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하는디제잉(1)

디제잉, 그 삽질의 기억......

by 회사원 장규일

이 포스팅은 디제잉을 배우면서 제가 겪은 삽질에 대한 기록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100% 가짜 정보이니 필요 없으신 분들은 알아서 Back 하시면 됩니다.


음악을 열심히 디깅 하다 보면 노래 제목 뒤에 오리지널이라고 붙어 있는 게 있고,... edit,... remix 버전이라는 게 있다. 처음 디제이를 배울 때, 이제 제일 헷갈렸는데, 특히 전자 음악 쪽은 원곡을 가지고 만드는 다양한 리믹스 버전도 많고, 가끔 원곡보다 리믹스가 더 유명(?)해진 경우도 있다.


근데 당시 내게 수업을 해 주시던 디제이 선생님은 항상 오리지널 버전을 고집하셨었는데, 이제 막 비트 매칭을 익히고, 믹싱이라는 게 뭔지 알 것 같던 그 '초짜' 시절에 꽤나 어설픈 생각을 했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오리지널 버전을 듣고 있으면 초반 인트로 부분이 꽤 긴 편이라(1분 동안 비트만 계속 반복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냥 edit 된 버전으로 큐 잡아놓고, 내가 좋아하는 드랍 부분만 섞어서 틀면 되지 뭐 그리 일일이 노래 다 듣고 밤새 디깅을 해야 할까?'


수업을 마치고 가진 술자리에서 그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술김에 내 생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26년 차 디제이 앞에서 고작 몇 개월 배운 내가 방법론에 대해 당차게 반기를 들었으니 얼마나 욕을 먹었겠는가?


에딧 버전으로 하면 안되느냐? (심지어 감상용으로 편집된 Radio edit 버전을 쓰면 안되냐고 물었던 ㅋㅋㅋ)

비트매칭 하지 말고 그냥 싱크키를 사용하면 안되느냐? 등등.. 온갖 X소리를 다 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한 그분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욕설은 최대한 삭제했...)


"야, 넌 음악이 무슨 야동인 줄 알아?"


"네?"

"싱크를 쓰든, 미리 에딧 된 버전을 가져다 쓰던, 무대에서 지랄발광을 하던 그건 내 알바가 아닌데, 이건 명심해. 적어도 남들에게 디제이라고 불리고 싶으면 네가 튼 곡에 대해 완벽하게 알아야 하고, 왜 그 곡을 선곡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해."

"......"

"언제부터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지금 말하는 건 나한텐 딱 그런 느낌 밖에 안돼. 그냥 네가 꼴리는 부분이 나올 때까지 대충 스킵하다가 말초적인 부분만 뽑아서 계속 보여준다는 거..... 그게 무슨 디제이냐? "

"......"

"생각을 한 번 해봐, 왜 프로듀서들이 곡의 구성을 그렇게 했을지를. 니 말대로라면 7-8분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 정신병자냐? 자꾸 앞 뒤 다 자르고 이해 없이 그냥 포인트 잡아 컷으로 넘길 거면 디제잉은 왜 하냐? 그냥 집에서 혼자 컴퓨터로 하지. 인트로를 들으면서 다음엔 뭐가 나올까~ 하는 그런 쪼이는 맛! 그런 맛에 디제이들이 밤새 디깅하고 음악에 울고 웃는 거야. 프랑스 고급 코스요리처럼... 하나씩 차근차근 뚝심 있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 줄는데... 아 됐고, 메인 요리 주시오, 그냥 그거 얼른 먹고 갈게요... 뭐 이런 거 아냐..."

"......"

"네 생각이 그렇다면 뭐, 더 할 말은 없는데, 난 그런 간지 떨어지는 짓은 안 해 ㅎㅎ"


그때부터 디깅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때면 (특히 오리지널 버전을 들을 때면) 이 곡을 가지고 믹싱을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보다 해당 노래에 먼저 집중하는 습관이 생겼다. 초반 인트로의 비트가 지나고 다음에 어떤 구성(구다리 ㅋㅋ) 이 이어질까 하며 기대하면서 한 곡, 한 곡을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믹싱 실력은 그리 늘진 않았지만 ㅋㅋㅋ(이건 솔직히 내 게으름 때문이다...), 적어도 음악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많이 교정이 된 듯하다.


예전부터 난 항상 원본 보다는 요약, 핵심 정리... 뭐 이런 거에 익숙했었다.


시간이 없다는, 아깝다는 핑계로 원본이 아닌 요약집, 핵심 정리 뭐 이런 얄팍한 것만 보고 시험을 치고, 또 요약 집을 찾는 짓을 반복한다. 항상 그 놈의 핵심, 정답, 효율이 최고인 세상에 살다 보니 예술에도 그런 잣대를 가지고 다가서는 내 모습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면서도 슬프다.


음악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디제이라는 예술 행위를 배우고 픈, 배우는,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번쩍거리는 전자 장비를 만지기 전에, 우리나라 클러버, 리스너들의 저질적인 수준을 논하기 전에 음악을 제대로 듣는 것부터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kip 해서 대충 듣는 음악에서 무슨 감동을 느끼며, 그런 디제잉에 무슨 진정성이 담기겠는가?'


* [퇴근 후 디제잉 Facebook 그룹]: goo.gl/1JWgZQ

* [뮤직 앤 컬처 전문 Podcast] 고딴거 : goo.gl/YMd2GC

* 마이크 임팩트 강의 [퇴근 후 디제잉] : goo.gl/uz83AY

* 질문, 인터뷰 요청,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면 댓글, zesticks@gmail.com으로 언제든 연락 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헤드라이너, 결정적 장면 4가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