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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샘 Mar 07. 2020

드넓고 거친 초원의 아름다운 복수전 “수호의 하얀 말”

수호야, 복수를 꼭 성공하려므나!


수호의 노래를, 수호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어. 넓고 거칠고 외로운 초원의 아름다운 소리를.


그림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에게 꽤나 알려진 그림책, 수호의 하얀 말.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너무 아프고, 너무 슬퍼서.

하지만 아들이 이 책을 골랐고, 언제고 읽어주려 했던 책이니 한껏 감정을 잡아 읽어주었다.



수호가 하얀 말을 형제처럼 키우며 정이 들고, 원님의 욕심으로 슬프게 잃는 과정을 들으며 아들은 흥분해서 펄쩍펄쩍 뛴다.

“악! 너무해! 너무해! 왜 하얀 말을 악기로 만들어요? 잔인해! 왜 임금님이 원님을 벌주지 않아요? 원님은 나쁜 사람이잖아. 벌을 줘야지. 임금님이 이상해!”

“그러게. 왜 벌을 주지 않을까? 혹시  임금님이 몰라서 그런 거 아닐까?”

“임금님이 왜 몰라?”

“음, 엄마 생각엔 원님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고 했을 거 같아. 임금님이 알면 벌을 줄까 봐 원님이 감추지 않았을까?”

“아! 엄마, 나 수호가 왜 하얀 말을 악기로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왜?”

“임금님한테 알리려고! 수호가 하얀 말로 마두금을 만들어서 연주했다고 했잖아요. 아주 슬프고 아름답게 소리가 퍼지면 사람들이 궁금해하잖아. 그러면 사람들한테 수호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소문을 내고 임금님도 알게 될 거니까 원님도 벌을 받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막 욕할 거 아니야. 원님 나쁘다고. 그러니까 수호가 하얀 말을 악기로 만들어서 연주한 거 같아요.”

“아하!”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이렇게 수호의 슬프고 억울한 이야기를 퍼트리는데 작은 보탬을 하고 있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나쁜 원님을 욕하면 언젠가 원님은 꼭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 사악한 욕심꾸러기 원님에게 한껏 당하기만 하는 약한 수호가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수호의 노래, 수호의 연주, 수호의 이야기야, 널리 널리 퍼져라.

수호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복수가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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