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디제이프로젝트 No.15 삼성 전자 디제잉 동호회 백상규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Point01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다양한 직장, 직업을 가진 #직장인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대기업에 다닌 다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속에서 디제잉을 배운다는 건 또 어떤 느낌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가진 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회사, 그리고 사내에 디제잉 동호회가 있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Ponit01(이하 P):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백상규(이하 백):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P: 저도 삼성전자에 계시는 분을 만나게 될지는 몰랐네요. 어떻게 저희 그룹을 알게 되셨죠?
백: 디제잉을 하면서 여러 커뮤니티나 그룹에 참여해서 리뷰를 하고 있는데,#퇴근 후디제잉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보고 뭔가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장인 + 디제이라는 조금 더 좁혀진 그 스팩트럼이 마음에 들었어요.
P: 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해주신다면요.
백: 네, 저는 현재 삼성전자에서 차세대 통신 기술 개발을 하고 있고요, 디제잉 시작한지는 2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삼성전자 디제잉 동호회 Midnight Company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P: 저도 예전부터 삼성전자에 직장인 디제잉 동호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간간이 듣긴 했는데요. 이렇게 인터뷰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동호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백: 네, 저희 Midnight Company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내 디제잉 동호회이고요. 삼성전자 및 그룹사 임직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음달에 동호회가 만들어진지 2주년이 됩니다.
P: 저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통계적으로 느끼는 거지만, 디제잉에 대한 관심이 문과 보다는 이과 분들이 더 큰 거 같은데, 어떠세요?
백: 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도 이과 고요 ㅎㅎ 제가 통신 관련 일을 하면서 늘 마주치는 용어나 원리가 디제잉 장비에 있는 것과 같은 것도 좀 있어요.
P: 오! 재밌는데요?
백: 디제잉도 음성 신호를 다루는 것이다 보니 신호처리이론 같은데서 배우는 Low PassFilter, High Pass Filter, Gain, Automatic Gain Control(AGC) 개념이 디제잉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실제로 들어가 있죠.
P: 처음 접근할 때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셨겠네요.
백: 네네, 신호를 어떻게 변형, 왜곡을 시키는 가에 대해 이론적으로 보면 잘 와 닿지 않는데, 직접 디제잉 장비, 특히 믹서를 조절해 직접 들어보면 굉장히 쉽고 직관적이에요.
P: 그럼 본인이 직접 디제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요?
백: 제가 연구직이다 보니 일하면서 유튜브를 켜놓고 들으면서 일할 때가 많아요. 영상은 못 보고 음악만 들으면서요. 아시겠지만, 하나의 영상을 켜놓고 끝나면 관련된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는데, 그 날 넘어간 음악이 너무 괜찮아서 일하다 말고 찾아 봤거든요. 그때 본 뮤지션이 데이비드 게타였어요. 여자 가수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디제이가 만든 노래에 피처링을 한 거더라고요.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던 영상이 캘빈 헤리스ㅎㅎㅎ
P: 핫 한 디제이들의 음악을 연달아서 들으셨군요 ㅎㅎㅎ
백: ㅎㅎ 멜론 같은 음원사이트에서 자주 듣던 노래를 이 사람이 만들었구나, 그러면서 디제이가 뭘 하고 어떻게 하는지 이런 걸 관심 있게 보게 되었죠. 그리고 30대가 되면서 악기라도 하나 배우려고 하고 있긴 했었거든요.
P: 그런데 선택하신 게 디제잉?
백: 네, 저는 저와 같은 30대 분들이 음악,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신다면 디제이를 배우는 것도 좋다고 봐요. 일정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을 때 다른 분야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디제잉도 고수의 반열에 올라가려면 결코 쉽지 않지만, 디제잉 장비와 스피커, 그리고 음악만 있으면 나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나 할까요.
P: 아무대로 완성된 음악을 가지고 시작하는 거다 보니 그런 장점이 있는 게 아닐까 하네요. 그러면 따로 누구에게 배우신건가요?
백: 네, 저 같은 경우 학원을 다니면서 디제잉을 배웠고요, 그러다가 회사 일이 바빠져서 학원을 수강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사내 동호회 모집 공고를 보고 이리저리 찾다가 디제잉 동호회를 알게 되었죠.
P: 드디어 나오는군요. ㅎㅎ 좀 더 자세히 사내 디제잉 동호회에 대해 알려주세요.
백: 삼성 그룹 내에 제가 알기로 4개 정도 동호회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삼성전자에 저희 Midnight Company를 비롯해서 2개 동호회가 있고요 삼성 SDS와 삼성디스플레이에도 하나씩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P: 인원이 어느 정도 되죠?
