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편지함을 꺼내보며 3
오늘 밤 너와 함께 읽은 책은 엄마가 의도를 가지고 고른 책이었단다.
북스북스의 마음을 가꿔주는 인성 그림책
“‘함께'가 좋아!”
오늘 엄마 품앗이 책놀이 모임에서 네가 동생 s랑 앉기 싫다며 다른 친구랑 앉더구나. 그 동생은 상처를 받아서 울상을 하며 고함을 지르고 형들은 s가 소리를 지르는 게 더 싫다며 절대 옆으로 안 가겠다 하고... 엄마들은 난감하고 불편했지.
사실 너는 요즘 s와 가벼운 실랑이로 문에 손을 찧어 피멍도 좀 심하게 들어 손톱도 빠질뻔하고, s가 안경을 때려서 안경도 망가지고 얼굴에 상처도 입었지. 망가진 안경도 잃어버려 아빠한테 혼까지 나고 말이야.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예 피하려 해서 유치원에서 게임하지 말라하니 아이패드까지 쓰레기통에 버린 널 생각하면 네가 동생을 피하려는 마음도 이해는 해. 하지만 s는 너와 앉고 싶다고 울고 넌 피하려는 문제가 매번 반복되니 너와 더 깊은 이야길 나눠보고 싶어 고른 책이 "함께가 좋아" 였단다.
엄마가 오늘은 이 책을 보자며 펼치니 네가 몸을 비틀며 작은 소리로 말하더구나.
"엄마, 그 책은 읽으면 좀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
네 말에 엄마는 깜짝 놀랐단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그림 때문이었을까? 아님 내용 때문이었을까?
'변화'라는 말이 좀 어려운 것 같아 물었더니 넌 이렇게 대답하더구나.
"내가 아기 때는 작다가 내 모습이 점점 커서 달라졌지? 그게 변화야!"
외로운 새 한 마리의 등장 부분에선 더 놀라운 질문을 했지.
"엄마, s도 외롭다고 했는데. 왜 외롭다고 했을까?"
s의 이야길 하고 싶어서 고른 책이었는데, 네가 먼저 떠올리고 이야길 꺼내다니!
정말 깜짝 놀랐구나. 책 선택은 성공이었고! ^^
엄마는 “s는 형아가 좋은데 형아가 자기를 싫다고 하니까 외로운 거 아닐까?”라고 반문했어.
그랬더니 넌 왜 s가 널 좋아하냐고 묻더구나.
엄마가 “엄마 생각엔 여기 모임엔 s의 친구가 없고 s는 너뿐만 아니라 형아들이 다 좋은데 형아들이 s옆에 앉기 싫다고 하니 외로웠을 거 같아. 지난주에도 그래서 울었다던데. 그래서 s네 이모도 슬펐을 거야.”라고 답했지.
그 말을 들은 너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곤란한 듯 몸을 베베 꼬며 묻더구나.
"s는 왜 형아들이 다 좋아?"
그래서 대답했지.
"s는 사랑이 많은 아이라 그런 거 같아."
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더구나.
"그럼 나는?"
엄마는 순간 당황했단다.
"음.. 넌 사랑스러운 엄마 아들이지."
무언가 생각에 빠진 너에게 엄마가 다시 물었어.
"다음에도 s가 싫다고 도망갈 거야?"
그랬더니 넌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어.
"아니, 하지만 내가 벌써 싫다고 해서 s도 내가 싫다고 할지도 몰라. 그럼 어떻게 해? 이제 싫다고 안 할 거지만 이건 엄마랑 나랑만 비밀로 해."
항상 어리고 또래에 비해 늦된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책을 읽고 너랑 진지한 이야길 나눌 때마다 너의 성장한 모습에 엄만 깜짝 놀란다.
또 한 뼘 자라며 '변화'할 우리 아들.
사랑하고, 사랑한다.
2017년 1월 24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