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혁 a.k.a DJ Kindergarten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Point01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다양한 직장, 직업을 가진 #직장인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킨더카튼 1부 인터뷰에 이어서 계속 됩니다.
P: 지금까지 디제잉 생활에 후회가 남는 부분이 있으세요?
전: 생각해보면 디제잉 생활을 좀 더 잘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디제이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활동이 일종의 마케팅이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냥 내가 좋아서 하던 거였으니깐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일종의 마케팅인 거죠. 단순히 음악을 트는 데서 끝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음악으로 사람들을 더 즐겁게 할지, 아니면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줄 지에 대한 부분들 말이죠. 퍼포먼스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필요가 있더다고요. 예전에 디제이가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한다고 하면 디제이 형들에게 엄청 혼났어요. 디제이가 싼티나게 뭐하는 거냐고? 디제이는 멋있게 음악만 틀고 내려와야 한다는 주의였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거든요.
P: 적어도 무대 단상에 올라가서 에블바뤼뻑킹(Everyboy F**king) 점프 정도는 외쳐줘야 ㅎㅎ
전: 저도 한 번 올라가 봤는데, 막상 할 것도 없더라고요.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해야 되지 하는 생각만 들어서 그냥 손 몇 번 흔들고 내려왔어요. 근데 제가 만약 좀 더 어린 디제이였다면 사전에 좀 더 많은 걸 준비해서 해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아쉬움 말고는 후회되는 건 없는 거 같아요.
P: 본인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디제이가 있으신가요?
전: 잉그로소(Ingrosso)처럼 오랫동안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그리고 공연이나 페스티벌에 자기 자식을 같이 데리고 올라가고 싶어요. 무대에 위에 같이 올라가서 아이에게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꼭 보여주고 싶은 게 개인적인 꿈이기도 해요.
P: 디제이로서의 목표도 디제이로서 오랫동안 무대에 서는 걸로 봐도 될까요?
전: 그렇죠. 주변 디제이 하는 동료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우리 나중에 늙어서 우리 무대가 사라지면, 우리 돈 모아서 지하실 연습실 하나 얻어서 비밀 번호 걸어 놓고, 우리끼리 모여 음악 틀고 주말마다 모여 파티하면서 지내자’라고 해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 젋을 때 열심히 벌어야겠죠 ㅎㅎㅎ
P: 유부남이시기도 한데요. 부인 분이 디제잉을 하는 거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신가요?
전: 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생활을 잘 이해해주고, 음악도 좋아해줘요. 결혼 전, 후에 아내 집안 분들에게 직장인으로서, 디제이로서 제 생활에 대해 열심히 설명도 해주고, 응원해줬거든요. 그리고 디제이로서 일정 수입이 있기 때문에 나름 이렇게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유부남이시면서 이제 막 디제잉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아마 초반에 굉장히 힘드실 거예요. 부디 지치시지 말고 파이팅하시길 바랍니다.
P: 디제이를 이제 막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계시다면요?
전: 제가 지금까지 몇 분을 가르쳐 봤는데요. ‘왜 나는 디제이 실력이 안 늘지? 왜 이렇게 어렵지?’라고 하시는 걸 종종 본 적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도 저도 아니게 질질 끌다 보면 결국 좋아서 시작한 디제잉을 싫어하게 되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어느 정도 해보시다가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그대로 멈추시는 것도 방법이라고 봐요.
P: 그렇다면 좀 더 실력을 키워보고 싶은 사람들 에게는요?
전: 저는 열심히 하는 사람 못 따라 온다라는 철칙이 있어요. 최근에 한 교포 친구를 가르쳤던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 교포 친구는 매일 질문이 2-30개씩 쏟아졌고, 항상 디제이 페스티벌 영상을 보여주면서 계속 질문을 하고, 본인이 못 찾는 음악을 어떻게 구하면 되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 계속 쏟아냈어요. 그리고 해외 레이블에 따로 메일도 보내고 계속 질문을 이어가려고 하더라고요. 아까 언급한 내용이지만, 저는 보통 6개월을 보라고 하는데 이 친구의 경우에는 1달 만에 깨우치더라고요. 나중에 좀 더 알고 보니, 집에서 매일 음악을 듣고, 영상 틀어놓고 똑같이 흉내 내는 걸 매일 지독하게 반복했다고 하더라고요. 음악적 끼가 잇는 친구도 아니고, 다른 음악적 활동을 해왔던 친구도 아니어서 더 신기했어요. 수업이 끝날 때쯤 제가 일하는 클럽에서 디제이들 다 모와 놓고 틀 수 있는 기회를 준 적이 있어요. 30분을 트는데, 끝나자마자 디제이 친구들이 형이 트는 줄 알았다며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그 친구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있어요.
P: 직장인들의 경우, 잘 하고는 싶은데, 잘 하고 있는지 자주 혼란이 오거든요. 특히 비트 매칭의 경우에 더더욱 그렇고요.
전: 비트매칭의 경우에는 어떤 효과적인 방법을 익혀서 하는 거라기보다는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되는 거라고 봐요. 그 임계점까지는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어쩔 수 없이 노력해야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런 일련의 과정이 6개월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빨리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죠
P: 요즘은 확실히 예전보다 디제잉 배우기가 쉬워지다 보니, 주변에 디제이가 너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들으실 텐데요. 그걸 보면 어떠세요?
