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디제이 프로젝트 No.9 DJ Teora a.k.a 박민재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Point01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다양한 직장, 직업을 가진 #직장인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아홉수라 그런 걸까? 아홉 번째 손님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인맥은 다 떨어졌고, 직장인디제이라는 인터뷰 내용에 동어반복 또한 걱정이었다. 2주 만에 재개된 이 인터뷰에 앞서 많은 고민이 쌓이고 있었다.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한번 부탁드립니다.
박민재(이하 박): 안녕하세요, 온누리 DMC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박민재라고 합니다.
P: 네, 반갑습니다. 지금 스타트업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하시고 계신 거네요?
박: 네, 회사는 2014년 4월에 시작했고, 저는 2015년 6월부터 합류해서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모바일 앱과 웹 환경에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사용자를 식별하고,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광고를 송출하는 광고 플랫폼 서비스 회사입니다.
P:...... 말만 들어도 후덜덜 하네요. 야근도 많으시죠?
박: 아무래도 개발자의 인생이라는 게 야근의 연속이죠. ㅎㅎ
P: 이력을 보니 H대 MBA를 다니시고 계시던데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박: 쑥스럽지만, 저도 언젠가 저의 사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요. 단순하게 개발자의 위치에만 있다 보니 부족한 게 많더라고요. 인맥도 쌓고 좀 더 공부하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했죠.
P: 인상적이네요. 디제이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박: Teora입니다.
P: 어떤 의미로 지으신 건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박: ‘태워라’라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컸고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인 린킨파크에서 앨범명인 Meteora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이름에다 T가 들어간 것도 있고요. 서태지, 타블로, 티에스토..ㅎㅎ
P: 듣고 보니 그렇네요 ㅎ ㅎ민재 씨는 디제이를 배우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죠?
박: 중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을 했었는데, 그 시절 제 우상은 린킨파크, 림프 비즈킷이었어요. 다른 밴드랑 다르게 그 밴드들은 디제이, 턴테이블 파트가 있었어요. 제 느낌에 뭔가 새로운 느낌의 음악을 하는 밴드처럼 보였고요.
P: 저도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100% 공감합니다. 그럼 독학을 하셨었나요?
박: 네, 제가 울산 출신이라 당시에 레슨은커녕 장비를 구할 곳도 없었어요. 무작정 장비를 사고 인터넷에서 동영상 검색을 해보면서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P: 그러면 장비는 어떻게 구하셨어요?
박: 개인적 에피소드이긴 한데, 다음 카페에 투턴테이블이란 DJ 카페가 있는데, 거길 통해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구에 계시는 디제이 분이 내놓으신 입문용 장비를 구매했죠. 나중에 시간이 흘러 그분을 우연히 뵙게 되었는데, 서로 놀라며 반가워하면서 술 한잔 했던 기억이 나네요.
P: 그러고 보니 꽤 오랜 시간 동안 디제잉에 대해 물고 늘어지셨네요,
박: 네, 저는 스크레칭에 꽂혀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울산의 ‘언더독사운드’라는 힙합 크루와 연이 닿았었고, 같이 몇 차례 공연을 함께했습니다. 20살 때 서울로 상경했는데, 그 후로도 계속 울산 쪽에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었고, 덕분에 서울에 있는 ‘로얄트라이브’ 라는 힙합 크루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직장 생활과 디제이 생활을 동시에 하다 보니 딱히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지만, 간간이 스크래치 세션 피처링을 했고, 저에겐 음악으로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준 집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P: 그러면 힙합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장르가 넓어지신 거네요?
박: 네 사실 제 뿌리는 락이라고 생각해요. 밴드로 시작해 힙합을 거쳐 지금의 EDM, 즉 전자음악 계열까지 넘어 왔죠.
P: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제일 꾲혔던 내용이 EDM 개발자라는 거였는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 네, 제게 있어 디제잉은 일종의 일탈이라고 생각해요. 제 일상이 박민재라면 Teora는 일탈이죠.
