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 요기는 순간과 순간들의 끊임없는 흐름에 삼야마를 행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한에서 자유로운 고귀한 지식을 얻는다.
아헹가, <요가 수트라>
이번 달은 더듬더듬 아주 느리게 요가 수트라를 읽고 있다. 바가바드 기타가 차라리 편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어려워서 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인데 그래도 오늘 아침 읽은 이 부분은 또렷하게 남았다.
즉, 시간에 집중하면 순간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변하지만 순간 그 자체는 절대적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것. 아헹가 선생님은 아사나 수련을 제대로 하면 몸의 세포가 깨어나고 이게 곧 현재를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세포들도 언젠간 죽지만, 그전까진 분명 삶을 산 것이라고.
지금을 살라는 말은 흔한 말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취미가 지나간 과거 회상하기며 특기가 오지 않은 미래 걱정하기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매일 야무지게 다짐하며 시작했다가도 자려고 누우면 오늘도 자주 쓸데없는 회한과 두려움에 휩싸였구나 후회하기 무한 루프.
요가를 하면서 머릿 속도 생활도 단순해진다는 게 좋았다. 부족한 몸으로 아사나를 익히려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어떤 아사나는 버티듯이 간신히 해냈고 어떤 아사나는 아무리 초집중을 해도 턱없이 안 되는 경우도 많으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다른 운동을 했었거나 원래 타고난 체력이 좋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아사나를 해내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부족해서 오히려 전반적인 삶의 변화가 큰 게 아닌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아사나를 수련하고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해나가고 짧게라도 수련 일지를 적어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자연스럽게 요가는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요가 덕에 잡념을 떨치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훈련을 한다. 요가만 해도 한 달도 남지 않은 TTC를 생각하면 조바심도 나고 두려움도 일지만 막상 수련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저 조금 편안해진 오늘의 에카 파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와 여전히 시르사아사나에서 후굴로 넘어가는 게 두려워 열리지 않는 등근육과 흔들리는 상체를 깨닫는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 순간을 살아본다.
여전히 왜 이렇게 애를 쓰며 살아야 하지 싶은 힘든 날도 있고 왜 굳이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이런 이상한 자세를 하는 거지 회의가 드는 순간들도 만나지만 그때마다 요가 수트라를 떠올려야겠다. 사는 일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고, 살아있다는 건 순간에 충분히 머무르는 것이라는 걸. 영원한 순간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