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 아닌 공명하는 삶

by againJ

역 활자세인 우르드바 다누라사나는 매 수련마다 꼭 들어갈 만큼 중요한 아사나지만 내겐 여전히 부담스러운 아사나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처음으로 편안하게 그 아사나를 해냈다.


이렇게 가뿐할 수 있다니! 비결은 평소처럼 브릿지 자세에서 들어가지 않고 어깨 서기 자세(살람바 사르방가사나)에서 다리를 뒤로 넘겨 발을 먼저 딛고 팔을 뒤집어 들어 올렸던 데 있었다. 이렇게 접근하니 평소보다 허리 힘은 더 빠지고 다리 힘은 단단해져서 아사나를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지난 시간 지나칠 정도로 비장하게 우르드바 다누라사나에 접근했다 팔, 어깨, 허리에 통증만 생기고 때론 부상까지 얻으며 미련하게 고군 분투했다. 새로 오신 요가 선생님 덕에 접근 방법을 살짝만 바꿨을 뿐인데 몸이 충분히 이완되며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오랫동안 애타게 찾아 헤매던 것을 의외의 순간 만난 것이다.


정면 돌파가 아닌 다른 방법은 우회하는 것만 같았다. 목표 지향적인 삶에 익숙한 난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최단 거리를 찾아 보다 빠르게 확실한 결과를 손에 쥐고 싶어 했고 자주 그런 선택을 한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겼다. 힘들더라도 난 극복해야만 하고, 극복하면 결국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믿는 편이었다.


어깨 치료를 하며 수련을 하고 있는 요즈음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속도를 조절하거나 수련 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른손잡이인 데다 수련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오른 어깨를 과하게 사용할 때가 있어서 일부러 수련 시간과 강도를 줄였다.


여유가 생긴 만큼 평소라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은 박동수 작가의 <철학책 독서 모임> 같은 다소 딱딱한 철학책도 읽었다. 제목 그대로 작가가 본인의 철학책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은 다양한 주제의 현대 철학서 9권을 요약해 준 해설서인데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으니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았다.


특히 철학자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켈리의 책 <모든 것은 빛난다>를 소개한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건너기'에서 작가는 우리가 자아중심주의와 개인중심주의에 빠져 모든 것의 의미에서 '나'가 중심이 되는 한, 우리는 결국 허무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145p) 그러면서 상황을 우연이 아니라 숨겨진 신의 뜻처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주변 세계와 유연하게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그리스인들의 삶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 나의 시간도 우회가 아니라 공명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중일지도.



우리가 알다시피 개인의 순전한 의지력만으로 더 행복한 상태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의지력은 한계가 있다. 자신의 상황을 의지로 순전히 통제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작은 영역에서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뿐이며 인생의 모든 상황과 생각을 통제할 수는 없다. (139p)


요컨대 그리스인은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과 세계에 "끝없이 공명하는 삶"의 태도를 따른다.(305쪽) 이는 삶의 의미를 유일신에게서 찾는 것도 아니고, 데카르트 이래의 근대적 사고방식에서처럼 자율적 자아에게서 찾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황이 주는 의미와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미 주어져 있는 세계와 공명하고 그로부터 행복과 의미를 재발견하는 삶의 방식이다. (144~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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