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디제이프로젝트 No.13 대학 전자음악 팀 Nuit, 박민천 회장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Point01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다양한 직장, 직업을 가진 #직장인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퇴근후디제잉 이라는 내용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좀 더 외연을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13번째 인터뷰에서는 좀 더 어린 친구들의 씬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고, 운 좋게 Nuit이라는 대학 전자음악모임을 컨택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민천(이하 박): 안녕하세요, 대학생 전자음악팀 Nuit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민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P: Nuit이라는 이름이 특이한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박: 네, 불어로 밤이라는 뜻이에요. 처음에 TheRavers라는 이름으로 한국 외대 전자음악 동아리로 시작해서, Nuit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P: 뜻을 알고 나니 좀 더 이해가 되네요. 어떤 모임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릴게요.
박: 네, 저희 팀의 출발점은 ‘정체성’에서 출발해요. 기존 대학 파티 팀들의 맹목적인 상업성이나 유흥에 목적을 둔 파티문화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좀 더 본인의 정체성을 살리고 싶은 이들이 모여 팀을 만들게 되었어요.
P: 현재 인원은 얼마나 되죠?
박: 실제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50여 명 정도가 됩니다.
P: 좋은 시도이긴 하지만, 대중적인 음악을 배제하고 본인들의 스타일만 강조하는 전략이 과연 얼마나 승산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박: 요즘 유행하는 빅룸과 EDM 음악 스타일, 물론 그 음악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자극적이고 뻔한 파티가 너무 많잖아요. 저희는 그런 것보단 좀 더 마이너해도 우리가 원하는 콘셉트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P: 그런 게 Nuit과 다른 파티팀과의 차별점이다 라고 보면 될까요?
박: 그렇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즐거워서 만들고 보여주는 음악이 진짜예요. 그런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앞으로 더 큰 무대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죠.
P: 팀원들을 Recruit 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박: 예전엔 관심만 있어도 쉽게 뽑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의 소양을 가진 친구들을 뽑으려고 해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야 일종의 시너지가 나오더라고요.
P: 동아리에서 자체적으로 디제잉을 가르치고 있으신가요?
박: 네, 물론 저희는 겸손하게 다 같이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장비 측면에서는 거의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고, 많은 인원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디제잉을 잘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들어와도 큰 문제는 없어요. 물론 본인의 열정이 중요하겠지만요.
P: 민천님은 어떻게 디제잉을 하게 되었나?
박: 저는 유년 시절부터 부모님 덕분에 다양한 음악적 환경에 대한 노출이 많았고, 클래식 피아노를 쳤었어요. 그리고 학창 시절에 힙합에 빠져있었고, 전자음악을 알게 되면서 좀 더 무대에 대한 욕심이 커졌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제잉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공부하게 되었어요.
P: 독학으로 디제잉을 배운 케이스인가요?
박: 네.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영어 콘텐츠를 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서 유튜브 영상이나 영어 기사들을 보면서 공부했었어요. 물론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그 덕분에 제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P: Nuit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파티의 모습은 뭔가요?
박: 저희들은 음악이 주가 되는 파티를 하고 싶어요. 잘 아시겠지만 파티 콘셉트를 짜고 기획하는 게 사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잖아요. 솔직히 무슨 턱시도 파티, 솔로들을 위한 파티 같은 어설픈 파티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 만들 수 있어요. 주위에서도 그런 제의가 오지만 저희는 그런 콘셉트는 철저히 지양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 그 음악이 주는 에너지와 느낌이 오롯이 녹아 있는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요.
P: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말씀이시네요. Nuit이 앞으로 프로 씬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처음에 시작했을 땐, 믹싱 스킬적인 측면이나 경험적인 측면에서 약점이 많았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난 시간 동안 다양한 기획을 통해 멋진 파티를 진행했고, 저희가 가진 음악적 다양성만으로 놓고 볼 때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모임에는 정말 모든 음악을 다 다룰 줄 알고,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해요.
P: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nuit의 활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화제를 돌려볼까요? 디제이 서바이벌 헤드라이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세요?
박: 아직 프로그램을 보질 못해서 명확한 판단은 이르지만, 들리는 것만으로 짐작해 보면 디제이들을 줄을 세워 짧은 시간에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좀 더 말초적인 장르, 편향된 스킬에 집중하게 될 거고 대중들에게 디제이의 선입견만 잔뜩 심어주지 않을까 하네요.
