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디제이 프로젝트 No.8 DJ Coun a.k.a 이희철
퇴근후디제잉 에서 진행한 직장인 디제이들의 인터뷰 자료입니다. 매주 1 분 씩 다양한 직장을 가진 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한 여름 시원한 아이스커피처럼, 인터뷰하는 입장에서는 특별한 질문을 하지 않아도 당사자가 알아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큼 감사한 일도 없다. 아이스커피 대신 콜라를, 그것도 라지 사이즈로 시켜 먹으며, 인터뷰 내내 쉼 없이 떠들던 여덟 번째 손님을 만나보도록 하자.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포인트 01입니다. 본인 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이희철(이하 이): 네, 안녕하세요. 이희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P: 저희가 더 영광이죠 ㅎㅎ, 희철 씨는 디제이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이: 쿤, Coun이라고 합니다.
P: 네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가 이 이름을 쓰길래 그 선배를 기리는 뜻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죠.
P: 그 선배님 입장에선 굉장히 존중받는 느낌이겠네요. 희철 씨는 디제이를 배운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이: 8년 전부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P: 오우~ 굉장히 오래되셨네요. 지금 하시는 일을 여쭤봐도 될까요?
이: 네, 디제이를 하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티 프로모터로도 일하고 있고, 디제이일이 많으면 클럽에서 레지던트 디제이로도 활동하고요.
P: 네, 그러시군요. 디제이를 배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 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남 NB를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음악을 트는 디제이를 보면서 한 방에 꽂혀버렸죠.
P: 운명적인 만남, 뭐 그런 건가요?
이: 네, 그래서 당시 이태원에 Kingclub이란 곳에 가서 일주일 동안 계속 음악 알려달라고 사정 사정했었어요. 그래서 조금씩 배우게 되었죠.
P: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배우셨겠네요, 예전엔 지금처럼 학원이나 레슨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었을 텐데
이: 네, 거기서 약간 배우다가 어떤 나이트 클럽에 일자리가 나게 되어서 수습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1년 정도 일하면서 초저녁에 음악을 배우고, 저녁에는 그쪽 직원으로 일했죠. 그러다가 군대를 가게 되었고요.
P: 클럽 쪽으로 가시게 된 건 제대 후로 보면 될까요?
이: 네, 군대를 전역하고 여기저기 일을 알아보다가 나이트 클럽과는 제 성향이 안 맞는 것 같아서 클럽 쪽으로 좀 더 알아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도 겪기도 했고요.
P: 어떤 일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흑 역사인데, 아시는 분 소개로 중국 쪽에 클럽에 일자리를 소개받게 되었어요. 당시에 힙합에 꽂혀있을 때라 좋은 기회다 싶어 그 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현지에 정산 문제로 틀어져서 큰 수확 없이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창원 쪽에서 일자리를 찾게 되었고요.
P: 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기억이셨네요. 그래도 그 경험에서 본인이 느낀 점이 있다면요?
이: 네,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들어야 하고, 스스로 더 성장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잘 모르니깐 그런 잘못된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P: 그러면 클럽으로 포지션을 옮기면서 바뀐 게 있나요?
이: 다른 건 몰라도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게 큰 수확이죠.
P: 그럼 그 전에는 아니었나요?
이: 아시겠지만, 나이트클럽의 경우에는 음악 이외에 맨트나 춤과 같은 퍼포먼스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흔히 말하는 꽃미남 디제이들이 선호되기도 했고요. 적어도 디제이라면 음악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를 못 잡았던 것 같아요.
P: 개인적으로도 참 아쉽고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일본 진출을 준비하시던데 그것도 그런 흐름의 일환으로 보시면 될까요?
이: 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많은 사람과의 소통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음악도 더 공부해보고 싶고요. 물론 시작부터 좋은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전항상 그래 왔고 항상 이겨 내왔거든요. 이번에도 자신 있어요. 안되면 어때요? 도전해보는 게 중요하죠.
P: 멋진 포부네요! Point01에서도 계속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디제이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이: 행복하게 음악 하면서 맘 편하게 살고 싶은데 솔직한 제 목표이자 꿈 이에 요. 그동안 이래저래 고생한 기억이 많아서요. 탑을 조금 쌓으며 무너지고 또 쌓으면 무너지고……이러다 보니 힘이 많이 빠지는 게 사실이거든요.
P: 잘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하시고 계시니깐요.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디제이라는 걸 붙잡고 계신데,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이: 저는 무대의 매력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제가 트는 음악에 따라 관객이 반응하고 끝났을 때 저에게 따로 찾아와서 음악 잘 들었다고 다음에 어디서 음악 플레이하는 지 물으시는 관객들을 만날 때면 정말 이 직업, 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껴요.
P: 그래서 파티 프로모션도 병행하고 계신 거죠?
이: 디제이만 해서는 저만의 경쟁력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레이블들과 함께 파티를 기획하고 작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포인트 01과도 꾸준하게 여러 시도를 했으면 좋겠어요.
P: 격하게 환영합니다. 아무래도 직장인 디제이 분들이 실질적인 무대 경험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다 보니……
이: 그리고 저 같은 사람도 지금껏 노력해서 무대에 서고, 공연을 하는데, 다른 분들도 얼마든지 노력하고 즐기면 저보다 훨씬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 그럼 말 나온 김에, 디제이를 배우시길 희망하시는 분들께 한 마디 해준다면요?
이: 우선 본인 스스로가 음악을 좋아하고, 다양한 장르를 접하는 데 거부감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장비가 잘 나와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별다른 기술 없이도 믹싱을 할 수 있다곤 하지만, 진짜 디제잉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항상 자기 귀를 갈고 닦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리고 배울 거면 제대로 된 곳을 찾아서 배우는 게 중요하죠.
P: 좋은 말씀인 것 같네요. 아무래도 문화에 대한 기본이 두터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품이 끼다 보니 클럽 쪽에서도 많은 혼란이 오는 게 사실이잖아요.
이:네, 저도 클럽을 즐겨가지만, 음악을 듣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이성과 부비부비 하러 오는 곳으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 너무 들어요. 그게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워요. 그래서 적어도 제가 기획하는 파티라도 음악과 디제이를 보러 가는 그런 파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P: 좋은 기획인 것 같네요. 저희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홍보해 드리도록 할게요.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 저 같은 경우에는 직장인 디제이라기 보다는 직업적으로 디제이를 하는 사람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디제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직장인 디제이든, 현직 디제이든 서로 소통하면서 음악 이야기하고, 다 같이 음악을 재미있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좋은 게 좋은 거니깐요.
P: 네, 끝까지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파티장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끄륵~끄륵’ 하면서 음료수가 바닥을 드러낸 소리가 들렸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뚜껑을 열고 얼음을 아삭아삭 씹어가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얼얼한 내 입 속만큼 이나 속 시원한 인터뷰가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 그의 활약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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