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알람에 민트색 점이 생겼다. 돌연 작가님이 사라지셨단다. 나는 96일 동안 사라졌다. 그동안 글을 올리지 않은 변명을 해야겠다. 바쁘기도 했지만, 브런치에 대한 마음이 시들해진 게 더 큰 이유다. 시어머니에 대한 하소연을 올리면서 내 마음에 맺혔던 걸 풀어내고 난 이후에는 아이들에 대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욕심이 과해 여기저기 공모에 도전을 해 본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죄다 미역국을 먹고는 부아가 났다. ‘역시 나는 안 돼.’로 시작한 열등감은 브런치에 대한 원망감으로 불똥이 튀었다. 어쩐지 나는 재주를 부리는 곰처럼, 브런치는 돈을 받아가는 왕서방처럼 느껴졌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오늘로 533일이다. 현재 누적 조회수는 1,755,931. 구독자 수는 1,222. 브런치 북을 한 권 만들었고, 매거진을 하나 쓰고 있으며, 다른 매거진을 두 개 더 만들어 놓고 글은 안 쓰고 있다.
그동안 한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보자고 연락을 받았지만 독자층이 너무 좁아서 안 되겠다며 거절을 받았고, 5번의 공모에서는 모두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터질 듯 빵빵한 풍선처럼 마음을 부풀렸다가 푸쉬이~ 바람이 빠지길 반복하면서 내 마음은 늘어지고 쪼글쪼글해진 쭈그렁 풍선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뭘 기대하고 쓴 건 아니잖아. 그냥 내 만족으로 쓴 거지.’라는 자기 위안은 독이 되었다. ‘브런치는 그냥 내 만족을 위한 취미 생활이야.’라는 생각은 브런치를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슬금슬금 밀어냈다. 뭔가 쓰고 싶은 게 생각나도, ‘이게 뭐라고 애 밥해 먹이는 게 우선이지.’, ‘나중에.. 지금은 돈 버는 일이 더 중요하지.’, ‘글 쓸 시간 있으면 집 안 청소나 좀 하자. 집 안은 개판을 해두고 무슨 또 글이냐. 그거 써서 뭐한다고...’ 이런 생각들에 밀려 브런치에서 나는 사라졌다.
얼마 전 남편이 물었다.
“요즘은 글 안 써? 예전엔 글 쓴다고 말 시키지 말라더니 요샌 통 안 그러네.”
“응. 재미가 없어져 버렸어.”
“왜?”
“음.. 돈 벌어서 빨리 이 집에서 이사 가고 싶고, 애도 키워야 하고... 근데 브런치는 당장 돈이 되는 건 아니잖아. 돈독이 올라서 그런 건지, 돈이 궁해서 그런 건지 브런치에서 조회수 10회당 1원씩만 준다고 해도 뭔가 막 콘텐츠를 만들어 낼 거 같긴 해.”
만약 조회수 10회당 1원씩 준다고 하면 나는 열심히 글을 쓸까? 모르겠다. 어차피 브런치에서 돈을 주지 않을 거니까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지 않을 거다.
다시 브런치에 재미를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모전은 싹 무시하고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이나 써야 할까? 떨어졌을 때 기분이 더러워서 공모전에 다신 도전해보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다시 쓰는 안데르센 이야기’를 어떻게 써볼까 설거지를 하면서도 궁리하고 있는 나 자신이 웃긴다.
아무튼 나는 브런치에서 영영 사라지지는 않을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