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후

by Robin

새벽에 태풍이 지나갔다.

자고 일어나니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보인다.


나뭇잎은 제 모양에 맞춰 물기를 머금고

마당의 마룻바닥에 무늬처럼 붙어있다.

다른 곳은 벌써 말라있는데

나뭇잎이 떨어져있는 곳만 그 물기가 여전하다.


매미소리는 어느새 온데간데 없고

귀뚜라미인지 뭔지 모를 풀벌레 소리가 시계초처럼 규칙적으로 울린다.

바람이 불때면 지붕으로 빗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옆집 슬라이트 지붕 위에서

태풍으로 날아간 지붕을 고치는 할아버지들

요란하고 구슬픈 뽕짝을 크게 틀어놓으셨다.


바람소리

나뭇잎소리

풀벌레소리

뽕짝소리

오르막길을 오르는 자동차 소리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자동차 소리

낮잠자는 막내가 언제 일어날까 조마조마하는 내 심장소리

이 모든 소리에 괜시리 눈물이 난다.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