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디제이프로젝트 No.16 Zampano a.k.a 박대한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Point01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다양한 직장, 직업을 가진 #직장인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직장인 디제이로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걸까? 씬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 아마추어로 혼자 시작해 이제 강북의 버팀목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직장인 디제이, 열여섯 번째 인터뷰 손님 디제이 잠파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대한(이하 박): 안녕하세요, 박대한이라고 합니다. 디제이 이름은 잠파노입니다. 이렇게 인터뷰 기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 네, 감사합니다. 지금 하시는 일이 어떤 일이신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 네, 저는 전기 시설 관리 쪽에서 계속 일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시설 관리다 보니 밤에도 당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보통이라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P: 일하는 날은 3일이지만 굉장히 힘드시겠네요.
박: 이제는 많이 익숙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쉽진 않네요. ㅎㅎ
P: 디제이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박: 올해로 6년 정도 된 것 같네요.
P: 꽤 많은 시간이 흐르셨네요, 처음에 디제이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박: 제가 2004년도 정도에 홍대에 한 클럽에서 스테프로 일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 디제이라는 게 어떤 건지를 보긴 했었는데,
P: 많은 분들이 그런 식으로 디제이를 시작하던데...
박: 저는 좀 달랐어요. 그 당시 제게 디제이라는 건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였거든요. 이렇게 하게 될지도 몰랐고요.
P: 그러면 학원이나 레슨으로...
박: 따로 배운 적은 없었고, 독학으로 시작했었어요. 남들 앞에 서서 음악을 틀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거든요. 그냥 막연히 시작했죠.
P: 독학으로 시작해 6년이 넘게 하시고 계신데, 이렇게 깊게 빠져든 이유가 있었다면요?
박: 아는 지인과 함께 강남에 있는 한 대형 클럽을 갔을 때 받은 충격 때문일 거예요. 홍대와 다르게 뭔가 어마어마한 사이즈, 터질 것 같은 사운드, 그 무대에서 음악을 트는 디제이를 보고선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한 번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P: 그래서 본격적으로 장비를 사서 시작을 하셨군요.
박: 네, 그런데 배운 적이 없어서 장비 사고 처음 1달은 그냥 플레이 버튼 눌러서 음악만 들었어요. 그때는 내가 왜 이러고 있는가 싶은 생각도 들었거든요. 거의 1년 동안 계속 헤맸던 기억이 나요.
P: 만약 저 같았으면 학원이나 레슨을 생각했었을 텐데, 답답함은 없었나요?
박: 애초에 시작할 때 누구 앞에서 음악을 틀겠다라는 거창한 생각은 없었고, 당시 제가 가지고 있던 장비도 허접했었어요. 그래도 1년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더라고요. 3년 정도 지날 때까지 베드룸 디제이 생활을 하면서 실력을 쌓았고, 돈을 모와서 장비도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남들 앞에서 음악을 틀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P: 굉장히 꾸준하시군요. 저 같았으면 도중에 장비 다 팔아버렸을 텐데 ㅎㅎ
박: 그런가요? ㅎㅎ 그때부터 주변에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음악을 틀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고 했어요. 그런 기회들을 쌓아 조금씩 제 자리를 만들었죠. 그리고 아는 지인의 소개로 어느 클럼에 레지던트로 들어가게 되었고, 투 잡으로서 디제이 생활을 시작했어요
P: 디제이 이름이 잠파노(Zampano)라고 들었는데, 굉장히 특이한데요
박: 사실 이 이름을 가지게 된지가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요. 처음에는 낯간지러워서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그러다 영화 '도둑들'을 보다가 극 중 김수현의 이름이 잠파노더라고요. 재미있기도 하고 해서 뜻을 찾아봤죠. 이탈리아 무성 흑백 영화 주인공의 이름이었고, 그 사람의 직업이 광대였죠.
P: 리쌍 노래가 급 떠오르네요. 슬픔을 간직한 피에로 뭐 그런...ㅎㅎ
박: 네, 남들 앞에선 웃지만 마음속에 슬픔이 있는 그런 캐릭터가 좋더라고요.
P: 실제 페이를 받으시면서 일도 하시지만, 그래도 직장인 디제이로서 느낌이 강하신데, 투 잡 아니 그 이상으로서 디제이를 꿈꾸는 분들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박: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투 잡 이상으로서는 힘들지 않을까 해요. 직장인 디제이로서 주말 타임에 레지던트 디제이까지가 다다를 수 있는 최대 한계치가 아닌가 싶어요. 물론 그 걸 넘어 갈 수도 있지만 쉽진 않아요.
P: 우리나라의 상황적인 특성인 걸까요? 해외의 경우엔 직장인으로 활동하다 직업적으로 넘어가시는 분들도 종종 계시는 데 말이죠.
