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빠가 오셨다.
아이들 데리러 가기 전 집청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 화면에 마스크를 낀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문을 열어보니
아빠는 양손에 검은 봉지 세개를 들고 오셨다.
이것 받아라
이거 뭐예요?
애들 면연력에 먹으라고 샀다.
호두, 땅콩이 반투명 봉지에 한가득
귤이네? 하우스귤인가보네.
그래 하우스귤이 맛있고 비싸다.
이거 냉장고에 넣어라.
맛있겠다.
잘 포장된 양념돼지불고기.
아이들이 집에 왔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할아버지, 주례할아버지, 외할아버지로 불린다.
아이들이 신나게 귤을 먹는다.
계속 귤을 달라고 한다.
귤 그만 먹어라. 나중에 먹어라. 엄마 하나 까주라.
아빠 귤 진짜 맛있네?
그거 진짜 좋은 귤이다. 제일 비싼 귤이다. 다른 거는 7개 만원인데, 이거는 5개 만오천원 달라하더라.
주황색 망에 맨들맨들한 귤이 얌전히 들어있다.
귤 다섯개가 들어있는 망이 세개.
오늘 아이들이 모두 등원한 시간.
점심으로 신라면을 먹을까...하다
어제 아빠가 사오신 양념돼지불고기를 꺼낸다.
자세히 보니 두 팩이 아래위로 붙어있다.
꼼꼼히 잘 포장되었다.
두개를 연결한 비닐을 뜯어 하나는 냉장고 안에 둔다.
양파를 썬다.
스텐펜을 예열하고 포장을 뜯어 불고기를 거낸다.
갑자기 눈물이 우두둑 쏟아진다.
손주들 주려고 사온 음식이
사실은 나를 위해 사온 음식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7년동안 부전시장에서 좋은 과일, 자갈치에서 비싼 생선을 사서
버스타고 그리고 한참을 걸어
우리집에 가지고 오신 이유가 나를 위한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지난 여름 온몸에 땀 흘리시며
엄청 큰 수박을 사가지고 우리집에 오신 이유가
딸에 대한 사랑임을 이제야 알았다.
어제, 둘째 딸이 귤을 먹으며
엄마는 왜 계속 할아버지한테 아빠라고 불러?
엄마 아빠가 할아버지다.
으에엥?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외삼촌 알아요?
눈물 짓다 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