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샘 Mar 06. 2020

친구랑 놀기 싫다는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먼지 쌓인 편지함을 꺼내보며 2

 "엄마, 친구가 이상해. 친구가 빨간 고깔 두 개 가지고 있으면서 내가 빌려달라고 하니까 안 빌려주고 나는 공 하나 가지고 있고 조금밖에 못 놀아서 친구가 빌려달라고 해서 안 빌려줬는데 엄마한테 일러. 친구 미워. 다른 친구들은 안 그러는데 그 친구만 그래. 이상해. 그 친구랑 놀기 싫어."

 오늘 놀이체육을 다녀와서 네가 한 말이다. 이제 넌 친구의 욕심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끼고 그걸 표현할 만큼 자랐구나. 그래, 엄마가 보기에도 그 친구는 깜짝 놀랄 정도로 똘똘하고 영악한 면이 있더라. 하지만 엄마는 일부러 그 친구와 어울리도록 했어. 엄마는 현재 다섯 살인 그 친구의 모습보다 그 친구의 엄마를 통해 아이의  미래를 보거든. 그 친구 엄마는 자기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엄마란다.
 너도 나중에 자식을 낳고 키워보면 알겠지만 부모에게 자식은 삶의 원천이요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더구나. 내 아이가 맞고 오면 때린 놈이 천하에 몹쓸 놈이요. 내 아이가 누굴 때리고 오면 그놈이 맞을 짓을 했겠지 라고 생각하는 게 부모란다. 그건 자식이란 콩깍지가 눈에 단단히 씐 부모라는 자들의 본능인 것 같다만, 그 본능에만 충실하다 보면 귀한 자식은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될 것이다.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기."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만 최선을 다해 애를 써야 할 부모의 미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는 네 친구들을 볼 때 그 친구의 엄마가 그런 사람인가를 습관적으로 보게 되더구나. 그 친구가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그 친구의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부모라면, 그 아이는 미래에 훌륭하고 멋진 인간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을 대로 굽은 부모라면 그 친구는 세상사 남 탓만 하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며 사는 모자란 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엄마도 네가 마냥 예뻐 보여 너를 객관적으로 보기 무척 힘들단다. 하지만 그런 척 위선을 떨어서라도 객관적인 엄마가 되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다. 주변에서 보면 위선조차 떨지 않는 아이의 엄마는 무엇이 선인지 조차 모르는 자인지라 경계하게 되더구나. 그러니 엄마가 무조건 너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말아라.
 엄마가 어릴 때 남이 잘못한 것인데도 무조건 엄마부터 혼내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항상 서운했는데 너를 낳고 키워보니 그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사랑이다.

 오늘은 아직 어린 너에겐 대처방법만 알려줬단다.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통해 열아홉 살의, 스물아홉 살의, 어쩌면 아흔아홉 살의 우리 아들에게 서른아홉 살인 엄마의 속마음을 보여줄 수 있어 좋구나.  

2015년 7월 15일.
서른아홉 살의 엄마가.

매거진의 이전글 너야말로 공포심을 없애고 자신만만하게 굴어야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