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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장규일 Aug 14. 2015

퇴근 후 디제잉 #01

-직장인 디제이 프로젝트 No.01- DJ R-1 a.k.a 한백영

#퇴근후디제잉 에서 진행한 직장인 디제이들의 인터뷰 자료 입니다. 매주 1 분 씩 다양한 직장을 가진 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퇴근 후 디제잉이란 이름 아래 시작하게 된 직장인 디제이 인터뷰 ! 그 첫 번째 손님을 만나러 떨리는 마음을 안고 길을 나섰다. 아직은 선선한 6월의 저녁, 해가 질 때쯤 찾아간 을지로 한 건물 앞. 그 곳에서 오늘 인터뷰를 진행할 직장인 디제이 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막 사내 회의를 마치고 온 터라, 건물 아래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도란 도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디자이너에서 디제이너로 !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한백영(이하 한): 네, 안녕하세요.
P: 자기 소개 한 번 부탁 드립니다.

한: 반갑습니다, 저는 L사에 디자인 팀에 팀장으로 근무 중인 한백영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되니 대단히 쑥스럽네요. ^^;; 아직까지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요.

P: 아닙니다.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오랫동안 디제잉를 배우셨던 데, 얼마나 되셨죠?

한: 햇수로만 치면 2년 정도 되는 것 같네요.

P: 네, 그 정도면 중급 이상은 되실 것 같은데, 혹시 본인 디제이 이름도 있으신가요?

한: 아 네, 쑥스럽지만 DJ R-1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구입한 장비 이름이 R1이었고, 저를 가르쳐 주셨던 디제이 선생님 아니 선배님께서 이렇게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어울리기도 하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애착이 갑니다. 근데 또 다른 이름이 있긴 합니다. '디제이 파츄'라고 제가 팀워크샵 때 파란 삼선 츄리닝 입고 디제잉을 해서 팀원들이 그렇게 부르거든요 ^ ^

P: 아 그렇군요. R-1과 파츄라 ㅎㅎ 어떤 디제이 이름으로 부르면 될지 헷갈리네요.^ ^

한: 아니에요.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P: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게, 스스로 칭하시길 디제이너라고 하시는데 이게 무슨 뜻이죠?

한: 제가 오랫동안 해온 일이 디자인 쪽이다 보니 디제이하는 디자이너로 스스로 부르기로 했어요. 디제이너! 멋지지 않나요? ㅎㅎ (연신 쑥스러우신지 웃기만 하시는..)

P: 디제잉를 꽤 오래 배우신 걸로 아는데 디제이라는 걸 어떻게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한: 직업 특성상 음악을 들으며 밤 늦게 작업을 하는데, 어느 날 듣게 된 음악이 귀에 콕 들어오는 겁니다. 늦은 밤에도 그 음악을 들으면 힘이 솟고, 그래서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우스운 것은 그 음악이 EDM이라는 것을 6~7년동안 모르고 들었어요. 10여년 동안 듣다 보니 꼭 한 번 배워보고 싶었던 건데,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몇 년 전부터 들었고, 인터넷을 통해 찾아가서 상담을 받고 그냥 시작했죠. 그런데 계속 배우다 보니 이젠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린 것 같아요.

P: 본인 인스타 그램을 보니 상당히 고가의 장비를 집에 두고 계시던데..

한: 어머! 부끄럽습니다. ㅎㅎ 근데 그게 다 빚이죠 빚. (인스타 사진을 찾으시고는 다시 보여주셨...)

P: 그렇게 까지 이 디제이라는 취미를 즐기신다는 걸로 해석해도 되겠죠?

한: 네, 장비병 걸린 아저씨가 아니고, 진정 디제잉을 좋아하는 쪽으로 해석해 주시면 저야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연습을 많이 안 해서 집 한 켠에 놓인 장비만 보면 미안해 죽겠습니다. 아내도 은근 눈치 주는 것 같고 그렇네요. (아내님 사랑하신다고 꼭 인터뷰에 적어달라고 몇 번이고 강조하셨…)             


배드룸 디제이에서 파티 디제이로 ! 

