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샘 Jun 17.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가 꼭 필요할까?

학교는 안 보내면서 학원은 보내는 엄마의 심리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등교를 앞두고 과연 아이를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혹시라도 코로나에 전염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컸지만 80분 수업을 하고 5분 쉬는 시간을 가지며 과연 아이가 수업에 집중을 하고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주 1회 수업이고 체험학습을 34회 신청할 수 있으니 내가 일을 쉬는 한 달 동안 3회만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한 달을 집에서 보낼 수 있다. 과연 학교에서는 (선생님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길 바라는 것일까, 안 보내길 바라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등교를 앞두고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 보내야 하는 걸까요, 안 보내도 되는 걸까요? 제가 일을 하면 모르겠지만 쉬고 있으면서 과연 아이를 보내야 하는 것인지 결정을 못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너무 쉽게 결정을 내려 주셨다.

“보내지 마세요, 어머니.”

“선생님께서 보시기에도 학교 측이 아이들을 받을 준비를 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을까요? 전염병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니 준비하시는 분들이 아무리 애를 쓰셔도 미흡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안 보낼 수 있는 엄마들은 안 보내는 게 맞는 건가 그래도 보내야 하는 건가 모르겠네요.”

“안 그래도 선생님들도 걱정이 많으세요. 교육청도 참 이래저래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감염되지 않기 위한 방침보다 감염 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이 더 많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불안하신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집에서 돌볼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생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감염의 위험으로 학교에 보내기도 안 보내기도 뭣한 이러한 시기에 학생이 한 명이라도 적어야 그나마 관리하기 수월할 것이다. 또 보내라고 했다가 만에 하나 감염이 되면 그 책임은 또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선생님과 통화 후 마음 편히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또 영어 학원은 보낸다. 학교는 보내지 않으면서 학원은 보내는 엄마들을 욕하는 댓글을 인터넷에서 많이도 봤다. 제 발이 저려 누가 묻지도 않은 변명을 굳이 하고자 한다.

 학교는 한 반에 24명의 아이들을 한 명의 선생님이 관리 감독해야 한다. 선생님도 힘드실 테고 이 더위에 아이들이 다섯 시간 동안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기 힘들다. 하지만 학원은 하루 40분 수업이고 한 명의 선생님이 7, 8명의 정도의 아이를 관리한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집에서 교과서와 EBS 강좌로 충분히 혼자 공부할 수 있다. 어려워하는 부분은 엄마인 내가 지도해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영어가 안 된다. 발음도 이상할 뿐만 아니라 생활 영어도 안되고, 문법도 안된다. 그러니 학원 선생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 또 내가 사교육 강사이기도 하다 보니 어쭙잖게 오지랖을 부리게 된다. 학교를 안 보내도 담임 선생님이 월급을 적게 받으실 걱정은 없지만 영어학원은 아이들이 오지 않으면 선생님의 벌이에 바로 타격이 간다.


 아이를 학교는 안 보내면서 학원은 보내고 있자니 나도 기분이 묘하다. 학교는 믿지 못하면서 학원은 믿는 건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교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문득 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아이들과 토론했던 일이 떠오른다.


과연 미래에 학교는 필요할까?



 학생들과 이런 주제로 토론을 했다고 하면 학부모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불 보듯 보이는 결과를 걱정하는 것이다.


“어머, 선생님. 그 주제로 토론이 되던가요? 학교 없어져야 한다고 성토대회가 벌어진 건 아닌가요?”


 학부모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대다수의 아이들은 미래에도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학 때 집에 있어보니 친구들을 못 만나 더 심심하고 게을러진다는 솔직한 경험형. 학교를 안 가면 엄마가 학원을 더 많이 보낼 테니 오히려 학교에 가는 게 낫다는 엄마 예측형. 나도 이렇게 힘들게 다녔는데 미래의 아이들도 반드시 이 고통을 맛봐야 한다는 귀여운 심술형. 사회시간에 배웠는데 학교는 기본적인 과목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사회성과 공동체 의식을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논리적인 근거 제시형까지. (학교에서 학교의 필요성을 배운 것은 세뇌당한 것일까? ^^;;) 학교가 너무너무 싫고, 학원만 다녀도 필요한 것을 다 배울 수 있고, 친구는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사귈 수 있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몇몇 아이들을 빼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외인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내 아이는 그 몇몇 아이 중 하나다. 늘 학교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나의 아들은 코로나가 아예 학교를 없애주길 바라고 있다. 얼마 전 e학습터에서 혼자 영어 공부를 하던 아들이 울먹거리며 나에게 왔다.


“엄마, 학교 영어는 너무 이상해.”

“뭐가 이상해?”

“막 똑같은 단어를 열 번씩 쓰래. 손만 아프게 그걸 왜 써야 해?”

“외우라고?’

“이미 아는 단어란 말이야.”

“안 보고 쓸 수 있어? 그럼 넘어 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재미도 없고 시시해. 학원에서 배우는 게 훨씬 좋아. 다들 영어학원에 가는데 왜 학교에서도 영어를 또 해야 해?”

“아들, 너 영어학원 다닌 지 4개월밖에 안됐어. 예전의 너처럼 학원에 다니지 않는 친구도 있고 다닐 수 없는 친구도 있어. 그런 친구들도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게 학교야. 그리고 학교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잖아. 정말 잘하는 친구들도 있고 공부가 힘든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맞춰줄 수 없거든. 그래서 학원보다는 더 쉽게 시작하는 거야.”


 나에게 학교는 그런 곳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주는 곳. 하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아이들을 생산해내지 않기 위해 내 아이의 상황에 맞춰 스스로 융통성 있게 조절해야 하는 곳. 그래서 불만은 많지만 없어지면 안 되는 곳. 지금은 안 보내고 있지만 학교에 빨리 보내고 싶다. 나의 자유시간을 위해서라도.


매거진의 이전글 e학습터 때문에 목놓아 울고 싶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