P: 싱글 음반도 발매하셨던데요?
박: 네, 제 스스로 작업 물들을 정리하고 기념하기 위해 2곡 정도 발매했어요.
P: 앨범 재킷이 특이하던데, 이유가 잇나요?
박: EDM 개발자라는 콘셉트를 좀 더 확고하게 보여주려고 신경 써서 만들었죠. 개발자 들이 보는 책 중에 오레일리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의 표지가 동물로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비슷하게 만들어 봤죠. 그리고 곡 제목도 컴퓨터 용어로 사용하고요.
P: 그래서 System overdrive, Void라는 제목을 쓰셨군요 ㅎㅎ, 근데 작곡을 하려면 Midi 적인 실력도 있어야 하는데 따로 배우신 건가요?
박: 사실 몇 년 전에 ‘클럽 디제이’라는 카페에서 주최하던 행사에서 경품으로 에이블톤라이브를 받았어요. 당시 제 금전적 생활고 때문에 팔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결국 내가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뜯었죠.
P: 그럼 MIDI도 독학을 하신 건가요?
박: 제 성격이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제 특성상 항상 뭔가를 파고 드는 게 있어요. 하나씩 익혀가면서 모르는 걸 알게 되었고, 특히 가상 악기 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특정 소리를 찾고 만들다 보니 EDM 장르 쪽 작곡도 해게 되었어요. 마음 같아선 EP나 정규 음반까지 만들어보고 싶네요.
P: 완전 응원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나오게 되면 꼭 Point01에 연락 부탁드립니다. 민재 씨에게 디제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박: 저는 사회 생활을 해보면서, 일탈의 참 맛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의 힘듦을 알기 때문에, 제게 잠시 동안의 디제잉, 음악 활동은 정말 소중한 일상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오랫동안 유지하고 발전시켜보고 싶은 취미죠.
P: 네네 ㅎㅎ 그렇게 오랫동안 디제이를 붙잡고 계시는데, 디제잉만의 매력이 있을까요?
박: 저는 디제잉이라는 게 한 명의 손 끝이 음악 전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제 손을 통해 뭔가 만들어져 나오고, 이를 통해 저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의의를 둡니다. 특히 제 음악을 틀었을 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 만큼 짜릿한 것도 없죠.
P: 클럽이나 파티, 요즘은 재능 기부도 하시는 걸로 아는데, 민재 씨가 보기에 요즘 이 클럽씬이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개인적으로 원하는 클럽은 남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음악을 즐기다가, 음악에 취하다 보니 술도 같이 취하게 되는 곳인데.. 요즘은 클럽에 음악 들으러 간다 하면 믿는 사람도 없고, 그런 클럽도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 정말 아쉽기만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많은 로컬 DJ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시면서, 새로운 클럽씬을 만드려고 노력하시는 소식들을 자주 접하고 있는데, 저 또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 소소하게나마 동참하고자 여러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P: 민재 씨는 클럽에 자주 가시는 편이신가요?
박: 저는 솔직히 야근이 많고 피곤하기도 해서 밤에 가급적이면 일찍 자요 ㅎㅎ 그리고 가끔 클럽에 가도 거기서 들리는 음악이 뻔할 정도로 심하게 반복되고, 거기에 맞춰 기계적으로 노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런 모습에서 저는 별로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네요 ㅎㅎ 디제이 하려면 무조건 클럽에 가서 음악을 들어라 라는 말도 요즘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 어떤 음악에 재미를 느끼는 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선행된 후에 접근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P: 네, 좋은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 씬의 파이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은데, 이에 맞춰서 대중들의 관심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곧 방영 예정인 (인터뷰 당시 9월 초 였음) 헤드라이너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박: 저는 쇼미 더 머니가 한국 힙합씬을 초토화시킨 것처럼 헤드라이너도 한국 디제잉, EDM씬에 긍정적인 것보다는 안 좋은 영향을 많이 줄 것 같네요. 너무 시류에 영햡하는 프로그램인 것 같기도 하구요. 만약 제가 기획자라면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으로, 디제이의 A-Z 까지 모든 모습을 기록하고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지금 만큼 이슈를 만들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게 더 의미 있는 게 아닐까 하네요.