박: 아무래도 한국에 디제이 씬 자체가 그렇다고 봐요. 왜냐하면 디제이라는 걸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손에 꼽을 정도예요.
P: 강북에 한정해서 보면?
박: 강남권도 그렇지 않을까요? 페이도 제 때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고, 소위 장사가 잘 되는 가게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거든요.
P: 말 그대로 아마와 프로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죠?
박: 네, 그리고 종종 저도 그런 꿈을 꾸고 있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데요,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이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죠. 어린 친구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으니깐요. 직장인이면서 서브 잡으로서의 디제이를 목표로 해도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P: 대한 씨의 경우에도 디제이를 시작한 지 3-4년이 지난 후부터 그런 기회를 얻으신 거죠?
박: 네, 저 같은 경우는 너무 돌아간 느낌이 있죠 ㅎㅎ 학원이나 레슨을 하신다고 해도 1년 정도는 지나야 도전해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네요. 그리고 처음부터 전업 디제이를 생각하고 달려든다면 너무 절박해서 재미가 덜 할 것 같아요.
P: 그게 직장인디제이의 장점이자...
박: 명확한 단점이죠. 그렇게 때문에 심도 있게 들어가기가 쉽지 않죠. ㅎㅎ 그래도 제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직장인 디제이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시간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요.
P: 회사에서 디제이로서 대한 씨를 어떻게 보시나요?
박: 뭐, 이제는 자연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뭐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죠 ㅎㅎ
P: 이제 본격적인 홍보 타임을 가져보죠 ㅎㅎ 수유역에 레슨실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하필 왜 수유역 쪽이죠? 남들처럼 강남이나 이태원, 홍대 쪽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박: 제가 여기 살고 있어서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만 ㅎㅎ 저는 강북이라, 수유라 시작도 뭔가 해보기도 전에 저평가받는 느낌을 받아요.
P: 선입견의 문제군요. 막상 와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서 평가하는 모습이 아쉽다?
박: 네, 저는 강북을 베이스로 해서, 멀리는 의정부까지 다 커버를 할 수 있는 그런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프로 디제이부터 베드룸 디제이들까지 자유롭게 모여 놀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요.
P: 오! 목표가 명확하신데요! 멋집니다!
박: 목표는 그런데, 쉽진 않네요 ㅎㅎㅎ
P: 아무래도 초창기다 보니 이래저래 신경 써야 할 게 많으신 거겠죠?
박: 네, 사실 제가 본업도 있다 보니, 여기는 기본 유지비만 나와도 큰 문제는 없거든요. 그리고 당장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하거나 하는 조바심도 없고요. 근데 제가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서요. ㅎㅎ
P: 원피스의 루피처럼, 뜻이 맞는 동료들을 많이 모아야겠군요 ㅎㅎ
박: 네, 그래도 조금씩 모이고 있어요. 여전히 강북을 바라보는 대중적인 인식이 아쉽지만, 그런 선입견을 넘어설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있고, 되려 이런 지역 색을 유지하는 동시에 독특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크루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P: 레슨을 위해 구비된 장비도 보면 개인 연습실 치고 투자가 많이 된 느낌이 드는데요.
박: 유명한 디제이 온라인 카페에 종종 레슨 홍보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간혹 정말 말도 안 되는 저급한 장비 사진을 레슨용 장비로 올려놓는 경우를 봐요.
P: 그런 몇몇 양아치들 때문에 열심히 하시는 분들까지 도매급으로 매도되는 느낌이 있죠.
박:네, 근데 요즘 일반인 분들도 관심이 많으셔서 조금만 찾아보면 알게 되잖아요. 저도 최고급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구색은 맞춰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주로 트랙터를 사용하는 편이지만, 레코드박스나 세라토 같은 프로그램도 정품을 구입해서 배우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준비해놓고 있어요. 물론 적잖은 돈이 들긴 했지만, 제가 빚을 내서 한 것도 아니라 레슨비도 너무 높은 금액으로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저희 같은 작은 연습실에서 아무리 인원을 모운 다고 해도 한계가 있거든요. 저처럼 직장인 디제이 분들이 손 쉽게 배울 수 있는 곳, 그런 느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네요.
P: 좋네요. 그러면 디제이 잠파노에게 배우면 얻을 수 있는 혜택? 뭐 이런 게 있을까요?
