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미쳤거나 성장했거나

3월 25일 주제 - 성장

by 생각샘 Mar 26. 2025

나는 우울해야 합니다. 마땅히 우울할 만한 소식을 들었거든요.

남편이 몇 달간 밤샘근무를 하며 준비한 지원사업 신청에 똑떨어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저는 계속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기 어렵지요. 저 역시 벌이가 영 시원치 않습니다.


나는 우울해야 합니다. 마땅히 우울할 만한 일을 당했거든요.

며칠 전에 새로운 회원 한 명을 월요일 밤 8시 반부터 10시까지 수업을 해달라고 사무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수업료는 1만 원을 준다고 합니다. 그 시간에 아들이 귀가합니다. 아들 저녁을 챙겨줘야 할 시간에 저녁도 못 챙겨주고 교통비도 안 나올 수업을 하러 월요일 그 야밤에 수업을 해달라고 합니다.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오늘 국장님과 팀장님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1시간가량 지청구를 들었지요.


나는 우울해야 합니다. 마땅히 우울할 만한 일이 생겼거든요.

눈 올 때만 물이 주르륵 내린다던 안방 벽이 이제는 비가 올 때도 주르륵 물을 떨어뜨립니다. 며칠 전 어느 새벽에 텅텅 건물을 울리는 소리가 났는데 아침에 보니 복도와 계단 벽타일이 모두 깨져있습니다. 집이 무너져 가고 있는 걸까요? 벌이는 없는데 집 수리비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그. 런. 데.


나는 우울하지 않습니다. 이상합니다. 예전에는 비슷한 일들을 겪고 우울증을 넘어 공황장애까지 와서 숨을 쉬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나는 성장했나 봅니다. 그 와중에 자꾸자꾸 감사한 일을 찾고,  부지런히 즐거운 일을 찾고, 쉬지 않고 행복한 일을 찾고 있습니다. 아마도 나는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성장한 게 아니라면,

그것도 아니라면,

아마도 나는,

미쳤나 봅니다.

이런 나에게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전미화 작가의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브런치 글 이미지 3
브런치 글 이미지 4


깔깔대고 웃으면서 그림책을 보고

신나는 댄스음악을 틀어놓고

궁둥이를 흔들며 설거지나 한바탕 하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

내가 미친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

성장한 거라고 믿으렵니다.


나는 성장했나 봅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1화 내 마음은 호수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