P: 저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만…
박: 사실 디제이가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잖아요. 가령, 화려한 스킬을 선보이는 디제이보다는, 좀 더 셀렉션에 집중하고 섬세하게 정성 들여 믹싱 하는 디제이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는 디제이에 익숙해져서 다양한 스타일의 디제이들이 대중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 그러면 연예인 디제이에 대한 생각도 부정적이신가요?
박: 저는 이 주제에 대해선 약간 양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P: 재미있네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신다면요?
박: 현대 사회에서 프로모션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연예인 디제이들이 본인의 인기를 이용해 이슈를 만드는 게 과연 그렇게 일방적으로 지탄받아야만 하는 지는 사실 좀 의문이에요. 이들 덕분에 판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 입문자들이나 대중들에게도 친근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P: 이와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은요?
박: 반대로 음악적인 측면을 봤을 땐 좀 다른 점이 있어요. 요즘 성행하고 있는 각종 디제이 페스티벌에서 실력 없는 연예인 디제이들이 단순히 연예인이라는 것 때문에 한 자리 차지하고, 여기에 밀린 로컬 디제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일종의 촌극을 볼 때면 아쉬움을 넘어 화가 나는 게 사실이에요.
P: 말이 나온 김에 디제이 페스티벌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네요. 페스티벌 불모지인 한국에 벌써 몇 년째 디제이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잖아요. 외국인 디제이들의 섭외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들리는 게 사실인데요. 그 돈으로 차라리 국내 로컬 디제이들에게 투자하라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박: 네, 우선 사업이라는 게 당연히 수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음을 위해서도 이슈를 만들고, 좀 더 큰 규모를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무분별한 시도로 인해 생기는 반작용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최근 성황리에 끝난 ‘내가 만든 페스티벌’이 바로 그 반작용으로 인해 나타난 이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돈벌이에 혈안이 된 몇몇 업자들의 판단으로 발생된 손해가 고스란히 로컬 디제이들에게 전가되는 현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P: Nuit이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성공과 정체성, 이 두 가지 전제가 충돌한 적은 없었나요?
박: 항상 부딪치죠.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여전히 정체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단체예요. 그동안 많은 곳에서 다양한 제안이 있었지만, 우리 내부에서 철저히 고민하고 정제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제안만 진행했어요. 덕분에 얻은 것도 많았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 있어서 피로도가 큰 것도 사실이에요.
P: 그런 상황에 대해 Nuit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요?
박: 음악적 자유도, 다양성이 저희의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다양성과 정체성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해요.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게 유닛 활동이에요. 그리고 앞으로 Nuit이 대학 동아리, 친목 단체 수준을 벗어나 더 큰 단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P: 흥미롭네요. 유닛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도 세웠나요?
박: 아마 10월 초 글로벌 게더링 전후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을까 하네요. 멋진 기획자들을 만나 다양한 것들을 준비 중에 있어요. 이번 보다 더 멋진 것들을 많이 시도할 생각이에요.
P: 요즘 많은 분들이 이 씬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공존한다고 합니다. 민천씨는 이 씬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박: 우리나라는 7-80년대 유재하와 김광석, 장기하, 이센스 그리고 혁오에 이르기 까지 굉장히 자기 색깔이 강하고 울림이 있는 뮤지션들을 무대 위로 불러낸 나라예요. 절대 대중들의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 문화를 공급하는 쪽에서 대중의 기호가 아닌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장난질 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도 진정성을 가진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P: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대중들의 현명한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겠네요. Nuit의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주신다면요?
박: 사람들의 심리가 좋은 걸 알게 되면 공유하고 싶고, 공감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렇거든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성장해 나가고 싶다는 거죠. 지나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국 사회의 거대담론과 맞서 싸워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갑질 문화나 상업화에 맞서서 우리의 색깔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커요.
P: Nuit 말고 민천씨 목표가 있다면요?
박: 10년 안에 클럽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 디제이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존중하고, 음악이 주가 된 클럽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종합 아티스트 공간으로서 nuit 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네요.
P: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속 Nuit의 활동, 민천씨의 활동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박: 네, 저도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선, 항상 새로운 세력들의 탄생과 이로 인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본인들의 색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Nuit의 활동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꼭 본인들의 힘으로 증명해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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