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샘 Aug 22. 2021

같은 책, 다른 생각 - 개똥이와 말똥이의 차이

 아들의 유치원 친구 중에 과학 영재가 아닐까 싶은 친구가 있다. 지금부터는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글쓰기 편의를 위해 가명을 쓰겠다. 수업할 때 내가 사용하는 가명은 항상 ‘김개똥’과 ‘최말똥’이다. 그러므로 내 아이는 김개똥, 아이의 친구는 최말똥으로 쓰겠다. 일곱 살 때 김개똥과 최말똥을 비롯한 몇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기구가 있는 놀이터에서 만나 논 적이 있다. 그런데 말똥이 혼자 뱅글뱅글 돌아가는 허리 돌리기 기구 앞에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내가 다가가 물었다.


“말똥아, 여기서 혼자 뭐해?”

“이거 꼭 원심분리기 같아요.”

“뭐? 원심...넌 원심분리기를 어떻게 알아?”

“과학책에서 봤어요.”

“그래서 원심분리기가 뭔지 알아?”

“네. 원심력을 이용해서 성질이 다른 두 물체를 분리하는 거예요.”

“우와! 원심력...그럼 원심력이 뭔지도 알아?”

“네, 원운동을 하는 물체에 관성력이 생기는데....”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하는데 내가 잘 모르니 그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허허허. 그저 아들이랑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엄마, 유치원 차 탈 때 말똥이랑 같이 앉으면 힘들어.”

“왜?”

“말똥이가 자꾸 어려운 걸 물어봐.”

“어려운 거 뭐?”

“막 ‘삼백팔십구 곱하기 오십이가 몇인 줄 알아?’ 같은 걸 물어봐.”

“흐흐흐흐흐 그래서 말똥이는 답을 알아?”

“응. 어쩌고저쩌고 막 답도 말해주던데...”

“우와! 그럼 말똥이 답이 맞아?”

“모르지. 내가 답을 모르는데 걔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아! 그렇네. 하하하하하하하!”

“말똥이네 엄마는 일하느라 바빠서 말똥이랑 못 놀아주니까 말똥이는 공부만 하나 봐.”

“말똥이네 엄마도 말똥이가 어려운 책 좀 그만 보고 놀았으면 좋겠대. 말똥이는 세종대왕 같은 어른이 될 어린이 인가보다.”

“세종대왕?”

“응. 세종대왕도 어릴 때 책만 봐서 세종대왕 아빠가 책을 막 뺏었대. 책 좀 그만 보고 나가서 놀라고.”

“아!”


 그렇게 세종대왕 같은 아이가 될 떡잎을 보이던 말똥이라는 친구와 내 아들 개똥이는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 배정을 받았다. 그래도 점점 끈끈해지는 우정을 만들고 있는 단짝 친구다. 둘이 있으면 참 행복해 보인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쫑알쫑알 수다 삼매경에 빠져 깔깔대고 웃는다. 같이 모래놀이를 해도 재밌고, 레고 놀이를 해도 재밌고, 게임을 하면 밤을 새울 지경이다. 그 친구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개똥이는 점점 과학에 관련된 물음이 늘었다. 어느 날인가는 원소가 뭐냐고 묻길래 그건 또 어디서 들었냐고 되물었다. 역시나 말똥이다. 원소를 뭐라고 답해줘야 할까 난감해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쉽고 재밌는 초등 영재 플랩북, 원소와 주기율표>

일단 화려한 색감과 다양하게 숨겨둔 원소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아주 적절하다. 개똥이도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때마다 펴보았다. 친구 말똥이에게 자랑도 했다. 말똥이가 자기도 가지고 있는 책이란다. 그런데 같은 책을   아이의 다른 반응이  재미있다. 말똥이는 원소기호를  외우고  특징을 줄줄 꿰고 있다면 개똥이는 원소들의 캐릭터를 가지고 스토리를 짠다.

아이들이 다르니 반응도 참 천지차이다. 이러니 아이들에게 책을 안 보여 줄 수 있나..허허허.

다음엔 개똥이가 만든 스토리도 올려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과 함께하는 책놀이 생각놀이”에 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