P: 그렇군요. 막상 디제이를 하시다 보니 이렇게 된 것도 있겠지만, 2년 넘게 디제이를 배우고 계시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이 취미에 몰두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한: 아직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정확하게 말씀 드리기가 우습긴 하지만, 음악이 선사 해주는“재미”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는 항상 뭔가를 하기 전에 이게 과연 재미있을까를 두고 고민하거든요. 그런 제 입장에서 보면, 디제이라는 취미가 정말 매력적인 것 같고,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게 워낙 유행을 타고, 새로운 음악들이 계속 쏟아지다 보니 항상 듣지 않으면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 같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음악을 직접 제가 누구에겐가 들려준다는 것이 궁극적인 매력인 것 같아요. 뭐 지금은 들려줄 사람들이 당장 저희 아내와 아이들 밖에는 없지만요. ㅎㅎ

P: 아까는 연습을 안 해서 송구스럽다 시더니, 갑자기 급 깔때기가 들어오셔서 놀랬습니다. 7월 중순 정도에 파티를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한: 파티라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 회사 팀원들과 작게 파티를 하기로 계획을 했는데, 메르스 때문에 계속 연기를 했다가 이제 곧 하려고 합니다. 홍대근처의 작은 Bar를 빌려서 하우스 파티 식으로 할 계획 입니다.

P: 거기서 직접 음악을 플레이 하시는 건가요?

한: 저와 제 후배랑 같이 음악을 번갈아 가면서 틀기로 했어요. 벌써부터 신경이 너무 쓰여서 다시 필사적으로 연습하고 있답니다. 막상 무대에 서면 아무도 저한테 관심이 없는데 말이죠             

P: 예전에도 무대에 서신 적이 있던데, 혹시 공연 영상이 있다면 볼 수 있나요?

한: (화들짝 놀래면서) 절대 절대 안 됩니다. 어디다 보여줄 실력이 안 되는 터라 ㅎㅎ 이번 공연에 한 번 놀러 오시면 그때 보여드리도록 할께요!

P: 알겠습니다. DJ R-1의 디제잉보러 가겠습니다. 디제이를 계속 배우시고 계시는데, 주변에 질투나 반대는 없었나요?

한: 많죠. 엄청. 제가 장비까지 사는 걸 보면 말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평소 제가 회사 직원들 중에 특이한 편에 속하다 보니 ‘네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도 있긴 한데....여전히 일일이 대답해주기가 힘들 지경이긴 합니다. 그래도 사내 파티에서 디제잉을 몇 번 보이고 나서는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응원을 해주시고 관심을 보이며 물어보는 직원들도 꽤 있구요. 너무나 감사한 것은 아내가 반대가 아니고 열렬히 응원 주고 있어서 큰 힘이 됩니다.            

P: 주로 언제 디제잉를 배우시고 계신가요?

한: 주중에는 시간이 너무 없어서 주말 시간을 이용하고 있어요. 2주에 한 번씩 레슨을 받고 있는데, 매주 주말마다 시간을 내려다 보니 가족 들에게 눈치가 보여서요.

P: 디제이를 배우기 전에 알던 것과 배우고 나서 알게 된 점

한: 배우기 전에는 막연히 관심만 가득했고 알게 모르게 조금 무서웠어요.

P: 무서웠다구요?

한:네, 제가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예술에 관심은 많았는데, 따로 음악 쪽은 영 재능이 없어서요. 남들 다 배우는 피아노도 한 번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타고난 박치, 음치, 가사치거든요.. 당연히 무서웠죠..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디제잉 배운답시고…좌절해서 싫어질까봐 무서웠습니다. ㅎㅎ

P: 그런데 디제이는 어떻게?

한: 디제이의 경우에는 처음에 어색했던 것을 극복하고 나니 일반 악기보다는 훨씬 재미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믹싱(서로 다른 두 가지 음악을(장르는 유사할 수도 있음) 섞는 기술)을 하다 보니 좀 더 욕심도 생겼고요. 그래서...

P: 지름신, 그 분이 오셨군요?

한: 네. 말씀 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R-1이라는 컨트롤러(휴대용 디제이 장비)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대로 된 장비를 설치해 두고 연습하고 있답니다.

P: 최근에 좀 더 지르셨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한: 사실 모니터 스피커(메인 스피커 이외에 디제이 부스에 설치되는 스피커) 에도 관심이 생겨서 계속 매물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결제를 했더라구요. 역시 어디든 한 번 빠지면 항상 문제에요.(하지만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셨다는…)


내 삶을 충실히 채워주는 음악과 함께 ! 


P: 디제잉을 배우고 나셔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요?

한: 난 박치구나.. 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ㅎㅎ 배우면서 좌절하고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비트매칭(노래와 노래의 박차를 맞추는 스킬로 믹싱을 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스킬)이 너무 어려운거에요.. 하하 비트매칭은 디제잉이 기초인데 그게 너무 어려워서 그만 둘까 많이 생각했죠.            

