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디제이 프로젝트 No.03- DJ-eshang a.k.a 이상원
#퇴근후디제잉 에서 진행한 직장인 디제이들의 인터뷰 자료 입니다. 매주 1 분 씩 다양한 직장을 가진 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의 어느 날, 오늘의 인터뷰 상대를 만나러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이런 날은 시원한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나 한 잔 먹으면서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노는 게 최곤데, 난 왜 이리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거 일단 만나나 보자 싶었다.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이상원(이하 이): 안녕하세요. 날씨도 더운데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우선 시원한 곳으로 가서 커피라도 한 잔 하시죠.
P: 듣던 중 반가운 말씀이네요. 언제쯤 이 더위가 가실는지 힘드네요.
이: 그래도 이번 주말은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던데, 가물어서 큰일이네요.
P: 그래도 오늘 바쁜 시간 내주셨는데, 인터뷰는 해야겠죠? 우선 자기 소개 한 번 부탁 드립니다.
이: 안녕하세요, 저는 이상원이라고 합니다. 현재 신라면세점 IMC 그룹 마케팅 팀에서 대리로 근무 중입니다.
P: 오! 최근 신라 면세점에 좋은 소식이 있던데요?
이: 안 그래도, 다들 더 바빠질 것 같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답니다.
P: 해당 회사에서 쭉 일을 해 오셨었나요?
이: 아니요, 중국에서 일을 하다가, 최근에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 회사로 옮겨 일하고 있습니다.
P: 오~! 중국이요? 그쪽에서도 계속 마케팅 쪽으로 일하고 계셨었나요?
이: 네네, 제가 온라인, SNS 마케팅 쪽으로 계속 일을 했고, 리테일 마케팅, 프로모션 쪽을 거쳐, 요즘은 캠페인, 매체 광고 쪽으로 맡고 있습니다.
P: 대단하시네요. 아무래도 마케팅이나 기획 부서 쪽에 계시던 분들이 디제이 쪽에 관심이 많던데, 상원씨도 그런가요?
이: 네네, 저도 일을 하면서 디제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관심이 커져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P: 디제이 이름이 있으신가요?
이: 제 이름 상원을 따서 DJ –eshang 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뭔가 이상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계속 써오던 아이디에서 따온 거라 정감이 많이 가네요.
P: 디제이 이상이라……말씀대로 뭔가 이상하면서도 어울리는 그런 닉네임이 아닌가 합니다. ㅎㅎ 중국에 계셨었다구요?
이: 네, 중국에서 일할 기회가 많아서 그 쪽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클럽을 중국에서 처음 가봤고요……
P: 중국에서요? 한국과 뭔가 다른가요?
이: 단순하게 비교는 힘든데, 저는 중국 상해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그쪽 클럽들에 대한 것만 접했고요. 그래도 한국 보다는 음악의 다양성에서 많은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P: 음악의 다양성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이: 제가 처음 간 곳은 클럽이 아니라 어느 Jazz bar였어요. 그 곳에 자주 연주를 하러 오는 흑인 밴드의 음악과 보컬에 푹 빠졌었죠. 그러면서 주변에 다양한 클럽들을 하나씩 섭렵하기 시작했고요.
P: 네, 한국에도 몇 몇 바에서 그런 공연을 볼 수 있긴 합니다만……
이: 저도 한국에 와서 중국 때 생각이 나서 클럽, 바를 돌아다니긴 했는데, 그 때만큼 흥미롭진 않았어요. 중국에서는 시간대 별로 공연이 달라서 좋아하던 뮤지션들만 찾아 다녀도 하루가 다 지날 정도 였거든요. 어떤 시간에는 밴드 공연을 하고, 끝나고 나면 이어서 디제잉이 나오고……
P: 역시 글로벌 한 상해답네요. 스케일도 한국보다 컸겠네요?
이: 물론 그런 곳들도 있었지만, 그것 보다는 사람들이 음악을 대하는, 생활 속에서 즐기는 모습이 더 멋졌어요.
P: 예를 들면요?
