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境界人)이란 오랫동안 소속됐던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옮겼을 때, 원래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금방 버릴 수 없고, 새로운 집단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아서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경계인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오랫동안 스스로를 경계인간이라 생각해 왔다. 해외에서 머물렀던 몇 년이나 다시 한국에 돌아온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디서든 다소 어색한,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사람이 바로 나였다. 명색이 전업 주부면서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거나 뒷바라지하는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정과 사회에서 기대하는 나의 역할들을 쿨하게 거부하거나 무시하며 살아갈 깜냥도 없다.
이런 경계인간으로서의 모호하고 흐릿한 정체성을 가진 내가 못마땅할 때가 많았는데 요가 수련에 있어서도 난 딱 그렇구나 싶다.
이번 주엔 요가 지도자 과정에 관해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요가는 나의 가장 큰 관심사고 매트 위에 있는 수련 시간이 가장 행복하니까 자연스럽게 지도자 과정에도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정말 5~6년간 아쉬탕가, 하타, 빈야사뿐 아니라 요가 철학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양의 공부를 할 마음이 있는 건지, 더 나아가 하루 한 끼만 드시는 원장님처럼 요가원 밖의 일상 또한 절제하며 수련의 자세로 살아갈 뜻이 있는 건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슬금 자신이 없어졌다. 더구나 직업으로 보면 돈이 많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라 정말 좋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원장님의 현실적인 조언까지.
분명 좋은 건 맞는데 취미 이상이 될 수 있을지 여전히 경계에서 머뭇거린다. 늘 얕고 넓게 관심사를 확장해 왔던 내가 과연 한 분야를 이렇게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많다고도, 적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나이와 딱히 엄청난 소질이 있다거나 깊이 있는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경계인간인 내가 말이다. 이리저리 엉킨 경계인간의 얼굴에 오늘도 실주름이 하나 더 는다.