전: 제가 딱히 위기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아요. 뭐든 제가 자신이 있고 실력이 있으면 상관없거든요. 일본도 그런 적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예전에 시부야 가서 어깨 부딪히면 다 디제이라고 했을 정도로 디제이가 많았던 적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살아남을 사람들만 남는 거죠. 만약 누군가가 제 자리를 치고 들어오려고 해도, 제가 이 자릴 지킬 실력과 자신이 있다면 문제없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동안 제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는 이제 막 디제잉을 시작한 분들이 메우긴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저는 지금도 수업을 듣고 있어요. 화성학이나 프로듀싱 쪽의 수업인데요. 이를 통해서 남들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까지 더 채우려고 하고 있죠.
P: 프로듀싱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전: 저는 메쉬업이나 리믹스된 곡을 들을 때 ‘나 같으면 이렇게 안 할 텐데’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만들 실력이 안되다 보니 항상 뭔가 좀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거 같아요. 사실저는 프로듀싱 디제이 분들이 곡을 빨리 안내는 걸 비판하는 입장이었는데, 막상 제가 그 입장이 되니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결국 더 겸손해지는 거 같아요.
P: 회사 생활에, 디제잉에 프로듀싱까지 하시면 엄청 바쁘시겠네요. 지금 디제잉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따로 프로듀싱에 대한 부분을 권하시는 편이신가요?
전: 네 굉장히 추천하죠. 디제이가 프로듀싱을 배우면 듣는 귀가 더 발달하게 되고, 본인이 음악을 선곡하고 트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돼요. 특히 악기 드럼 셋을 예전보다 자세히 듣다 보니,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을 계산하고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P: 확실히 예전에 비해 전자 음악, EDM에 대한 분위기가 호의적인데요.
전: 지금이 아마 최고의 정점인 거 같아요. 여기서 특정 장르의 인기가 더 올라가는 것보다는 다른 파생 장르로 넓어지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P: 그러면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장인 디제이들이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저 같은 경우에는 제 실력이나 선곡에서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수준은 아니어서… 항상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했어요. 음악 적으로든 음악 외적으로든 말이죠. 특히 베뉴에서 진행하는 할로윈 의상 콘테스트에서 매년 1위를 하고 있고, 옥타곤 랭킹 발표나 관련 파티를 할 때, 제 사비를 털어서 기념품도 준비하는 등, 계속 다양한 방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죠. 디제이보다 그것 때문에 살아남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ㅎㅎㅎ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분명 계실 거라고 봐요. 하지만 저는 디제잉 또한 저의 퍼스널 브랜딩으로 접근해야지, 이런 모습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면 끝이 없다고 봐요. 어쨌든 제게 그 자리가 주어진 거고, 일단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거든요.
P: 어떻게 보면 직장인의 마음이네요.
전: 그렇죠. 이 부서, 내 선에서 책임을 지고 마무리를 해야지, 내가 잘못 했는데, 다른 부서 탓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회사 다니는 것과 같이 디제잉을 하는 거에도 본인이 항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봐요. 회사 생활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잖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기 던지고 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ㅎㅎ
P: 최근에 새로 Crew를 만드셨던데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전: 오프 더 레코드라는 단체인데요, 그동안 클럽 씬에서 오랫동안 디제이를 해온 사람끼리 ‘ 왜 우리끼리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지 않을까’하는 질문들 던져왔고, 처음에는 가볍게 파티를 해보자는 걸로 시작했어요. 말 그대로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인 거죠. 비공식적인 느낌의 파티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 구성원들 모두 의지가 강해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싶더라고요. 오프 더 레코드가 온 레코드로 바뀔 때까지 가보려고요.
P: 구성원들이 쟁쟁하시던데 ㅎㅎ 뭔가 새로운 느낌의 움직임을 기대해봐도 되겠네요.
전: 오프 더 레코드에 모인 저희들은 1세대 디제이와 지금의 새로운 세대의 중간에 있는 일종의 2 세대 디제이 정도로 보시면 될 듯해요. 이 디제이들이 모여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친구들에게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그동안 각 각의 멤버가 쌓아 놓은 음악, 경험, 노하우 이 모든 걸 다 한 번 보여 주려고요. 음악 장르도 Deep house부터 house, tech house, electro house에서 trap, hip hop 까지 다 소화가 가능하거든요. 7월 중순에 첫 파티를 할 텐데 기회가 된다면 꼭 놀러 오셔서 보셨으면 합니다.
P: 초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계시다면요?
전: 전 언제나 직장 생활과 디제잉, 이 두 가지를 꼭 병행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제 직업, 오퍼상은 70년대에 최고였어요. 근데 지금은 …ㅎㅎㅎ 마찬가지로 디제이라는 것도 언제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전업 디제이들 사이에 있다 보면 ‘너는 회사 다니잖아. 다른 데서 월급 받잖아’라는 말을 들어요. 그러는 저는 항상 그래요. ‘너희는 클럽 갔다 와서 월요일 늦게 까지 잘 때, 나는 1시간도 못 자고 새벽에 출근해서, 여기저기 고개 조아리고 싹싹 빌면서 직장 생활하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 하지 마라고요. 일 끝내고 2-3시간 자고 다시 출근할 때, 회사 앞에 차 세워놓고 잠시 눈 붙였다가 출근하는 상황을 겪다 보면 저도 힘들고 그만 하고 싶죠. 그렇지만 뭐… 제가 선택한 길이니 최선을 다하는 거죠.
P: 끝까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선택한 길이니, 최선을 다해야죠. 이 말의 울림이 이토록 크게 들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일상이란 지루하고 힘듦을 극복하며 하나씩 쌓아 올린, 킨더가튼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앞으로의 행보에 무한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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