이: 한국도 그렇긴 하겠지만, 중국, 특히 상해의 경우에는 생일날 클럽에서 친구들끼리 즐기는 게 당연한 거고(물론 장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소화해주는 클럽, 바 들이 너무 많았어요. 저처럼 전혀 그런 곳에 가지 않았던 사람도 쉽게 음악을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되는 걸 보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P: 한국에 오셔서는 조금 실망하셨겠네요? 지금의 클럽 문화를 보시면서……
이: 한국에서 제 나름대로 유명한 클럽도 찾아가보고, 물어 물어 유명한 바도 가 봤는데, 먹고 마시는 건 비슷할 지 몰라도, 나오는 음악의 퀄리티에 차이가 컸어요.
P: 계속 똑같은 음악만 나오는 그런?
이: 네, 그런 느낌이에요. 어딜 가나 비슷한 노래만 나오고, 그냥 부비부비를 하기 위해 클럽이 있는 것 같고, 거기서 마냥 소비되고 있는 그런 느낌. 그래서 한국에선 안 가게 되요. 혼자 집에서 음악 듣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P: 저도 한국의 클럽 문화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지 공감 가는 말씀인 것 같네요. 그럼 디제이에 대해선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시게 된 건가요?
이: 제가 마케팅 쪽 일을 하면서 많이 했던 업무가 신규 매장을 오픈 해서 자리 잡게 하는 일이었거든요. 특히 오픈 행사에 디제이 분들을 많이 섭외하게 되었는데, 공연 전에 항상 주최 측에 어떤 음악을 틀어주면 좋겠는지 묻곤 하셨어요.
P: 행사에 컨셉에 맞는 그런?
이: 네네, 근데 제가 음악 장르, 이런 쪽을 모르다 보니 그냥 얼버무리면서 알아서 틀어주세요 하고 넘어가곤 했어요. 근데 정작 행사를 진행 하다 보면 양쪽이 생각하는 음악이 달라서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때부터 뭔가 음악에 대한 일종의 갈증,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P: 그럼 디제잉은 한국에 오시면서 배우게 되신 건가요?
이: 네, 한국에 귀국해서 일자리를 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배워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P: 근데 바로 디제이를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셨다는 게 의외네요. 다른 분 같으면 기타나 피아노 같은 더 대중적인 취미를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 저도 처음엔 그쪽으로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아무래도 중국에 클럽 문화와 직장에서 겪었던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음악을 듣고 깊게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P: 네, 그렇군요. 막상 배워보시니까 어떻던가요?
이: 처음엔 약간 ‘막연한’ 생각도 있었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은 디제잉 이라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오래도록 하고 싶다’ 로 바뀐 것 같아요.
P: 항상 인터뷰 때 마다 묻는 질문이고, 답변 주시는 내용도 비슷하긴 합니다만, 상원씨가 느끼는 디제잉의 매력, 어떤 게 있을까요?
이: 저는 발견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P: 발견이요?
이: 네, 어떻게 보면 평생 들어보지도 못하는 음악을 디제잉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앞으로 더 많은 음악들을 알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P: 실제로 디제잉에 관심을 가졌다 금방 포기하는 분들이 말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들어야 할 음악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말씀하시거든요, 본인의 생각은 어떠세요?
이: 그 말도 이해가 되긴 해요. 아무래도 디제잉 공부를 하다 보면 꼭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들을 수는 없거든요. 혼자 집에서 즐긴다면야 상관없겠지만, 남들 앞에서 음악을 트는 직업이기 때문에 남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들도 알고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정말 엄청 열심히 음악을 들어야 해요.
P: 음악 듣는 게 좋아서 시작한 디제잉이 음악 듣기가 힘들어서 포기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긴 하네요.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상원 씨도 본인의 장비를 구입하셔서 연습하고 계신가요?
이: 네, 최근에 일본에 놀러갈 일이 있어서, CDJ 850 set와 헤드폰을 사서 왔어요.
P: 디제이를 배우신 지 얼마나 지나서 장비를 사셨나요?
이: 저 같은 경우에는 거의 반 년이 휠씬 넘어서 장비 구매를 고민했고, 1년이 다 되었을 무렵에 장비를 샀어요.
