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건 효리 언니 때문입니다만

시르사아사나

by againJ

오늘도 수련 막바지 시르사 아사나 차례가 오자 사뭇 경건한 마음이 된다.


무릎을 꿇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시 질끈 묶은 후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작 전 양 팔꿈치를 맞잡아 보고 조심스레 머리를 숙여 뒤통수를 깍지 낀 손으로 받치고 돌고래 자세로 양 발을 천천히 몸 쪽으로 가져온다. 최대한 바짝 당긴 양다리를 복부의 힘으로 끌어올리는 순간이 하이라이트. 그리고 양 팔꿈치와 깍지 낀 손이 삼각형으로 안정적인 지지대를 만들어 주면 양다리를 위로 곧게 끌어올려 머문다.


아사나에 임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볼 길 없지만 지켜본 이의 증언에 의하면 '터질 듯 새빨개진 얼굴'이었다 하니 시르사 아사나에 임하는 내 몸과 마음이 이보다 더 비장할 수 없는 건 확실한 듯.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시르사 아사나에 진전이 있기 시작한 게 아주 최근이고 요가를 시작한 지 5 년이 다 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효리 언니를 꿈꿨지만 나는 요가 열등생이었던 것.


벽에 발을 대고 하는데도 일 년 이상이 걸렸고 다시 벽에서 독립해 매트 위에 오롯이 서는데 이 년 이상이 걸렸다. 마침내 작년, 매트 위에 홀로 섰을 때의 기쁨을 글로도 남겼건만 결과적으로 샴페인을 너무도 일찍 터뜨린 셈이었다. 이내 양 팔꿈치가 흔들려 올라가서 몇 초만에 내려오는 애매한 머리 서기를 지난 일 년동안 반복했다.


여유 있게 거꾸로 설 수만 있다면!


살면서 이렇게 안 되는 일이 있었던가?

평생을 모범생 근성으로 버텨내듯 살아왔던 나였다.

웬만한 일은 티 나지 않게 커버하는 수준까진 갈 수 있었는데 이건 택도 없었다.

너무 안되니 더더욱 약이 올랐다.

잘하고 싶었다, 미친 듯이.


자연스럽게 모든 수련의 최종 목표가 시르사 아사나였다. 그날 시르사 아사나가 잘 되면 잘한 수련, 아니면 망한 수련이었다. 이 아사나가 유달리 어려워 집착하게 된 건지 집착해서 어려워진 건지 모를 상태에 이르렀다.


너무도 간절히 바라왔으니 거꾸로 서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팔꿈치를 지그시 누르며 몸을 1~2분 정도는 편안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보니 허무할 정도로 이건 기초 중의 기초구나 싶은 현타가 온다.


힘겹게 올라와 보니 내려가는 길은 훨씬 더 어렵다. 일단 올라갔으니 어쨌거나 내려가긴 해야 할 터. 방법은 두 가지. 복부를 조여 천천히 왔던 길로 내려오거나 조금 더 나아가면 아예 두 다리를 뒤로 툭 떨어뜨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로 넘어가는 시르사 파다 아사나로 가야 한다. 현실은 툭,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는 모양새다.


시르사 아사나는 과정이었을 뿐 목표가 될 수 없었는데 미련하게 오랫동안 그것을 꿈인 줄 착각했다. 더 깊은 곳에서는 어디 가서 머리 서기를 할 수 있다고, 고로 요가 좀 한다고 뽐내고 싶었던 나의 허세에서 시작한 허상이었다.


요즈음 난 다시 가볍게 오르고 부드럽게 내려오는 방법을 열심히 찾고 있다. 헛된 집착에서 벗어나 머리 서기 너머의 세상으로 조금씩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