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병이 돌고 있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료약이 없다는 뉴스에
아이들은 유치원,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다.
나와 24시간을 보내는 아이셋
아이셋의 삼시세끼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몇 달 전 앞치마를 구입했다.
새하얀 레이스 가득에 무겁기까지 한 앞치마
설거지 한번하면 얼룩이 가득
그때마다 나는 과탄산소다 한스푼 넣고 삶아서 새하얗게 만들었다.
오늘,
순식간에 개수대에 쌓아올라가는 그릇들을 보고
허겁지겁 설거지를 했다.
아무렇게나 걸친 윗 옷의 앞이 젖어 축축했다.
새하얀 레이스 가득에 무거운 앞치마는 보이지 않았다.
축축해진 옷에서 냄새가 났다.
좋은 냄새가 아니었지만 계속 옷에 코를 대고 있었다.
내 어릴 적에 살던 집, 제일상회
한면에는 과자가 가득, 한면에는 식탁 몇개와 의자들
식탁 위에는 삶아진 달걀이 세 네 개씩 그릇에 담겨져 있었다.
그 옆에는 하얀 소금이 종지그릇에 담겨 있었다.
가게 안에 방 한 칸
방에서 나와 신발을 신고
금고가 있는 계산대를 지나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부엌이자 욕실
그곳에서 더 들어가면
옆 가게, 횟집(일이년 전만해도 기억하던 횟집 이름이 지금은 전혀 기억 나지 않는다.)과 같이 쓰는 화장실
학장유치원 버스에서 내려 제일상회로 돌아오면
밖이 제일 잘 보이는 의자에 앞치마를 하고 앉아 있는 엄마.
그 앞치마는 초록색이었던가.
레이스라고는 하나도 없고 주머니 하나 달려있는.
엄마를 많이 무서워했던 어린 나...
나는 엄마에게 어떻게 인사했었나?
엄마는 나를 어떻게 반겼나?
내 코에서 간직하고 있는 기억.
엄마에게 안길 때마다 내 코가 맡던 그 냄새
밥냄새 같기도 하고
세제냄새 같기도 하고
야채냄새 같기도 하고
그 모든 냄새이기도 했던 냄새.
엄마의 냄새.
엄마에게서 나던 냄새가 오늘 나에게도 난다.
엄마의 냄새인 줄 알았는데
나에게도 난다.
내가 매일 안겼던 엄마를 기억한다.
나는 엄마에게 매일 안겼고
엄마는 매일 나를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