P: 디제이를 배우려는 분들 중에 시작부터 장비를 사야 하는 지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상원씨의 경우를 참조하면 좋겠네요.
이: 저도 처음엔 바로 장비를 사서 연습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했었어요. 요즘엔 1-20만원 대 컨트롤러들도 있으니 그렇게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배우면서 느낀 건 장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본기를 먼저 충분히 익힌 다음에 내게 맞는 장비를 사는 게 맞는 것 같았어요.
P: 1년 정도 배우셨으면 중간 중간에 장비 생각이 꽤 하셨을 것 같은데……
이: 장비 중고 매매되는 사이트에 가보면 산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거의 새 장비를 매물로 내놓은 경우를 많이 봤었어요. 그리고 실제 만나서 물어본 적도 있었는데, 대부분 디제이를 배워 보려고 큰 맘 먹고 장비부터 지른 다음, 제대로 배우지도 않다가 결국 흥미를 잃고 장비까지 매물로 내놓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많이 고민했었죠. 그리고 새로운 장비들이 너무 자주 나와서 꼭 지금 안 사도 나중에 더 저렴하게 좋은 장비를 살 수 있을 것도 같았고요.
P: 저도 중고 장비 사이트를 자주 구경합니다만, 말씀하신 그런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답니다. 장비 회사의 장삿속 아닌 가 싶은 그런 느낌도 들긴 하더라구요. 워낙 제품 주기가 짧다 보니……
이: 네 저도 이번에 주변에 추천 받은 장비들이 몇 개 있었는데, 이번에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생각보다 싼 가격에 샀네요.
P: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불타는 믹싱 연습 하시길 바랍니다. 본인 같이 직장을 다니시면서 디제이를 배워보시려는 분들에게 하시 고픈 조언이 있으신가요?
이: 저는 이제 막 디제이를 배우기 시작하신 초보자 분들이 성급하게 어떤 기술적인 성취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기존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나 새로운 음악을 듣고 분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껏 제가 만났던 많은 디제이들이 하나같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이기 보다는 음악과 소통에 더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었거든요.
P: 좋은 말씀이네요. 한국에서 디제이라는 게 뭔가 정신 없이 버튼을 눌러대거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야만 한다고 왜곡되어 보여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거든요. 물론 짧은 순간에 그런 스킬을 보여주는 것도 쇼맨십 중의 하나로 생각 되지만……
이: 중요한 건 음악이죠.
P: 네, 정답인 것 같아요. 디제이가 주가 아니라, 관객이 주인이 되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진짜 디제이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상원씨 직장 동료나 주변 에서 본인이 디제이를 배운다고 하면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으시진 않나요?
이: 저도 직장인이다 보니 토요일 밖에 시간이 안 나기도 하고 가끔 빠지기도 하는데, 요즘 주변에 소문이 나고, 장비까지 사고 나니 ㅎㅎ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같기도 하고……
P: 늪에 빠진 거죠. 하하하
이: 제가 디제이를 배우기 시작 하면서 주변 분들에게도 알리고 있는데, 예전에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 분도 배우기 시작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지금 상해에 계시면서 그 곳에 디제이 아카데미 중 한 곳에서 배우고 있다고 들었어요.
P: 오! 멋지네요.
이: 네, 그 분도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소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디제잉을 하면서 본인의 일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음에 한국에 오시거나 제가 중국에 가게 되면 같이 디제잉을 겨뤄보고 싶네요.
P: 그런 자리가 있다면 꼭 저도 불러주세요. 그 분도 기회가 된다면 인터뷰를 요청 드리고 싶네요. 중국에 디제이 아카데미는 또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학생 분들을 가르치는 지 궁금하네요. 오늘 바쁜 시간 내주시고, 또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닙니다. 제가 더 즐거워서 열심히 떠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던 한 낮의 태양만큼이나 열정적인 대화가 오갔던 인터뷰 자리였다. 주문한 아이스 커피를 다 마시고, 남은 얼음까지 모조리 다 씹어먹을 때까지 인터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본인의 말처럼 디제이라는 취미에 깊게 몰입하고, 좀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한 노력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다시금 에너지를 받는다. 그의 열정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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