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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an 27. 2021

사랑이라는 것

나를 나만큼, 나보다 생각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내가 너를 참 많이 사랑하는구나

라고 느낄 때는 언제야?

나의 두 번째 질문이었다.


어젯밤의 일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아늑한 불빛 아래 나란히 벽에 기대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는 첫 번째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커플이나 부부 사이에서의 아주 고전적인, 상투적인, 그리고 조금은 유치한 그 질문.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  


대답은 둘 다 ‘그렇다’였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서로를 사랑하면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한 편으론 아주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라 조금 더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남편의 대답을 기대하며.


그래서 한 번 바꿔보았다.


남편이 생각하기에 “자기가 나(아내)를 참 많이 사랑하는구나라고 느낄 때는 언제야?”


‘받는 사랑’에서 ‘주는 사랑’으로 각도를 조금 틀어 보았다.

“내가 사랑을 받는다고 느낄 때와 상대방이 사랑을 준다고 느끼는 순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남편은 어떤 순간에 나를 떠올리며,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그래서 이 질문을 두 번째 질문으로 물어보게 되었다.




돌아오는 남편의 대답은

“참 많지”였다.


퇴근 시간, 남들보다 부리나케 퇴근 준비를 끝낸 후

통근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정거장만 지나면 집인데, 유독 집 도착 전 그 한 정거장 사이가 차가 아주 많이 밀린다고 했다.

남편은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몇 분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

그 밀리는 정거장 전에 굳이 버스에서 내려 매번 지하철로 환승하여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조금 수고스럽지만 몇 분 더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퇴근길 내내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출근 시간,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남편은

항상 나를 위해 하는 루틴이 있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힌 후 생수를 포트에 담아 끓인다.

그리고 따뜻해진 물을 내 전용 유리병에 담는다.

평소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나를 위한 배려이다.

새벽 일찍 출근을 하는 터라 아침에 5분, 10분은 참 귀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 분만 더 일찍 일어나면 되는 거라며 매일같이 나를 위한 마음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간다.


이야기를 하자면 더 많다고 남편은 이어서 말했다.

무엇을 먹든 무엇을 하든 무조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언제야?

나도 ‘많지!’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오늘 하루 수고했을 남편을 생각하며 남편이 좋아하는 그리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 때

얼큰한 소고기 뭇국이 차르르 끓어 불을 끄고 국자로 몇 차례씩 냄비 아래를 휘휘 저어 가라앉은 소고기들을 듬뿍 떠 올려 당연히 남편의 국그릇에 담을 때

계란말이의 가장 두툼한 가운데 부분을 들어 제일 먼저 남편의 흰 밥 위에 살포시 올려줄 때


남편의 출근 시간에 맞춰

오늘 하루 수고가 많을 남편을 위해 깜깜한 새벽에 눈을 비비며 현관 앞까지 따라 나가는

오늘도 무사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진심을 담은 포옹으로 배웅하는


이야기를 하자면 더 많다고 나도 이어서 말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무조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당신이라고.




나를 나만큼, 나보다 더 생각해 주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

사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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