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 일기 #001
원래 곱슬끼가 있는 머리라 얼마간 이발을 하지 않으면 펌(?)을 한 것처럼 머리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터라(사진 참조) 애초에 짧은 머리를 유지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드라이 + 왁스' 스킬을 이용해 스타일을 내는 걸 잘하지 못(+시간도 아깝고)하는 타입이기도 했다.
그러다 '투블록' 스타일이 한반도 남성들을 강타한 시기가 있었는데(아직도 강타 중인 거 같다...), 뭔가 나도 그렇게 자르기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다.
사실 투블럭은 자른 후 얼마나 스타일링을 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인데, 스타일링에 자신이 없거나 귀찮아하는 나 같은 남자들은 그냥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다. (종종 출근길 지하철을 보면 당시 나 같은 남자 사람들이 보인다. 무슨 바가지를 뒤집어쓴 거 같은... 그런...)
스타일링을 어려워하는 나를 본 미용사 선생님이 다운펌을 권하셨고 속는 셈(?) 치고 한 번 시도해봤다.
그리고 나는 난생처음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만났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 이후로는 늘 옆과 뒷 머리를 6mm 정도로 짧게 자른 포마드 스타일을 고수했고, 늘 포마드용 빗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머릴 넘기고 다녔다. 출근 전에 머리를 감고 말리고, 포마드를 펴서 바르고 빗으로 모양을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스타일이었지만, 오랫동안 이 스타일을 유지했던 걸 보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2. 본격 육아에 이은 장발의 시작.
그러다 작년 여름 즈음부터 본격 육아와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미용실을 못 가다 보니, 점점 머리가 앞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시로 머리카락이 눈과 면상을 공격(?)하는 터에 외출 시엔 모자를 쓰거나 포마드를 덕지덕지 바르곤 했고, 집에선 고무줄이나 집게로 어설프게 묶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머리가 뒤로 묶이기 시작했고(오예!), 그 이후 옆과 뒷 머리만 다듬으며 본격적인 투블럭 장발의 테크를 타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 투 블록에서 장발로 넘어가고자 할 때 옆, 뒷 머리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데, 여길 계속 정리할 것인지, 아니면 참으면서 기를 것인지가 상당히 고민이 된다.
나는 전자를 택했고 지금도 2달에 한 번씩은 옆, 뒷 머리를 6mm 정도로 정리하고 있다. 유튜브에 등장한 많은 남성 장발러(?)들이 참고 기르길 권했지만 나는 영원히 옆, 뒷 머리랑은 친해질 수 없는 운명인 거 같더라.
3. 다시 펌으로.
어설픈 포니테일에서 점점 머리가 길며 묶이다 보니, 다운펌으로 폈던 머리 더미(?)에 대한 관리가 애매해졌다. 묶음 머리 초기 때는 몰랐는데, 점차 길다 보니 앞 머리는 곱슬거리고 중간 이후부터는 일자로 되고, 머리를 묶으면 끝이 붓끝처럼 뾰족해지더라.
머리를 풀면 무한도전 정형돈(또는 알까기 시절의 최양락)이 거울 앞에 등장했고,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다시 미용사 분이 조언을 받기로 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2)
그리고 펌을 하기로 했다. 결국 곱슬머리로 회귀한 거다.'원래 곱슬 -> 다운펌 -> 일반 펌'이라는 과정을 거친 셈인데, 곱슬인 채로 머리를 기르려 했다면 백발백중 실패했을 거다. 혹 곱슬머리 남자인데 머리를 한 번 길러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나처럼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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