P: 그러면 연예인 디제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이 크신가요? 디제잉하는 박명수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박: 저는 박명수 씨의 열정은 높이 사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느낌을 많이 받아요. 솔직히 자기도 디제잉 활동에 있어서 연예인 버프가 없다고는 말 못할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나서서 비판하거나 태클 걸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주셨으면 해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응원해줄 거라 생각해요. 물론 연예인으로서의 박명수 씨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ㅎㅎ
P: 박명수 씨가 이 인터뷰를 읽으시면 뜨끔하시겠네요. ㅎㅎ 디제이를 처음 접하거나 배우길 희망하는 사람에겐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박: 아마 모든 디제이 분들이 동의하실 내용이겠지만, 디제이라면 일단 음악을 많이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악기를 배워본 경험이 있는 분이면 좀 더 쉽게 디제잉을 배울 수 있을 거고요. 저에 경우 기타를 배웠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기본적인 코드나 음감이 믹싱 하는 데 연결고리가 되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쉽진 않겠지만 유행을 따르지 말고 본인의 색깔이 묻어나도록, 음악적 상상력을 계속 키우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P: 그럼 디제잉을 하기 위해서 장비를 꼭 사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제 생각으로는 저렴한 장비라도 하나 사서 직접 가지고 놀면서 익히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요즘 찾아보면 굉장히 직관적이고 이전에 유저들이 불편을 느꼈던 부분을 보완한 좋은 장비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제가 개발자라 그런 느낌을 더 받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장비들의 장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P: 그래도 여전히 예전 장비,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박: 맞아요, 저도 여전히 턴테이블을 쓰고, LP를 만지는데 그것들이 주는 매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타 쪽만 봐도 값 싸고 질 좋은 많은 장비들이 나왔지만, 진공관 엠프의 빈티지한 매력을 상쇄시킬 만한 게 없기도 하구요. ㅎㅎ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틱을 선호하듯이 다 자기 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P: 각자의 상황과 스타일에 맞춰서 선택하는 게 좋다는 거죠?
박: 아무래도 돈이 들어가니깐, 각자의 경제적인 상황에 맞춰서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파고들수록 어려워지는 게 디제잉, 음악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장비를 사서 시작을 해도 그 맛을 모르면 중고 시장에 장비를 내놓을 수밖에 없거든요. 항상 시작은 쉽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P: 앞으로 민재 씨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박: 개인적인 목표이긴 한데 디제잉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세라토(Serato)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구현을 해 놓은 상태인데, 세라토의 큐 포인트를 유사 디제잉 소프트웨어인 레코드 박스(Record Box)로 마이그레이션(옮길 수 있는) 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거든요.
P: 오~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긴데요? 한국 베드룸 디제이들이 엄청 반길만한 소식인데요?
박: 하하, 감사합니다. 아직 구현 단계이긴 하지만 EDM 개발자이자 디제이로 서 더 늦기 전에 제 실력을 한 번해 보고 싶어요.
P: 꼭 만들어서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또 다른 목표? 이를 테면 꿈이 있으신가요?
박: 저의 최종 꿈은 한량이 되는 거예요. ㅎㅎ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제대로 놀지 못하면 그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사회는 제대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적은 것 같아요. 전 나중에 나이가 들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음악하고 디제잉하는 게 꿈입니다.
P: 멋지네요.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많이 배웠습니다.
박: 아닙니다. 더 좋은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크네요. 다음에 또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인터뷰였다. 뭔가 갈증 나는 상황에 단비 같은 이야기들, 내가 고민했던 많은 지점들에 대해 진부하지 않은, 보다 신선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EDM 개발자 민재 씨의 다양한 작업 물들을 기대하면서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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