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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샘 Mar 21. 2020

“아들과 함께하는 책놀이 생각놀이”에 대해

지나친 걱정은 넣어두세요. 저희는 행복합니다. ^^

 저는 철학교사입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혹은 책을 읽어주고, 함께 토론할 거리를 찾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처음부터 이 직업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철학을 전공하고 IT회사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5년을 일하다 밤샘 근무가 지겹고 새로운 일도 해보고 싶어 퇴사했습니다. 전공을 바꿔 대학원을 가겠다고 다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대학 선배가 본인이 다니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라며 불렀습니다. 그 학원이 바로 어린이철학을 연구하는 학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일이 평생 직업이 되었습니다. 그 ‘어쩌다 보니’를 좀 더 풀어쓰자면 ‘너무 재미있고, 신나고, 이 일을 하면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원도 포기하고 그냥 눌러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아이들의 반짝이고 사랑스러운 생각들을 듣고 있다 보면 세상 걱정이 모두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임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축복입니다. 벌써 17년째 그 축복을 한껏 누리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하다 보니 아들을 키우면서도 그 직업병은 여지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태교를 하고, 갓난아기 때부터 아침에는 늘 소리를 내서 동화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아들은 말을 정말 빨리 시작했습니다. 한글도 따로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책을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깨우쳤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의 궁금증에 대답을 해주고, 아이의 생각을 물으며 자연스럽게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 직업이 철학교사인데 얼마나 잘하겠어.”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직업이 철학교사여도 별 것 없습니다. 그 어떤 유명한 철학자라 해도 아이의 철학을, 아이의 ‘철학하기’를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이미 훌륭한 철학자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를 따라 ‘철학하기’를 하다 보면 어른들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재미있는 세상으로 아이들이 인도해줍니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아들과 함께하는 책놀이 생각놀이” 매거진은 아들과 제가 책을 가지고 장난치고 놀면서 생각을 나누었던 흔적들을 남기고자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정말 별 것 없을 것입니다. 그 별 것 아닌 놀이를 하면서 아이도 저도 무척 행복해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아이와 놀면서 만든 이야기를 첫 번째 동화책으로 출판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아들과 함께하는 책놀이 생각놀이” 매거진에는 그 과정들을 남길 계획입니다.


 이 곳에 남겼던 아들의 일기를 무척이나 많은 분들이 보셨습니다. 아들도 저도 조회수가 2~300 정도만 나와도 정말 많이 나오는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에 이 상황이 많이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아들의 일기를 허락 없이 막 올린다며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 일기만 보셨다면 충분히 걱정을 하고도 남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애를 얼마나 잡았길래...” 혹은 “저 엄마가 제정신인가 아이가 엄마를 괴수라 하고, 고통스럽다고 하는데 그걸 자랑이라고...” 라며 걱정하실 분들도 계셨을 테지요. 저라도 그 일기만 봤다면 그런 걱정을 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일기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아들이 저를 놀리기 위해 쓴 일기였고, 아들이 그 일기를 쓰고 깔깔거리며 웃는 것을 보고 저도 같이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앞으로도 “아들과 함께하는 책놀이 생각놀이” 매거진에는 아들과 제가 쓴 글들, 함께 그린 그림과 사진들, 함께 한 놀이와 생각의 흔적들을 올릴 것입니다. 애초에 그렇게 기획한 매거진이랍니다. 물론, 당연히 제 아들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남겨진 기록들을 엄마가 책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했기에 무척 설레하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브런치에 어느 정도 글을 남기면 자비를 써서라도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저희 모자의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즐기실 분이 계신다면 두 손을 높이 들고 환영합니다. 하지만 과한 우려로 마음이 불편하시다면, 그 걱정은 살며시 넣어두시고 ‘되돌아가기’ 한 번 클릭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무탈하고,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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