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디제이 프로젝트 No.02- DJ-KWAN a.k.a 박상율
#퇴근후디제잉 에서 진행한 직장인 디제이들의 인터뷰 자료 입니다. 매주 1 분 씩 다양한 직장을 가진 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인터뷰 약속 장소로 향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러 어느 가게 앞 간판 아래에 엉거주춤 섰다. 다들 급작스러운 비 때문에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였다. 어지간해서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아 별 수 없이 비를 맞고 걷기 시작했다. 오늘 어떤 인터뷰가 있길래 시작 전부터 이렇게 힘이 빠지는 걸까?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박상율(이하 박): 네, 안녕하세요.
P: 자기 소개 한 번 부탁드릴게요!
박: 반갑습니다. 저는 [준오 헤어 압구정 로데오 1호점 부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율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런 자리인 줄은 모르고 그냥 편하게 나왔는데……
P: 소개팅도 아닌데 너무 부담 가지지 마세요.
박: 네, 하하하 님의 한심한 개드립 들으니 좀 맘이 진정되네요. 아까 전 까지만 해도 은근 떨렸는데.
P: 가끔 제 드립이 이렇게 유용할 때가 있어요. 어쨌든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전에 말씀 주셨던 디제이 이름이 좀 특이한데, 콴? 관? 어떻게 발음하는 건가요?
박: 디제이 관(Kwan)이라고 해주시면 돼요. 제가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이름이 관우라서 디제이 관(영어로는 Kwan)이라고 만들었습니다.
P: 관이라고 하니 약간 오싹하시고 하고 그러네요. 디제이를 배우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박: 작년 연말 정도부터 지금까지 쭉 배웠으니 그래도 반 년은 족히 지난 거 같네요. 도중에 개인 사정으로 빠진 기간을 빼면 그래도 꽤 열심히 다녔던 것 같아요. 실력이 안 되니 열심히 라도 다니려고요.
P: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근데 이 생소한 디제이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박: 이야기하자면 길고, 충격적인 데오..
P: 네? 그래도 몇 없는 독자들을 위해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 작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제가 장례식장을 5 군데나 가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알던 분들의 자리라 상당히 마음이 울적했었는데, 돌아가셨던 5분 중 3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사실이 제겐 더 충격이었어요.
P: 네……예삿일은 아니었네요.
박: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제게 있어서 일종의 중요한 계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P: 계기요?
박: 네, 그 전까지는 전 항상 참고, 계속 버티면서, 튀어 나오려는 걸 억지로 누르면서 바쁘게 살기만 했었거든요.
P: 네, 뭐 직장인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다들 힘들지만 하루 하루 버티면서……
박: 네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미용 업계로 들어와서 거의 10년 간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기만 했었어요. 그 덕분에 나름 경제적 안정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학업에 욕심이 있어서, 미용 쪽으로 석사, 박사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P: 와우~ 대단하시네요. 그래서 대학에 출강을 가시는 군요?
박: 네, 부족하지만 저를 불러주는 곳이 있어서 일주일에 1번 정도 지방 대학에 출강을 가고 있습니다.
P: 누군가 이 인터뷰를 보면 ‘힘들다고 하다가 갑자기 제 자랑이냐?” 하면서 버럭 하실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박: 아까 독자도 몇 없다고 하셨었…
P: 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박: 아닙니다. 죄송해요. ㅎㅎ 근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 가슴속은 계속 답답해졌었어요. 뭔가 늪에 빠지는 것 같고, 삶이 계속 무기력하고……
P: 일종의 우울증 같은 건가요?
박: 네, 우울증도 앓았었어요. 치료도 병행하고 그랬는데, 별다른 효과를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장례식장을 계속해서 가게 된 거예요. 그리곤 결심했죠.
P: 어떤 결심이었나요?
박: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라는 그런 단순하지만 큰 결심을 했어요.
P: 디제잉도 배우시계 된 거네요?
박: 네, 예전부터 디제잉을 꼭 배워보고 싶었었는데, 그냥 계속 미루기만 하고,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잊어버리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 결심을 하고 나서 바로 시작했죠.
P: 배우고 나니 어떠신가요?
박: 거짓말 좀 보태면, 디제이라는 게 이제 제 삶의 전부가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오랫동안 앓던 우울증도 거의 다 나았고, 매일 음악 듣고, 디제잉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찾은 거 같아요.
P: 다행이네요. 이 디제잉이라는 게 상율 씨에게는 일종의 음악치료적인 작용을 한 걸로 보이네요.
박: 네,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듣고, 분석하고 흐름에 맞춰서 곡을 믹싱 하는 이 모든 흐름이 제게 너무나도 큰 쾌감을 주더 라구요. 그러다 보니 ‘내친 김에 좀 더 크게 가보자’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P: 몇 달 전에 주최하셨던 그 행사 말씀이시죠?
박: 네, 그렇게 큰 규모의 파티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를 전 이미 제 힘으로 한 거죠.
P: 행사 기획을 어떻게 하시게 된 거죠?
박: UMF와 같은 대형 디제이 페스티벌이 국내에 생기기 전부터 이런 파티에 관심이 많았는데, 디제잉을 배우면서 자신감이 더 붙은 거 같아요. 미용과 관련 분야 분들을 초대해서 프라이빗 파티 형식으로 만들어 봤어요. Point01과 DJ Ujin 선생님도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P: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끝내버리신 거네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근데 제가 알기로 이번 파티에서 쓰였던 고가의 장비들이 다 상율 씨 개인 장비라는 말이 있던데요?
박: 네, 안 그러려고 했는데, 하나씩 하다 보니 디제이 장비에 스피커, 레이저 등 계속 사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장비를 사고 나니 좋은 점은 제가 진행하는 파티에선 장비 대여료가 따로 안 든다는 거예요.
