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일의 B컷 #040
"복권 1등에 당첨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 적이 참 많다. 얼마는 저축을 하고 얼마는 뭘 사고, 얼마는 어디에 쓰고 등등... 누구보다 알차게 그 공돈을 사용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다.
복권만 당첨되면 말이다.
수요일마다 만나는 백종원 대표는 '골목식당'을 통해 수많은 사장님들을 만난다. 공교롭게 본인의 동네에 백종원 대표가 오게 되고 엉겁결에 솔루션을 받고 새롭게 단장한 가게엔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손님들이 들이닥치고 각종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홍보가 쏟아진다.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감동 더해지며 몇 주간의 꿈같은 시간이 지난다. 그런데 1년 후 다시 백 대표가 돌아와 보면 대부분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 있다.
거액의 복권에 실제로 당첨된 이후 본인의 삶이 이전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의 기사 인터뷰를 볼 대면 ' 이 사람도 평소에 복권을 살 때마다, 어떻게 쓸지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며 살았을 텐데 왜 저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골목식당의 변해버린 사장님들을 보며 그 이유를 알 수 있겠다 싶더라.
뜻밖에 얻는 행운, 요행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지금도 방송을 보는 이들 가운데, '날파리만 날리는 우리 가게에 백종원만 온다면, 나는 음식 메뉴도 줄이고, 솜씨도 키워서 제대로 손님을 대접할 수 있을 텐데. 제발. 그 기회가 와줬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가게 오픈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 이와 함께 치솟는 매출. 그리고 덩달아 쏟아지기 시작하는 온 오프라인의 반응들까지. 그러나 이런 행운을 거머쥔 사장들은, 아마 이전보다 훨씬 더 힘든 시험에 빠졌을 것임을 이후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이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의 고된 노동 강도의 증가와 수시로 들이닥치는 대중들의 참견과 지적질까지.
어쩌면 백종원 씨는 망해가는 가게를 되살리는 노하우를 보여주는 것만큼, 그 가게가 초심을 잃지 않고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가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 가게에 백종원이 오는 그런 기회는 말 그대로 운의 영역이지만 이를 잡고 유지하는 건 결국 당사자의 역량에 달려 있음을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 극소수의 사장님들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버린 사장님들의 모습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그래도 골목 식당은 극적 재미를 위해, 1~2년에 한 번씩 흐려진 초심을 다잡을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우리네 인생에서 그런 일은 정말 흔치 않다. 요행을 바라기 보단 스스로 움직여 기회를 만들고, 밀려드는 행운의 크기만큼 함께할 불행 역시 냉정하게 바라보고 버텨낼 맷집을 기르는 것, 이번 주도 골목식당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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