백: 저희 Midnight Company는 80명 정도 가입되어 있고,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인원은 4-50명 정도 돼요. 그중에 디제잉을 할 수 있는 인원이 20명 정도 되고요.
P: 오, 적지 않은 인원이 활동 중이시네요. 다른 동호회도 그 정도의 인원이 활동하나요?
백: 자세히는 모르지만, 수원사업장에서 활동하는 Spotlight라는 동호회가 50명 정도 되고, 4개 동호회 회원수를 합치면 얼추 20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뭐... 삼성그룹 직원 수가 몇 만도 더 되는데 그에 비하면 높은 비율은 아닙니다..ㅎㅎ
P: 와우! 그러면 삼성 전자에서는 디제잉이라는 게 그렇게 낯설거나 색다른 취미는 아니겠네요. ㅎㅎ
백: 제가 느끼기에도 1-2년 전만 해도 그랬는데, 이제는 조금 친숙해진 것 같아요. EDM씬 자체가 최근 많이 커졌고, 전자 음악을 듣고 열광하던 10-20대가 나이가 들어 직장에 들어가다 보니 그렇게 문화가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P: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만,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인데, 따로 시간을 내 동아리 활동할 시간이 있으세요?
백: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 것 같아요. 저도 요즘은 야근이 많고 바빠지긴 했어요. 바쁘면 늦은 밤이나 새벽에 퇴근할 때도 있죠. 그래도 디제잉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다들 꾸준히 즐기는 것 같아요. 퇴근하고 집에 가서 연습 한 시간이라도 하자 그런?ㅎㅎ
P: 취미도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뭐 그런 건가요? ㅎㅎ
백: ㅎㅎ 그런 건 아니고, 이거라도 해서 즐거움을 찾자- 그런 느낌일 거예요.
P: 따로 회사에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나요?
백: 네, 저희 동호회의 동호회실이 따로 있어요. 마치 대학교 동아리처럼 요. 동호회 내에도 파트별 담당자가 있죠. ㅎㅎ 저희도 연습을 하려면 장비 담당에게 허락을 받고 진행해야 해요.ㅎㅎ
P: 디제잉을 배우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백: 네. 처음엔 기존 멤버들이 조금씩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있었고.. 우리가 가르치는 게 한계가 있다 보니 지금은 외부에서 전문 강사님을 초빙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P: 디제이 동호회끼리 교류가 있기도 한가요? 예를 들면 배틀이라던가 잼과 같은...
백: 그렇게 자주 교류하지는 못해요, 거리상 문제도 있고요. 동호회 파티에서 다른 동호회분들을 게스트 디제이로 초대한다든가 다른 동호회 MT에 놀러 간다든가 한 적은 있네요.
P: ㅎㅎ 이렇게 인터뷰로 접하신 분들도 그렇겠지만, 삼성전자에 디제이 동호회가 있고, 파티도 열 예정이라고 하는데, 기존의 삼성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백: 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라는 회사는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있긴 해요. 하지만 삼성은 의외로 전자음악과의 교류가 많은 편이에요. 투모로우랜드에 스폰서로 참여하고 삼성 스테이지를 운영한 적도 있고요. 그리고 브라질에서 갤럭시 S5의 론칭 파티가 있었는데, 헤드라이너가 너보(Nervo)였어요.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국내에서도 회사의 마케팅에서 디제잉 콘텐츠를 활용한 적도 있긴 해요. 제가 일개 연구원이라 회사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시진 마시고요 ㅎㅎ
P: 듣고 보니 그렇네요 ㅎㅎ 본인 동호회의 파티 이야기로 넘어가죠. 파티에 대해 잠시 설정해주신다면요.
백: 저희는 1년에 2번 정도씩 정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고요, 작년 가을부터 시작해 이번이 3번째네요, 그리고 정기적인 공연 외 평일 연습 후에 따로 자주 가는 장소에서 작게 작게 파티를 즐기기도 해요. 중소규모로 스팟성 파티도 하구요.
P: 어느 정도 인원이 되니까 자체적으로 자주 모임을 가지시는군요.
백: 네, 제가 직장인 디제이를 대표해서 말한다고 할 순 없지만, 저는 꼭 클럽의 큰 무대에서만 음악을 틀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과 작게라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런 무대를 더 자주 만드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P: 디제이가 없는 공간에 디제이 무대를 만드는?
백: 네, 자주 가는 펍에서도 맥주 마시면서 디제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즐기기도 해요. 작은 공간에 단을 쌓고, 가게 스피커에 연결해서 우리끼리 즐기는 그런 분위기가 저는 너무 좋거든요.
P: 말로만 들어도 그 장면이 떠오르네요.