P: 대단하시네요. 다음 파티도 기획하시고 계신가요?
박: 네, 8월 정도에 풀 파티를 생각하고 있고, 조금씩 추진 중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번 해보고 나니, 예전보다는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파티에서 재미를 더 줄 수 있는 것들도 막 떠오르더라고요.
P: 풀파티라……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안 부르셔도 갈려고요.
박: 하하하, 꼭 참석해주세요. 이상하게 파티만 하면 여자분 비율이 높아서 남자분 찾는 게 항상 힘들어요.
P: 오우! 좋네요! 꼭 연락 주세요! 좀 뜬금포긴 합니다만, 인터뷰를 보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걸 이루셨는데, 어떤 노하우 같은 게 있나요?
박: 제가 얼굴이 곱상해서 절 모르는 데 가면, 고생 한 번 안 해본 사람 같다고 해요.(이 말을 하시고 엄청 얼굴이 빨개지셔ㅆ…).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물론 제가 아직 30대 초반이지만(꼭 초반을 강조, 또 강조하셨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뭔지를 생각하고, 선택 후 집중했죠. 그래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아요.
P: 예를 들면요?
박: 중학교 때는 제과 제빵을, 고등학교 시절에는 일식 조리, 대학 시절에는 나이트에서 일하고, 직접 삼겹살 집도 차려서 해보고…..
P: 대단하신데요?
박: 아닙니다. ㅎㅎ 군대를 다녀온 후에 미용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엔 월급이 30만 원도 안 될 정도로 힘들고 열악한 상황이었는데, 이제 나름 자리도 잡았고,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P: 인터뷰를 하다 보니 출마를 앞둔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것 같은데요……
박: 제 실제 목표가 장관이에요.
P: 네?!
박: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목표로 달리고 있답니다.
P: 아……네……디제잉하는 보건 복지부 장관이라. 청문회 장이 마냥 지루하진 않겠네요.
박: 제 남동생도 정치인이 꿈이라 둘이서 큰 꿈을 가지고 살고 있죠.
P: 이번에 이 인터뷰가 10년 후엔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그럼 자세를 고쳐 앉고 정중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박: 아니에요. ㅎㅎ 다들 제 꿈이 보건 복지부 장관이라고 하면 일단 빵빵 터지는데, 저는 진짜로 그 자리에 가기 위해 석, 박사 논문도 대필이나 표절 없이 직접 쓰고 있는데……
P: 우리나라에서 장관을 하려면 적어도 군대 미필에, 표절 정도는 있어줘야 되는데, 지금까지 인터뷰한 걸 보면 안 하시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박: 그런가?
P: 분위기가 너무 정치적으로 변해서…다시 뜬금포 좀 쏴야 할 듯합니다. 디제이를 배우기 전과 배우고 나서 본인이 알게 된 게 있다면요?
박: 배우기 전에는 뭔가 그냥 재미있겠다 하는 막연함이 컸다면, 배우면서는 좀 더 자연스러움을 알게 되는 것 같아 즐거워요.
P: 자연스러움이요?
박: 성룡 주연에 ‘취권’을 보면 궁극의 강함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고 하잖아요. 디제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음악과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들이 저를 매일 매일 치유해주고 있는 것 같고, 덕분에 예전보다 많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졌어요. 집에 가서도 무조건 음악부터 틀게 되는 걸 봐도 그래요. 예전에는 그냥 TV만 보고 멍하니 있었거든요.
P: 개인적 목표는 이미 앞에서 들었으니, 이제 디제이로서 본인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박: 아직 디제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만큼 허접한 실력에 아마추어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요. 아까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저는 누구보다 선택과 포기가 빠른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지금껏 디제잉을 계속 배우고, 또 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이제 절대 헛된 일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P: 윤종신처럼…
박: ….(애써 개드립을 무시하시면서)…제가 이렇게 분주하고 즐겁게 살아서 그런지 제 주위에서도 디제이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P: 뭔가 반전이 있나요?
박: 저는 절대 디제잉을 과장해서 이야기하진 않을 겁니다. 예를 들면 커트만 해도 되는 손님에게 쓸 데 없이 파마까지 권유하진 않을 생각이에요.
P: 뭔가 미용인 다운 비유, 멋지네요!
박: 누구에게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게 미용과 디제잉이고,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뭔가가 있겠죠. 혹시 이 인터뷰를 읽게 되시는 분 들에게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하나씩은 가지시길 바래요. 저는 제 무덤에 제가 쓰던 장비를 넣어 달라고 할 정도로 디제잉을 사랑하게 되었고, 이게 없으면 못 살 거 같지만, 꼭 다른 사람도 그래야 할 필요는 없거든요.
P: 사전에 경쟁자들을 줄이겠다, 뭐 그런 포석으로 읽어도 될까요?
박: 하하하, 그럴 실력이나 있을까 싶네요.
P: 열심히 하는데 장사 있나요? 혹시 모르죠. 몇 년 후에 UMF 무대에 디제이 관이 올라가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을지요?
박: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ㅎㅎ
P: 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네, 제가 더 감사하죠.
P: 네, 그리고 여기 계산서……
박: 하하하, 걱정 마세요. 계산은 제가 할게요.
인터뷰를 마치고(식사도 대접받고) 문 밖을 보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시원한 밤공기가 얼굴에 스쳤다. 상율 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계속 ‘Hip hop saved my life’이라는 곡이 떠올랐다. 오늘 인터뷰에 빗대어 말하면 ‘DJing saved his life’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더욱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디제잉에 매진하는 멋진 DJ Kwan이 되길 바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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