동료들에게 손편지를 전달했다 (코로나라는 이유 때문에 만나기 어려운 동료들을 포함했다면 25~30 장은 썼을 것이다). 손편지 하나를 쓰는데 약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니, 소중한 사람과 잘 이별하기 위해 편지를 쓰는데에만 무려 600분이라는 시간을 사용한 셈인데 돌이켜보면 이 시간이 역설적으로 시간 투자 대비 효용 (ROI)이 가장 높은 행위였던 것 같다. 편지에는 함께한 추억에 대한 감사와, 특히 함께 일하며 어떤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는지를 담았다. 동료들은 퇴사하는 사람이 주는 편지에 담긴 내용이라 더욱 진실성 있게 본인들의 장점을 인지할 수 있어 감사했다는 피드백을 전달해주었다. 물론 그 감사의 말을 전달받은 내가 받은 감사와 기쁨의 크기는 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 

내가 준 편지를 기쁘게 읽어주는 동료들. 그 모습을 보고 더 기쁜 나.



#5. 굿바이 메일을 남기기

회사는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메일이기에, 퇴사할 때 굿바이 메일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 메일이 공식적인 퇴사자의 마지막 모습이다. 상투적인 감사를 전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진심을 다해 그동안 속했던 조직과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아래는 내가 마지막 출근일에 회사에 남겼던 메일 중 일부이다.


그간 제가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행운이 허락된 사람이었다는 것이 깨달아져서 그동안의 시간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제가 이렇게 많은 분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 중 하나였습니다.

그 덕분에 이 회사에 들어올 때는 다소 부족했던 제가 이제는 그 때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떠납니다. 이 회사는 저에게 단순히 일하는 능력을 키워준 곳이 아니라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 저의 좋은 주변 환경이 되어주셨던 여러분 덕분입니다. 좋은 분들에 둘러싸여 일할 수 있어서, 멋진 여러분을 자연스럽게 따라하다보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라는 핑계로 한 분 한 분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메일로 퇴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했고, 또 감사했다는 말씀 밖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는 진부한 인사로 마지막 인사를 갈음합니다. 이제는 회사가 아닌 다른 좋은 곳에서 또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늘 평안과 행복이 있기를 기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이번 글이 퇴사를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영상은 퇴사와 관련한 퇴사의 이유가 담긴 영상입니다. 퇴사의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I53Gp73B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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