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에 올라탔어요

by againJ

여러 번 추천 피드를 봤지만 왠지 뻔한 내용일 것 같았던 <도둑맞은 집중력>을 연휴 직전 서점 베스트셀러 가판대 위에서 다시 만났을 때 결국 집어 들었다. 예상대로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막연히 느꼈던 집중력 저하의 원인을 개인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 문화적 요인들까지 확장시켜 정리해 준 책이라 흡입력이 있었다.


특히 <몰입의 즐거움>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를 인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창작 중인 예술가들부터 다른 활동에 빠져 있는 성인들은 공통적으로 자주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흐름에 올라탔어요."


미하이는 이러한 상태에 '몰입'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하고 있는 일에 너무 푹 빠진 나머지 모든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 시간이 사라진 듯한 상태, 경험 그 자체의 흐름을 탄 상태를 뜻한다(85p, <도둑맞은 집중력>)고 설명했다.


나에겐 요가가 그렇다. 유난히 긴 명절과 연휴로 수련을 못하기도 했고 자칫 그 사이 시간들마저 흐트러지기 쉬운데 일단 습관처럼 요가원에 가서 매트를 펼치고 누우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이의 인생 첫 공식 시험에 내가 더 긴장해 있었구나 자각하기도 하고 여전히 적응 안 되는 명절 설거지에 다시 욱신거리는 오른 어깨를 가만 바라본다. 그러다 보면 내 안의 불안과 불만의 감정들을 점점 분리해서 다룰 수 있고 지나간 감정 대신 현재 느끼는 감각에 집중해 볼 수도 있다.


요즈음 수련을 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한데 생각해 보면 창작자들의 완전한 몰입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결과나 보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날의 아사나에만 온전히 집중하며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 어제의 성취나 내일의 목표가 아니라 오래오래 이렇게 매트 위에서 요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수련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상태가 흐름에 올라탄 거구나 짐작해 본다.


물론 요가원 밖의 생활은 여전히 몇 분에 한 번씩 알람이 울려대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도둑맞은 집중력'을 제대로 체험 중이라 책을 읽는 내내 쿡쿡 찔리는 기분이었지만 몰입의 즐거움을 조금씩 늘려가는 요가로운 지금의 생활이 좋다.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이 말했다. "암벽 등반의 신비는 암벽을 오르는 데 있어요. 정상에 도착하면 다 끝나서 기분이 좋지만 사실은 영원히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암벽 등반을 하는 이유는 오르는 행동에 있어요. 시를 쓰는 이유가 쓰는 행위에 있듯이요. 정복해야 할 존재는 자기 안에 있는 것뿐이에요... 글 쓰는 행위가 시의 이유예요. 등반도 마찬가지죠. 내가 흐름 속에 있음을 인식하는 거예요. 흐르는 것의 목표는 계속 흐르는 거예요. 정상이나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 안에 머무는 거예요.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흐르는 거예요. 그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 위로 오르는 거죠."


85p.,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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