'역시 난 박치야…. 레슨비가 아깝다…' 뭐 그런 생각들도 하고요. 근데 은근히 오기가 생겼고, 또 차츰차츰 조금씩 늘어가는 실력에 묘한 재미를 느꼈어요. 그리고 “음악이라는 것이 다양하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구나 것이구나”라는 것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듣게 될 음악이 들었던 음악보다 많다는 게 행복할 따름입니다. 솔직히 제 나이가 되면...

P: 그런데 나이가?

한: 28살 입니다.

P: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한: 하하하, 죄송해요. 사실 40대 입니다. (꼭 40대 초반이라고 적어달라셨으니….) 제 나이 때가 되면 다들 습관처럼 흘러간 노래를 흥얼거리곤 하거든요. 뭔가 적적하고, 허무한 기분도 들고 젊은 시절 생각도 나고(본인은 그렇게 나이 들지 않았다고 또 강조하셨다!) 말이죠. 근데 저는 그런 모습이 싫었어요.            

P: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신다면요?

한: 제가 올해로 4번째 UMF (울트라뮤직페스티벌 - 한국에서 매년 5-6월에 열리는 세계적인 디제이 축제 중 하나)를 다녀왔거든요. 거기 가서 음악을 들으면서 한바탕 놀다 보면 아직 나는 젊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그리고 제 직업이 디자이너다 보니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영감도 무시할 수 없어요. 항상 그렇지만 어딘가에 고인 채 멍하니 시간만 보내고 있으면 도태되기 마련이거든요.  

P: 즐겨들으시는 장르가 있으시다면요?

한: 예전엔 트랜스 쪽으로 자주 들었다면, 요즘은 딥하우스(Deep House)와 테크노(Techno)쪽에 푹 빠져 있답니다. 이 장르들은 뭔가 들으면 들을 수록 깊게 빠져드는 것 같아 매력적인 것 같아요.

P: 여전히 디제이라는 게 대중들에겐 생소한 취미이고, 배우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은 데 본인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 개인차가 있긴 하겠지만, 오히려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P: 예를 들면요?

한: 처음 악기를 배우다 보면, 예를 들면 기타를 들어볼게요. 기타의 경우에 기본 코드, 운지법 등 아무래도 기초만 배우다가 보면 제대로 된 노래 한 곡 연주해보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순전히 본인 개인의 의견이라 시며, 기타 레슨을 비하하는 건 아니라 연신 손을 저으셨..).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디제잉은 좀 달라요. 시작부터 초 절정 고수들이 갈고 닦아놓은 노래들을 틀면서 배울 수가 있거든요. 그게 다른 취미들과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즐기게 되면 저 같은 박치도 언젠가는 남들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긴답니다.            

P: 본인의 일에도 도움이 되셨다고 보면 될까요?

한: 네, 충분히 그런 것 같아요. 혹시 디제잉을 배우고 싶지만 어떨지 몰라 망설이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 번 꼭 도전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특히 예술적이거나 창의적인 일을 하시는 분 들이 있다면 제 이름을 걸고 추천 드리고 싶네요. (이 부분은 나중에 꼭 빼달라고 하셨….) 아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에게도 강추입니다. 겁내지 마세요~~


More Creative ! 


P: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한: 그렇게 물어보시니 뭔가 거창한 뭔가를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좀 그런데......개인적으로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일 열심히 하면서 재미있게 살 거 같아요.

P: 너무 거창하지 않은 거 아닌가요?

한: 물론 재미있게 살려면 디제잉은 계속 해야겠죠. 그리고 한 가지 계획하는 게 있긴 한데....

P: 네? 어떤 건 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한: creative한 집단이 모여서 작업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디자이너들이 모여 작업도 하고, 한 켠에서는 디제이들이 음악도 틀고, 그러다 보면 뭔가 새로운 뭔가가 툭 튀어나오고 말이죠. 뭐 그런 복합적이고 예술적인 공간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뭐.....아직 구체적인 건 아니고 그냥 순전히 ‘계획’인 거죠.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그런.

P: 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뭔가 인터뷰한 보람이 있네요! 꼭 진행하셨으면 좋겠고, 그 자리에 Point01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한: 그러면 제가 더 영광이죠! 이왕 디제이 이름도 생겼고, 장비도 질렀으니 그냥 흐지부지하게 하다 멈추진 않을 거예요. 앞으로 한참 배워야 하지만 말이죠.            

P: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디제잉하시길 바랍니다.

한: 네! 오늘 시간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귀가 길에서 DJ R-1의 이야기를 곱씹어봤다. 디제이라는 것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렇게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까 싶다. 역시나 음악이라는 것은 장벽을 뛰어넘는 멋진 게 틀림이 없다. 7월 공연의 멋진 성공과 앞으로 더욱 더 즐겁게 디제잉 즐기시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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