박: 아무래도 직장인 디제이다 보니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있고,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가게 무대에 서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 있죠. 다들 잘 모르시겠지만 이쪽이 음향 쪽으로 굉장히 투자가 많이 된 가게라 강남, 홍대 클럽 못지 않은 경험을 얻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 지금 디제이 씬에 대한 생각을 여쭤보겠습니다. 헤드라이너를 비롯해 예전 보다 많이 방송에서 디제이 콘텐츠가 노출되고 있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박: 풍선이 커질 때로 커진 듯한 느낌이에요. 디제이가 왜 필요할까요? 말 그대로 음악이 필요한 곳, 클럽에서 음악을 틀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디제이들은 말도 못하게 많아지고 있는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가게들은 점점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나이도 그렇고 일정 이상의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겠죠.
P: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습니다만, 헤드라이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박: 저는 쇼를 쇼로 봐야지, 너무 거품을 문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나름에 재미는 있었다고 보거든요. 거기서 다양한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왜 그게 잘못된 건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거든요. 바꿔 말하면 대중에 기준에선 그런 것 들이 별로 중요한 이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게 이 씬의 현재 수준이지 않을까요.
P: 물론 다른 음악 쪽도 그렇겠지만, 디제이 씬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혐오, 일방적인 비난의 시선 또한 앞으로 계속 바꿔 나가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
박: 디제이는 항상 본인이 자기 음악에 빠져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봐요.
P: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박: 자기 스타일의 음악을 남들에게 들려주겠다는 취지는 좋아요. 하지만 그 전에 디제이는 사람들을 잘 놀게 해야 하는 사람임을 명심해야 해요. 음악을 듣는 사람의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면 디제이로서 낙제점이겠죠. 물론 그렇다고 지금 유행하는 특정 장르의 음악만 틀자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필드에 나왔을 때, 돈을 받고 파티 무대에 설 때는 적어도 기본 분위기는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요?
P: 요즘 알게 모르게(?) 이슈가 되고 있는 디제이와 가게/파티팀 간에 트러블, 강판에 대한 생각을 한 번 여쭤봐도 될까요? 어떻게 보시나요.
박: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말씀드릴게요. 저도 종종 강판되는 디제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요. 저는 그 상황에서 디제이가 100% 잘못한 거라고 봐요.
P: 흥미롭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박: 사전에 내가 이런 음악을 틀 예정이라는 정보를 업장, 파티 관계자와 충분히 조율했었는지가 중요해요. 말한 대로 이행을 했는데, 업주나 파티 관계자 쪽에서 무리한 부탁을 했다면 당연히 그쪽에 책임이 있는 거겠죠. 하지만 디제이가 무대 욕심이 나서 무조건 오케이라고 해놓고 나서 막상 그 무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플레이해서 생긴 상황이라면 당연히 디제이 책임이 100%라고 봐요.
P: 양 쪽의 입장을 다 들어봐야겠죠. 물론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하겠지만....
박: 제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렇게 설명하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겠지만... 가게 입장에서 보면, 힘들게 부른 디제이를 왜 강판시키겠어요? 가게에서 영업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데, 디제이가 전혀 맞지 않는 음악을 틀게 되면 가게 입장에선 손님을 내쫓는 진상 고객으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미리 자기가 틀 음악을 들려주고 조율했다면 절대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봐요. 솔직히 음악은 정말 초보자가 아니면 안 끊어먹고 계속 틀 수 있거든요. 그런데도 강판을 당했다고 하면 디제이 잘못이 100%라고 봐요. 프로라면 어떤 상황이라도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죠.
P: 네 잘 알겠습니다. 너무 제가 무거운 질문만 던져 드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ㅎㅎ 앞으로 대한님의 목표를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박: 처음 디제이를 시작했을 때 가졌던, 강남 대형 클럽, 예를 들면 옥타곤 정도? ㅎㅎ 그런 무대에 한 번 서 보고 싶어요.
P: 만약 그 무대에 선다면, 그다음은?
박: 디제이를 좀 더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지 않을까요? ㅎㅎ 항상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쉽진 않은 것 같아요.
P: 모든 예술가들의 고민이겠죠.
박:네, 디제이를 시작한 지 5-6년 정도 지나고 보니 요즘은 디깅 할 때, 장르적으로 접근했던 예전과 다르게 듣기 좋은 노래가 뭘까라는 기준으로 음악을 찾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5년은 또 어떻게 변할진 모르겠지만요 ㅎㅎ
P: 점점 더 원숙한 모습을 갖춰가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10년 후에도 이 자리에서 멋지게 음악 하고 계시는 디제이 잠파노를 생각하면서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박: 네, 감사합니다. 다음 또 기회 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언제부턴가 '강북'이라는 단어는 뭔가 올드 하고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칭할 때 쓰인다. 그러나 적어도 디제잉에서의 '강북'만큼은 디제이 잠파노 활동을 통해 강남 못지 않는 실력과 트렌드를 자랑할 수 있는 곳이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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