백: 그래도 회사원이고, 술과 함께 밤 늦게 진행하는 게 있다 보니 과하지 않게 알아서 조심하는 편이에요. 몸을 사려야 ㅎㅎㅎ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고요 ㅎㅎ
P: 그래도 계속 그렇게 이어간다는 게 멋지네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백: 예전에 회사 게시판에 정기공연을 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사내 사진 동호회 분들이 이번 출사를 저희 공연으로 오시겠다고 하시고 합류하셨던 적이 있어요.
P: 오! 제대로 만나셨군요.
백: 근데 재미있는 게, 저희가 새벽까지 하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새벽 4시까지 한다고 하니 정말 그때까지 하나며 당황해하셨던 적이 있어요. 그래도 새벽 한두 시까지 계시면서 멋진 사진 많이 남겨주셨죠.
P: 이 인터뷰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한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디제잉 동호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직장인 디제이를 보면 감회가 남다를 텐데,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백: 디제잉, EDM 이런 문화가 점점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고, 전 세계적인 음악의 주류에 EDM이 비중을 점점 높여가는 상황인 건 사실이잖아요. 저희는 그저 그 바람을 타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P: 그래도 바람을 어떻게 타는 줄 알아야 이게 바람인지 아닌지 알죠 ㅎㅎ
백: 그런가요? ㅎㅎ 그렇게 봐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P: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상규님의 SNS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사진을 봤는데요. 설명 부탁드립니다.ㅎㅎ
백: 푸하하하하! 이 사진은 사실 아내가 찍어준 사진인데요, 베란다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니 아니 부인님의 허락을 받고 감사히 디제잉 연습을 하는 모습입니다.
P: 와이프분께선 디제잉을 한다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백: 다행히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아요. 그래도 제 스스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한 후 남는 시간에 허락받고 디제잉을 하고 있죠. 이번 인터뷰를 통해 굉장히 감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네요.
P: 동호회에 새로 들어오고 싶은 사람 들고 있을 거고, 주변에 디제이를 처음 배우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백: 저는 취미로 디제잉을 배울 거면 잘해야 한다 에 목멜 필요는 없다고 봐요. 어떤 방법으로든 배워보고 본인 스스로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그저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P: 디제이에 대한 본인만의 정의가 있다면요?
백: 저는 디제이는 음악을 잘 골라서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으로 관객이 춤을 추게도 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죠. 그 정의에만 맞는 다면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든 괜찮다고 생각해요. 물론 디제잉 기본기와 스킬은 필수겠죠. 그런 기본 능력이 없는 사람이 무대에 선다면 그 무대를 보기 위해 온 관객들에게도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P: 자격 있는 사람이 무대를 서야 한다는..
백: 디제이뿐만 아니라 모든 무대가 그렇겠지만, 당사자가 가진 실력과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같진 않아요. 그 무대의 가치에 맞는 사람이 선발되어 서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경우도 있지만 ㅎㅎ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무대에 서는 것 아니라고 봐요. 디제이 장비엔 자동으로 노래의 싱크를 맞춰주는 오토 싱크 키가 있는데요, 그 버튼을 누르면 믹싱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진행할 수 있게 해 줘요. 저는 그런 걸 활용하는 것도 항상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싱크 그리드가 안 맞거나 노래의 음량이 안 맞으면? 그럴 때 해결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내 앞에서 내가 트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 그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그렇지 않다면 좀 더 연습을 해야 ㅎㅎ
P: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반성케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ㅎㅎ
백: 저야 말로 반성하고 연습 더 해야죠ㅎㅎ
P: 앞으로 본인의 목표가 있다면요?
백: 우선 제가 일로 하는 것이 아닌 영역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이 디제잉을 계속 이어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 동호회 활동도 꾸준히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네요. 제가 하는 디제잉이 내 주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고요.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니 언젠가는 디제잉으로 CSR (Corporate Social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같은 것도 해보고 싶긴 해요.
P: 처음 선택을 해야 할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디제잉을 선택하실 건가요?
백: 네, 당연하죠. 여전히 저는 그때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죠. ㅎㅎ
P: 네, 긴 시간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기대하겠습니다.
백: 네, 감사합니다. 아참 그리고 10월 24일에 저희 동호회 정기공연 겸 가을 파티를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 계시다면 놀러 오세요.
P: 네, 해당 파티는 #퇴근후디제잉 그룹에서 한 번 더 홍보토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직장인디제이 란 단어 앞에 대기업이라는 단어가 붙으며 더욱 어색하고 느낌이 가득한 채로 시작한 인터뷰였지만, 인터뷰 내도록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회사 내에 많은 디제잉 동호회가 생겨 씬에 토양을 가득가득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더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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