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바꿨다

나의 아주 사소한 나비효과

by 지썬


나의 아주 사소한 나비효과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그냥 심심해서였다.

별생각 없이, 혼자 여행이나 가볼까 싶었다.


그 당시, 오랜 시간 함께했던 친구와 헤어진 직후였다.

처음으로 진짜 혼자가 되었고,

낯설고 헐거운 시간 속에서

‘혼자서도 나랑 잘 지내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약속이 없으면 불안하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게 궁금했고,

여행은 늘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혼자 기차표를 끊은 그 순간은 꽤 큰 도전이었다.


어느 평일, 근무를 마치고 묵호로 바로 떠났다.

숙소만 예약해 두고 어디를 갈지는 도착해서 정하기로 했다.


묵호에서 혼자 게딱지를 뜯어먹었고,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나 혼자 해낸 게 꽤 뿌듯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일출을 보러 바닷가에 나갔다.

수평선 위로 천천히 떠오르는 해.

매 신년마다 일출을 보러 갔지만, 그날처럼 또렷하고 새빨간 해는 처음이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내가 조금 낯설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고, 생각보다 생각도 많았다.

무엇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남 눈치 보지 않고, 내 멋대로 다녀도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맞추지 않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시간.

오롯이 나 스스로를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 ‘퇴근 후 혼자 여행러’가 되었다.

한때는 한 달 내내 약속으로 달력을 채웠던 내가,

지금은 나와의 약속을 가장 먼저 챙긴다.

혼자만의 취미도 하나둘 생겼고,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익숙해졌다.


요즘은 나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는 중이다.

예전보다 조금 더 조용해졌고, 조금 더 단단해졌다.

내 삶을 바꾼 건 대단한 결심이 아니었다. 혼자 시간을 가져보자는, 그 작고 사소한 선택 하나.


혼자여행이라는 나비효과가 생각보다 오랫동안 나를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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