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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샘 Jun 05. 2020

130일 동안 브런치 작가로 살아 본 걸 축하해

써야 하는데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하실 두 칸짜리 셋방에서 네 식구가 살 때였다.

작가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어둡고, 습하고, 곰팡내가 나는 지하실 작은 방에서

나는 마지막 빛을 보내고 사라진 먼 우주의 별 이야기를 상상했다.


하수구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보면

거름망을 들썩들썩 들어 올리고 나온 커다란 쥐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치는 지하실이었다.

퍼덕거리며 날아다니는 바퀴벌레가 수시로 나오는

그 끔찍한 지하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그 지하실의 끔찍함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책이었다.

큰 배를 타고 먼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는 탐험가 로빈슨 크루소,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을 듯한 미스터리 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셜록 홈즈,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랑스런 아가씨 앤 셜리,

책 속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이야기 속의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나의 현실을 잊게 해 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그런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 현실은 여전히 어둡고 습하고 곰팡내가 나는 지하실이었다.


주머니 사정도

상상력도

경험도

지하실만큼이나 빈곤했다.


그래서 꿈을 멀리멀리 던져 버렸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딱 130일 되는 날이다.

쓰는 것보다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전혀 몰랐던 정보부터

내가 비슷하게 경험해봤던 공감되는 이야기까지

혼자 키득키득 웃으며 재미있게 읽는다.

그리고 기가 팍 죽었다.


젠장. 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

뭐 이렇게 다채로운 경험을 많이 한 거야.


 아, 맞다. 원래 알고 있던 거지.

세상에 넘쳐나는 책과 영화와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며

‘저렇게 훌륭한 작가들이 많은데 내가 감히 어떻게 작가라는 꿈을 꾸겠어’라는 생각으로

펴보지도 못한 꿈을 마음속 어두운 심연 깊숙이 밀어 넣었잖아.


풍덩.



그런데,

브런치가 던진 낚시 바늘이

내 마음의 심연 깊은 곳에서 고요히 30년을 묵은 그 꿈에 닿으락 말락,

간질간질하다.

덥석 물고 세상 밖으로 쭈-욱 끌려 올라가고 싶다.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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